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평안하신가요? 임도훈 활동가입니다.
금강변 세종보 농성 천막에서, 13번째 보름달을 바라보면서 편지를 보냅니다. 웅덩이에서는 참개구리가 가가가각 가가가각 울고, 깝작도요 삑삑삑삑, 흰목물떼새 삐요 삐요하고 노래합니다. 자갈밭에는 흰목물떼새가 엉덩이로 열심히 비벼서 만든 둥지들이 있고요, 여울 너머 풀밭에는 깝작도요 아가새들이 쫑쫑쫑 걸어 다닙니다. 이 평화를 무엇과 바꿀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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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에서 24년 5월 닫겠노라고 했던 세종보는 아직 닫히지 않았어요. 우리 녹색연합 식구들과 전국의 수많은 동지들이 이곳을 지켜주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작년에 박새가 둥지를 틀었던 자리에는 참새가 둥지를 틀 수 있었고, 작년에 왔던 꾀꼬리도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어요. 여울에서는 보글보글 힘차게 물이 흐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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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준공되어서 16개 보로 우리 4개의 강을 막고 우리는 죽은 강을 보았어요. 우리는 열심히 싸워서 세종보를 열어냈습니다. 그리고 2021년에는 세종보는 철거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확정지었지요. 그런데 그 약속이 묵살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어요. 우리는 법적, 행정적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항의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요지부동, 세종보를 다시 막아 세우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강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지켜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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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입니다. 이곳에 찾아와서 함께 기도하고, 기원하고,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보낸 그 얼굴들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여기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생명들, 태어난 아기들, 이제 어른이 되어서 다시 터를 닦는 이 친구들이 너무나 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 1년이 되는 날 환경부 앞에서 잔치를 열었어요. 아직 이 싸움이 끝나지 않았으니, 결국 이기겠노라고 서로 약속하고 다독였습니다. 목청껏 금강아 흘러라, 강물아 흘러라 외쳤습니다. 마지막에는 신명 나게 길놀이도 했지요. 떡도 노나 먹고요. 이것이 힘이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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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거의 매일 농성장을 찾아 기록을 남긴 저널리스트가 ‘강은 길을 잃지 않는다’는 제목의 미니 다큐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우리 녹색 식구들이 꼭 봤으면 좋겠어요. 어떤 이들은 우리의 농성에 대해 ‘밥 벌어먹고 사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그깟 새 한 마리 뭐가 중요하다고, 사람이 더 귀하지.‘,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하면서 째진 눈으로 흘겨보지만, 그 과정을 목격한 이 증인의 증거 영상, 이 증언만으로 우리의 1년이 납득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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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년 너머의 투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선 후보들만 선거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고요, 우리도 대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좋은 공약과 정책들이 마련되어야 하니까요. 강을 살리고, 생명을 살리고, 기후위기로부터 공동체를 지킬 수 있는 좋은 정치가 만들어져야 하니까요. 끝까지, 웃으면서, 함께, 이겼으면 좋겠습니다. 고맙고 사랑합니다. 모든 녹색 가족들의 평화를 빕니다.
임도훈 활동가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