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6일(화), 찔레꽃 향기 그윽한 반석천에서 지방하천걷기 세 번째 시간이 진행되었습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20주년을 맞이해 대전문화유산울림과 공동 진행하고 있는 이번 행사는 안여종 운영위원이 전체 진행을 맡아 애써주고 계십니다.
반석동 노거수 느티나무 아래에서 시작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오늘 걷기에는 대전충남녹색연합의 이동규, 김은정 대표님, 대전아이쿱생협의 장이선 이사장님, 대전둘레산길잇기의 이주진 고문님, 대전체험여행협동조합 조합원님들과 녹색회원들까지 20여명의 참석자들이 참여해 더욱 활기차게 진행되었습니다.
반석천 발원지를 찾아 군수사령부를 통과해 산삼골 사방댐까지 거슬러 올라가려고 계획했으나 부대의 허가를 얻지 못해 부득이 반석1통 마을회관 앞에서 출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반석천은 대전시 서북쪽 유성구 우산봉 동남쪽에서 발원하여 동쪽으로 흐르다 지족동에 와서 남동쪽으로 그 흐름을 바꿔 죽동을 지나 장대동 북쪽에서 유성천에 합류하는 하천입니다. 반석천을 경계로 지족동과 반석동으로 나뉘기 때문에 반석천을 지족천이라고도 불렀다고 합니다.
일행은 약 7km 구간을 자유롭게 걷기로 했습니다. 천천히 걸으며 들풀, 야생화, 물고기, 새들을 보면서 부지런히 여름을 준비하는 하천의 풍경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반석천 상류는 하천관리가 비교적 잘 이루어지고 있어 하천의 수질이 좋았습니다. 하수를 처리하는 방식에는 우수(빗물)과 오수(하수)를 같은 관으로 처리하는 합류식과 우수과 오수를 각각 우수관과 오수관으로 독립된 분류식이 있는데 반석천은 전 구간이 분류식이었습니다.
예미지아파트 인근 보행교를 지날 때 하천으로 유입되는 우수관에서 오염수로 의심되는 악취와 오염물을 발견했습니다. 일행은 유성구청 환경보호과로 신고전화를 걸어 인근에서 어떤 오염행위로 인해 오수가 흘러든 건 아닌지 알아봐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반석천 인근에는 대단지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서 있습니다. 각 가정에는 우수관과 오수관이 구분 설치되어 있지만 하천으로 바로 유입되는 우수관에 가정의 생활하수를 흘려보내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고 합니다. 대개 아파트 설계시 뒷베란다에 세탁기 배관을 연결할 수 있는 오수관을 설치하지만, 우수관과 오수관 자체를 몰라서 혹은 이를 알면서도 공간 편의를 위해 앞베란다에 세탁기를 설치하고 우수관에 세탁 사용 후 오염수를 흘려보내는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기적인 편의를 위해 우리 하천을 아프게 하는 일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반석천을 따라 걷다 연못 가득 수련이 피어있는 송림근린공원에 도착했습니다. 멋스럽게 기와를 얹은 정자와 마을의 유래비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곳 하기동 일대는 1995년 2월 17일에서 2005년 12월 31일까지 노은 지구 2차 택지 개발 사업이 추진되며 왕복 10차선 국도와 지하철도가 놓이고, 고층 아파트 숲의 뒤쪽으로 당진행 고속도로가 지나가게 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대전에만해도 이런 유래비가 50여개가 있습니다. 조형물도 멋지고, 내용도 알찹니다. 대전문화유산울림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조사를 통해 대전에 있는 유래비를 모두 목록화하고, 텍스트화하여 사진과 함께 정리할 예정이라고 하였습니다.
길잡이를 맡은 안여종 운영위원은 “이곳에는 더 이상 자연마을이 남아있지 않다. 대규모 택지 개발 사업이 추진된 둔산동, 관저동 등도 마찬가지다. 이 곳에 살던 사람들은 고향을 잃고, 육지의 수몰민이 되었다. 개발을 하기 전에 자연마을에 살았던 분들과 함께 마을투어를 하고, 개발 뒤에 사라질 것들을 다 모아서 사진을 찍고, 마을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마을의 스토리로 기억해두면 좋겠다.”며 사라져간 자연마을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이야기 했습니다.
다시 반석천을 따라 충남대학교 후문 죽동 방향으로 걸음을 이어갔습니다. 하류로 갈수록 하천으로 유입되는 영양분이 많기 때문인지 수체의 밑바닥과 바위에 붙어 자라는 부착조류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붉은 토끼풀과 꽃창포, 남천, 아이리스, 붓꽃, 해당화 등 많은 꽃들이 반석천을 오색으로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방울새 한 쌍과 한가로이 먹이를 찾고 있는 쇠백로, 중대백로, 왜가리, 해오라기, 흰뺨검둥오리, 방울새를 보며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며 쉬어갔습니다.
2005년부터 7년간 반석동에 거주하며 자발적으로 반석천 모니터링을 해왔다는 정복희 회원은 “하천의 풀들이 웃자라 저수로 공간이 너무나 좁아 보인다. 수로를 정비하며 여러 가지 계산을 했을텐데 지나치게 물길을 좁게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습니다.
호남고속지선이 지나가는 지점에서는 포크레인 2대가 수로 정비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눈 가리고 아웅’하듯 설치된 오탁 방지막은 제구실을 못하고 방치되고 있었습니다. 이 또한 감독기관인 유성구청에 전화해 현장점검과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일행은 어느덧 죽동을 지나 반석천의 끝자락 장현교에 이르렀습니다. 오늘도 물길을 따라 걸으며 우리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하천에 기대어 살아가는 여러 생명들에 관심을 갖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6월 20일(화)에는 대동천을 찾아갑니다. 개심사부터 널별골을 지나 삼성교까지 약 9km 구간을 함께 걸어볼 예정입니다. 대전충남녹색연합으로 전화하여 참가 신청할 수 있습니다. 대동천 여행에도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사진 : 참가자 김미자, 신옥영, 심경이, 윤영애 님
글 : 육정임 활동가 042-253-3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