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관람객 위협에 노출된 대전오월드의 펭귄들. 대전오월드는 펭귄들에게 수영할 자유와 인간으로부터 위협 받지 않을 공간 보장하라

2025년 7월 15일 | 메인-공지, 자연생태계

관람객 위협에 노출된 대전오월드의 펭귄들

펭귄사는 보호교육등 제대로 된 동물원의 역할 못 해

펭귄들에게 수영할 자유와 인간으로부터 위협받지 않을 공간 보장하라

 

대전충남녹색연합은 대전시민들과 함께 매월 대전오월드 동물들의 전시와 사육 환경 개선을 촉구하기 위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 29일에는 펭귄사를 개장 시간인 오전 10시 30분부터 버드랜드 입장 마감시간인 오후 9시까지 집중적으로 모니터링 했다. 그 결과 종별 구분 없는 합사와 전시목적의 개체 번식을 진행하는 등 안전하지 않은 전시, 사육 환경과 이윤을 위해 생명의 고유성을 보호받지 못하는 현장을 확인했다.

지난 1월 대전도시공사가 제공한 자료 보유동물현황(2025.1.31일자)에는 자카스펭귄 1개체, 훔볼트펭귄 10개체가 있다고 적혀 있지만, 당일 방사장에 나와 있는 펭귄은 모두 12개체였다. 이를 대전오월드에 확인한 결과, 상반기 번식을 통해 훔볼트펭귄 어린 개체가 태어났으나 아직 등록 신청을 마치지 못한 상태이고, 자카스펭귄 1개체가 ‘나이가 많아 혼자 두니 외로워해 합사해 총 12개체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펭귄 방사장에는 훔볼트펭귄 이름표만 붙어 있고, 다른 종이 함께 있다는 설명이 전혀 되어 있지 않다.

그림 1. 대전도시공사 제공 자료인 보유동물현황(2025.1.31) 내 펭귄 개체수

그림 2. 펭귄사 안내문. 훔볼트펭귄 외 다른 종이 있다는 설명이 없다.

훔볼트펭귄과 자카스펭귄은 유사한 외모를 가지고 있어 전문가가 아닌 이상 구분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일반 관람객은 다른 종이 함께 전시되고 있음을 알기 어렵다. 두 종은 같은 속으로 비슷한 특성을 가지기는 하나 엄연히 서식지가 다른 종이다. 훔볼트펭귄은 남아메리카 칠레와 페루 등의 해안에 살고, 자카스펭귄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해안과 주위 섬에 거주한다.

안내판 외에도 펭귄에 대한 생태적 특성이나 정보를 주는 내용이 거의 전무했다. 교육 목적으로 열리는 생태설명회는 오후 2시 정각에 시작해 단 4분 만에 끝나는 먹이 주기 이벤트에 불과했다. 설명 내용도 먹이 급식 횟수와 훔볼트펭귄의 서식지, 털갈이 시기에 관한 내용이 전부였다. 생태설명회에서도 서로 다른 두 종이 현재 합사 중이라거나 번식으로 어린 개체가 있다는 이야기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고, 실제로 해당 활동을 생태설명회가 아닌 ‘먹이 주기 이벤트’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날 모니터링에서 확인된 가장 큰 문제는 펭귄들이 관람객으로부터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방사장의 구조와 안전 관리 부실이었다.

그림 3. 펭귄사 전경. 유리 가림막 외 다른 보호 시설이나 관람객과 거리를 둘 수 있는 완충지대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펭귄사는 관람객이 바로 옆까지 접근할 수 있는 구조이지만, 보호조치로는 성인 가슴 높이까지 오는 유리 가림막만 있을 뿐이었다. 키 큰 관람객이 마음만 먹으면 펭귄을 손으로 만질 수 있어 펭귄의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구조였다. 실제로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동안 수영하는 펭귄을 쫓아다니며 유리창을 두드리고 소리를 지르는 관람객의 모습과 장난감을 던지려던 관람객, 유리창 안으로 손을 넣고 흔들며 “물어봐”라고 위협하던 관람객을 목격하기도 했다. 더구나 모니터링단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돌이 방사장 안으로 날아들어 오기도 해 펭귄사 현장의 관리∙감독 부실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방사장에는 이런 행동을 막을 수 있는 완충지대나 시설이 없고, 사육사가 제지하기 위해 상주하지도 않았다. 펭귄에게 위협이 되는 행동을 막기 위한 시설물은 관람 동선에서 눈에 잘 띄지 않은 곳에 위치한 ‘유리를 두드리지 말라’, ‘물 수 있으니 손을 넣지 말라’는 안내판이 전부였다.

그림 4. 펭귄사 앞 관람 공간과 손을 넣지 말라는 안내문

그림 5. 펭귄사 안내 시설. 유리를 두드리지 말라고 적혀 있다.

관람객은 대부분 채 2분도 머무르지 않고 펭귄사 앞을 지나간다. 이들이 펭귄사까지 오는 공간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넓은 로비, 사진을 찍을 수 있게 열대지역처럼 꾸며놓은 공간 등이 넓게 펼쳐져 있다. 그러나 하루 종일 그곳을 지켜본 결과, 로비에는 2팀 이상이 머무르지 않았고 대부분의 관람객은 플라스틱으로 꾸며진 가짜 열대에서 사진을 찍지 않았다. 애초에 걸어가며 구경하는 관람객들이 대다수인 대전오월드의 특성상 인간의 공간이 이렇게 넓을 이유가 있을까? 동물원은 인간이 아닌 그곳에 사는 동물을 보호하는 돌봄의 공간이어야 한다.

대전오월드는 버드랜드를 짧은 시간 머물 관람객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그곳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펭귄의 안전을 충분히 보장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대전오월드는 관람객과 거리를 두어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완충지대를 마련하고, 수영하고 움직이기만 해도 서로 부딪혀 가만히 서 있는 좁은 공간이 아니라 충분히 움직이고, 수영하고, 편하게 잠들 공간을 마련하라. 또한 그곳에 있는 펭귄 종에 대한 생태적 특성을 알 수 있는 정확하고 자세한 안내문을 설치하고, 그 이해를 돕는 사육사를 상주시킴으로써 관람객이 펭귄을 생명으로 인식하고 존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버드랜드를 들어오는 출입구에서는 요즘 소독액이 나와 몸에 뿌려진다. 그 옆에는 ‘조류인플루엔자 예방을 위하여 소독 중입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인간은 ‘무균’하고 안전한 존재가 아니다. 버드랜드에 오는 관람객은 모두 조류인플루엔자를 옮길 수 있는 매개자가 될 수 있다. 펭귄을 비롯해 버드랜드에 있는 동물들을 인간 옆에 가두는 것 자체가 그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라는 걸 대전도시공사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 방역을 실시하면서까지 펭귄을 가두어야 할 이유가 있는지, 동물원의 근본적 의미와 필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림 6. 버드랜드 로비 공간. 넓고 의자가 갖춰져 있으나 냄새 때문인지 이용하는 관람객이 거의 없다.

그림 7. 펭귄사까지 가는 공간의 시설물들

 

그림 8. 훔볼트펭귄 어린 개체

그림 9. 조류인플루엔자 안내문 및 관람객 소독 시설

 

2025715

대전충남녹색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