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의 햇살은 여전히 뜨겁지만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부는 9월의 끝입니다.
회원님들 모두 잘 지내고 계신가요?
녹색의 가을은 언제나 그렇듯 금강의 곁에서, 보문산의 곁에서, 갑천의 곁에서 그리고 다른 생명의 곁에서 함께 있습니다. 활동가들의 매일은 그렇게 살아 있는 존재들과 함께 흐르고 있고요.
어제는 하반기 갑천스케치 첫 만남이 있었습니다. 갑천스케치는 갑천습지를 걸으면서 만난 생명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시민 참여 프로그램으로, 자녀들과 함께 신청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갑천 우안에서 진행했던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는 갑천 좌안에서 진행하는데요, 조금 더 아기자기한 공간이라 오히려 갑천의 작은 생명을 보기에 참 좋구나 싶습니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갈겨니, 피라미, 모래무지와 뱀이 헤엄치고 있고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둔치길 오른쪽 모래톱에는 온갖 야생동물의 발자국이 가득합니다.
금강 세종보 천막농성장으로 출근한 오늘 아침에는 죽은 나뭇가지 맨 위에 앉은 때까치, 앉은 자리 바로 앞까지 날아온 딱새 암컷과 인사 나누었습니다. 유독 파란 가을 하늘을 그대로 비추는 금강의 파란 물결 위로 날아가는 왜가리의 약간은 신경질적인 울음소리에 웃기도 하고, 흔들리는 버드나무를 가만히 바라보기도 하고요.
이렇게 하루하루 현장에 있다 보면 수없이 많은 살아 있는 존재들을 만납니다.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저마다의 하루하루를 사는 모습을 보며 그 시간에 나도 함께한다는 기쁨을 느끼게 되지요. 그러면서도 전국의 수많은 현장을 매일 밤낮으로 지키는 이들이 자신의 건강은 잘 지키는지, 자신의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내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하게 됩니다. 이렇게 애써서 지켜야 하는 것이 살아 있는 존재, 생명을 가진 존재임을 새삼 깨달으면서 말입니다.
현장에서 수많은 존재들을 만나며 살아 있는 건 참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이 아름다운 모습, 존재의 가장 근원인 움직이고 흐르는 자연스러운 평화를 경험했기에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생명을 지키려 하는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그런 이들 곁에서 언제나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난히 더웠던 9월, 회원님들 덕택에 많은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었습니다.
다가오는 10월 29일에는 창립기념행사가 있습니다. 그때 뵐 수 있으면 뵙고 인사 나누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