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록편지 – 생명의 눈을 마주하였기에, 그들의 편에 서 있습니다.

2023년 7월 28일 | 미분류

박은영 활동가

전에 시아버님이 갑자기 전화하셔서는 “괜찮냐?” 물어보신 적이 있어요. 왜 그러시나 했더니 ‘시민단체 보조금 뭐 감사한다고 그러는데 혹시 너 다니는 데도 관계있는거냐’ 물으며 며느리 뭔 일 있을까 봐 걱정스런 목소리로 전화주셨어요. 어제 친정엄마께서 전화해 너 괜찮냐 묻더군요. 왜 그러시나 했더니 4대강 사업 다시 한다고 딸이 혹시 뭔가 일이 많아질까, 힘들까 해서 걱정하는 마음에 하셨더라구요.

“아버님, 걱정마세유, 저희는 관계없어요. 회비만 가지고 활동해요. ”
“엄마, 내가 원래 일이 적었나 늘 많았지 하하하”

 

대답했지요. 아버님에겐 만나면 하하 웃으며 술 그만 드시라 너스레 떨 듯 잔소리하는 며느리이고, 엄마에겐 애 둘 키우며 밥은 챙겨 먹나 걱정되는 딸이어서 그렇겠지요. 생각이 다르고 지향이 달라도 두 분은 제 편이라 전화로 닿는 그 따뜻한 마음에 감사하기도, 죄송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맹꽁이 편, 삵과 담비 편, 금강의 편에 선 며느리, 딸을 두신 어르신들 걱정을 지금은 조금 미뤄둡니다.

해체하기로 했던 보를 그대로 두겠다고, 4대강사업 때처럼 홍수가 났으니 대대적인 준설을 하겠다는 환경부 때문에요. 오송지하차도 참사, 홍수 피해가 준설 못 하게 한 환경단체 탓이라는 가짜뉴스로 본인들의 책임을 덮으려고 하는 정부 때문에 화가 나서요.

 

지난 27일, 엄청 뜨거웠지요. 4대강사업을 다시 언급하는 환경파괴 토건사업 획책하는 환경부 규탄 기자회견, 이어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 백지화 요구 기자회견이 연달아 열렸습니다. 새만금, 가덕도, 제주공항 반대 활동하는 분들, 금강을 지키는 활동가들 모두 모여 서로의 땀을 닦아주고 햇빛을 가려주면서 외쳤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어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쏟아져 나올 때쯤 되니 뜨거움에 어질어질 했지만 목소리에 힘을 더 잔뜩 넣었습니다. 우리의 절박함과 달리 한가해 보이는 국토부, 환경부 공무원들에게 화가 조금 나더군요. ^^

 

햇볕이 뜨거워도 제 눈앞에 아른거리는 금강의 모습 때문에 그렇게 서 있습니다. 우리 담영이가 뛰어놀던 그 너른 금모래, 그 안에 알을 낳고 품으며 날개를 퍼덕이던 물떼새의 따뜻한 품. 그 친구들의 목소리를 대신할 사람이 많지 않고, 그 목소리를 대신하는 우리가, 어느 때는 너무 힘이 없다고 느껴져 울컥하는 그 뜨거움이 오늘의 햇빛과 같기 때문에 길에 섭니다.

 

뜨거운 햇빛 아래서도 포기할 수 없는 건 생명의 편에 서야 마음이 편해서입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 ‘이권 카르텔’ 이런 규정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혹 많아질지라도 누군가는 생명의 편에 서야 하니까요. 제가 뭐 배후가 누가 있나요, 회원님들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약속을 하나 해주시죠. 생명의 편에서 생각하고, 생명의 편에 서 주시기로. 그 편에 서서 저희가 못하면 잘해라 충고도 아끼지 말아주시고, 잘하면 잘했다 칭찬도 아끼지 마시기로. 약속 해주실거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곧 또 뵈어요!
계속 되는 더위에 건강 늘 조심하셔요.

 

대전충남녹색연합 박은영 활동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