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초록편지-노을 지는 금강에서 보내는 12월 편지

2024년 12월 20일 | 미분류, 회원소식나눔터

이제는 금강변의 갈대숲도 초록을 잃고 속절없이 흔들리며 마른 소리를 냅니다. 이 와중에도 참새들과 뱁새들은 뚱뚱한 겨울깃을 하고는 사이를 하릴없이 삑삑삑 날아다니며 이삭을 쪼아 먹습니다. 참으로 겸손하고 무해한 친구들입니다. 큰고니는 고요하고 우아합니다. 큰기러기는 질서정연하게 노을녘을 날고, 고라니는 한참 짙은 적갈색 털을 띠고 근육질 다리로 뛰어다닙니다. 금강은, 이토록 평안합니다.

국군이 자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장면을 본 그날 밤, 저는 큰 모욕감을 느꼈습니다. 두려웠고, 분노했습니다. 포고령이 떨어지자 많은 분들에게 전화와 문자를 받았습니다. 금강 농성 천막이 철거당할까 걱정하는 연락이었습니다. 다행히 금강 천막은 무사했습니다. 그러나 부산에 있는 가덕도신공항반대 농성장은 부산시에 의해 철거당했어요. 어떤 자들은 그 비상계엄을 눈엣가시를 치울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동조‘하였던 겁니다.

비상계엄 선포 후 채 하루도 지나지 않은 12월 4일, 환경부는 신규댐 건설 계획을 욱여넣은 낙동강유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공청회를 강행했습니다. 강단에 경찰을 수십 명 배치하고, 좌석에도 경찰들을 배치한 상태로요. 주민들의 의견은 들리지도 않았고, 반영되지도 않았습니다. 오로지 댐을 건설하겠다는 정부의 명령에 맹목적으로 움직였습니다. 12월 12일에는 한강 유역 공청회를 강행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내란 동조자인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대전 유등천과 대전천의 하천 준설 지역을 시찰한다고 대전을 찾아왔습니다. 이 모든 일이 장관으로서 내란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며, 나아가 내란에 동조하고 방조하는 행위인 것입니다.

이번 정부 들어 금강 영산강 보 처리 방안은 불법적으로 취소되었고,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자연성 회복‘ 문구를 삭제하는 조악한 수준으로 변경했습니다. 세종보 수문을 다시 닫아서 4대강 사업의 과오를 슬그머니 감추고, 새로운 물 토건 사업인 14개의 신규댐을 추가로 건설하겠다고 합니다. 설악산, 지리산, 심지어 대전의 작은 산인 보문산을 비롯한 전국에 케이블카를 짓고, 전망타워를 짓는 등 개발을 적극 권장하고 있고, 전국 곳곳에 신규 공항을 건설하겠다고 합니다. 생명을 보전하는 모든 규제는 완화하고, 개발에 나선 자본에는 각종 특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민과 관이 합의한 모든 합의는 묵살되었고, 모든 협의체는 운영이 중단되었습니다. 생명을 위한 모든 민주주의는 작동이 중지되었습니다.

녹색연합은 생명의 편에 서서, 그 일에 맞서고 있습니다. 어마어마하지요? 보통 일이 아니지요? 맞습니다. 그러나 복잡하지는 않습니다. 지금 금강에서 녹색 천막을 하나 치고, 세종보 수문이 닫히는 것을 230일 막아낸 것처럼,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막으면 됩니다. 제가 이곳에서 날마다 보고 목격한 참새와 고라니, 큰기러기와 고니, 이 생명의 권리를 대변하고, 이들 편에 서서 싸우면 됩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회원분들도 함께해주세요.

요즘 제가 좀 경직되어 있어요. 그래서 내용도 조금쯤은 무겁군요. 강변에 한 번 나오세요. 조금 춥지만, 강은 잘 흐르고 있고, 새들도 있고, 바람도 있고, 해 질 녘에는 노을이 멋집니다. 놀러오시면 따뜻한 차 한 잔 드릴게요. 주변 두루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임도훈 활동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