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동안 땅속에서
권정생
겨울 동안 땅속에서
이집 저집 엄마들이
밤새워 때때옷 짓느라
손이 손이 바쁘단다.
모두 모두 옷감에 물들이고
요렇게 조렇게 모양도 만들고
꽃다지네 엄마는
쪼꼬맣고 노란 저고리 짓고
제비꽃 엄마는
보랏빛 쪼꼬만 옷을 짓고
냉이네 집엔
형제들이 하도 많아
바빠서 그냥 흰 천으로
백 벌도 넘는 옷을
엄마가 애고 애고
허리 두들겨 가면서 옷을 짓고
민들레랑 엄마랑
조바리랑 씀바귀네 엄마는
가볍게 솜털 옷까지 만들어
홀랑 홀랑 갈아입고
하늘 높이 둥둥 날아 보라고
좀 더 뻐기고 싶어서
자랑하고 싶어서
더 많이 바쁘게 바쁘게
일을 하고
겨울 동안
땅속 마을에선
이렇게 집집마다 엄마들이
예쁜 때대옷 짓느라
밤새 호롱불 켜 놓고
잠도 안 자고
모두가
우리 애기 우리 애기
사랑스러워서
귀여워서
그래서 봄이 되면
때때옷 입고
산에 들에
아기들이 꽃으로 찾아온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