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퓨마 뽀롱이 7주기를 기억하며
대전오월드는 억울한 동물의 죽음을 기억하고
전시 소비 공간이 아닌 동물의 생태적 특성을 보호하는 시설로 전환하라
9월 18일 오늘은 7년 전 사육사가 실수로 열어놓은 방사장 문을 나섰다 사살된 퓨마 뽀롱이의 기일이다. 벌써 7년이 지났지만 대전오월드는 제대로 된 추모도, 남은 다른 동물들에 대한 존중도 하고 있지 않다.
당시 오전 9시경 방사장 청소를 마친 보조 사육사가 언덕으로 이어진 작은 방사장 철문을 닫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이후 사육사가 순찰하던 오후 4시경까지 뽀롱이는 방사장 안에 있었다. 이때까지도 대전오월드는 방사장 문이 열려 있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다 뽀롱이가 없어진 것을 발견한 오후 5시 10분쯤에야 문이 열려 있음을 인지하였다. 이후 신고를 받은 경찰과 소방 당국이 뽀롱이를 발견한 오후 6시 50분쯤 수의사와 사육사들이 마취총을 쏘았으나 마취가 되지 않은 채로 사라졌고, 결국 밤 9시 44분에 대전동물원 뒤편 산에서 시민들에게 위험하다는 이유로 총에 맞아 숨을 거두었다. 인간의 잘못으로 문을 나섰다가 ‘안전하지 못한 존재’라는 인간의 판단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이다.
뽀롱이의 죽음 이후 이뤄진 특별 감사 결과 대전오월드는 근무명령 ‧ 안전수칙 등을 위반한 채 운영했음이 알려졌다. 하루 근무조는 3명으로 구성되어야 했지만 사건 당일 2명이 휴무인 이유로 1명이 근무하고 있었고, 혼자서는 사육장에 들어가면 안 됨에도 보조 사육사 홀로 출입하며 청소 등 관리 업무를 본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열악한 근무 상황과 관리 시스템은 현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이 지난 5월 7일 정보공개청구로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퓨마를 포함하는 중형육식사를 담당하는 사육사는 총 5명으로 이들이 곰사, 늑대 사파리, 소형육식사, 해양동물사, 호랑이사까지 모두 담당하고 있다. 5명이 총 24종 92마리의 동물을 돌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과중한 업무량은 사육사들이 동물들을 지속적으로 살피며 그들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개별 개체의 특성을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며 종별 전문성을 가지고 동물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와 먹이주기 등의 단순 업무만 반복하게 하는 문제를 가진다.
관리하는 종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없으면 뽀롱이 사건에서 보듯 개체마다 적절한 마취제의 양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어렵고, 종별로 서식지 주변에 머무는 특성이 있는지 멀리 이동하는 특성이 있는지 등을 알지 못한 채 가장 인간에게 쉬운 방법으로 동물을 대하게 되는 것이다. 생명에 대한 존중이 없다면 뽀롱이와 같은 비극적 죽음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그림 1. 대전도시공사 제공 자료인 대전오월드 사육사 고용 현황
그림 2. 대전도시공사 제공 자료인 종별 담당 사육사
대전오월드는 사육사를 더 확충하여 과중한 업무 부담을 덜고, 종별 전문성을 갖출 수 있는 업무 시간과 역할을 부여하여야 한다. 같은 공영동물원인 청주동물원의 경우, 사육사가 아닌 동물복지사로 명칭을 바꾸고, 동물행동학 등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실시하면서 청소와 먹이주기 대신 동물 개체별 특성을 파악하여 관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동물원 운영을 변화시키고 있다. 청주동물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업무 변화는 동물복지사들에게 동물의 존엄을 지키는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을 키워주어 동물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고, 그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에 매진하게 되었다고 한다. 대전오월드 역시 사육사의 전문성과 직업 자부심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하여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과 동물 모두를 위한 더 나은 미래를 그려야 할 것이다.
지난 9월 13일(토) 대전충남녹색연합은 뽀롱이를 추모하고, 구경거리로 감금되어 자유를 억압당하고 있는 감금동물을 위한 애도제를 진행했다. 뽀롱이 사망 7주기를 맞이하며 대전오월드가 진심으로 뽀롱이 사건을 반성하고, 생명의 존엄을 훼손하는 전시 소비 공간이 아닌 동물의 생태적 특성을 보호하는 시설로 전환하기를 바란다.
2025년 9월 18일
대전충남녹색연합
참고자료 1. 2025 구경거리로 태어난 생명은 없다 애도문
📜 2025 구경거리로 태어난 생명은 없다 애도문
철창에 감금되어 사람들에게 구경거리로 소비되는 야생동물들을 마음으로부터 애도합니다. 갇힌 당신들의 눈을 마주하고, 무력함에 등 돌리는 모습과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과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표정과 마음껏 움직일 수 없는 걸음을 마주하고도 나 혼자 넘치는 자유의 공간으로 걸어 나온 것을 사죄합니다. 생명 존재의 존엄을 단순한 오락거리로 전락시키고, 무의미한 돈의 가치와 인간의 탐욕스러운 욕망을 위해 당신의 자유를 빼앗은 것을 진심으로 사죄합니다. 당신들이 좁은 철창에 갇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낼 때 함부로 사랑하는 이들과 웃으며 그 앞에서 당신을 바라본 것을 진심으로 사죄합니다. 당신들뿐만 아니라 당신들이 사랑하는 이들이 평생 그곳에 갇혀 살아야 하는 운명인 것을 함께 고통으로 느끼지 못한 것을 사죄합니다. 우리는 동물원에 갇힌 야생동물들이 자신들이 살아야 할 장소로 돌아가길 원합니다. 좁은 철창 안에 감금되어 인간들의 구경거리로 소비되는 동물원 내 번식이 사라지길 원합니다. 원래대로 뛰고, 땅을 파고, 나무를 타고, 뜻대로 먹고 싶은 것을 먹고, 가고 싶은 장소로 이동하기를 원합니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자유를 갖기를 원합니다. 우리는 인간인 우리가 다른 생명 존재에 대한 경외심을 갖기를 바랍니다. 인간인 것에 대한 참회와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 아닌 동물들과 동등한 상호 존중 관계의 기쁨을 느끼기를 바랍니다. 다른 생명의 착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란 감정은 없습니다. 그런 마음은 지옥에서나 얻을 수 있는 자기파괴적 감정입니다. 대전오월드에 감금된 야생동물들의 해방이 인간의 정서적 해방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도 대전오월드에 갇혀 있는 89종 736명의 생명과 감금된 채 죽음을 맞이한 코요테, 사자, 주머니여우, 몽구스, 그리고 뽀롱이를 깊이 애도하며, 그들이 해방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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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2. 오월드에 감금된 생명들
⭐오월드에 감금된 생명들
89종 736명 포유류 50종 374명 조류 32종 340명 파충류 7종 22명 과나코, 그랜트얼룩말, 남미물개, 늑대, 다람지원숭이,단봉낙타,마라,마못,마우스,만또원숭이, 면양, 목화머리타마린, 무플론, 미니나귀, 미니말, 미어캣, 바바리양, 반달가슴곰, 브라자원숭이, 사막여우, 삵, 삽살개, 수달, 시베리아호랑이, 아누비스개코원숭이, 아메리카검정곰, 아시아코끼리, 알파카, 얼룩하이에나, 염소, 왈라루, 유럽불곰, 일런드, 일본원숭이, 잔점박이물범, 재규어, 주머니여우, 친칠라, 침팬지, 코먼마모셋, 코아티, 토끼, 표범, 풍산개, 퓨마, 프레이리독, 흰손기번, 검은고니, 골든제리, 노랑이마아마존앵무, 뉴기니아앵무, 독수리, 몽크앵무, 부채유황앵무, 솔개, 수리부엉이, 스칼렛매커우, 썬코뉴어, 에뮤, 오색앵무, 올빼미, 왕관앵무, 유럽홍학, 유리매커우, 유황앵무, 자카스펭귄, 장다리물떼세, 초록매커우, 토코투칸, 푸른이마아마존앵무, 홍금강, 황무지말똥가리, 황새, 회색앵무, 홈폴트펭귄, 흰꼬리수리, 흰죽지참수리, 참매, 그물무늬왕뱀, 노랑아나콘다, 붉은발육지거북, 썰카타육지거북, 악어, 알다브라육지거북, 이구아나, 에뮤 그리고 감금된 채 죽음을 맞이한 생명들 코요테, 사자, 주머니여우, 몽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