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선공원을 지키는 시민모임 창립선언문

2004년 7월 28일 | 금강/하천

남선공원을 지키는 시민모임 창립선언문
“구시대적 개발관행 극복하고 생명이 넘치는 남선공원 만들자.”
남선공원이 위태롭다. 탄방동, 삼천동 일대는 물론이고 둔산지역 시민에게 생명의 대기와 쉼터를 제공하는 남선공원이 두 번째 개발위기를 맞고 있다.
1997년 서구청이 지역주민과 시민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4만5천평 작은 공원을 헐어 사계절 썰매장과 실내빙상장을 건립했을 때 남선공원은 첫 번째 위기를 맞았고, 2004년 여름, 용도가 폐기된 사계절 썰매장에 실외골프연습장을 건설하려는 서구청의 구시대적 개발행정으로 남선공원의 생태계는 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남선공원은 삭막한 둔산지역에 거주하는 우리들에게는 생명력 넘치는 소중한 공간이다.
아침저녁으로 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1천명에 이를 정도로 남선공원은 둔산지역 시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남선공원에서 시민들은 지친 심신을 쉬고, 정서를 함양하며, 체력을 단련한다.
그래서 시민들은 개장 이래 8년 동안 누적적자 13억5천2백만원1996년 개장이후 2003년까지의 수지분석결과임. ‘남선근린공원 생태계 보호를 위한 종합대책’ 표 6.3-2의 사계절 썰매장의 수지분석표 참조.
을 기록한 사계절 썰매장이 용도폐기되었을 때 시민을 위한 생태공간으로 되돌려질 것을 기대하였다.
그러나 서구청은 이러한 시민들의 기대감을 송두리째 저버리고 썰매장 터에 실외골프연습장 건설을 도모하며 전직 청장이 저지른 정책실패를 지속하는 오류를 범하려 하고 있다.
무엇을 가져다 놓아도 구조적인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체육시설을 건설하는 것, 더구나 골프연습장을 자치단체가 나서 만드는 것은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명분이 없다. 빙상장의 적자를 개선하는 방안으로서의 골프연습장도 명분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서구청은 빙상장의 적자를 개선하는 것이 시민의 세금을 아끼는 것이라는 그럴듯한 구실을 내세우고 있지만 적자개선을 위한 자구노력은 뒤로 한 채 썰매장의 골프연습장 대체를 추진함으로써 진의를 의심하게 하고 있으며, 비록 전 청장의 과실이기는 하지만 썰매장과 빙상장 건설로 인한 재정손실과 환경훼손에 대하여 정책적으로 책임을 다하는 행정을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시민들의 불신을 더하고 있다.
서구청은 시민의 지지가 없는 골프연습장의 타당성을 주장하기에 앞서 남선공원을 주로 이용하는 시민들의 의사가 어디에 있는 지를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시민들은 경제적 능력을 갖춘 소수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과 시설이 아니라 맨손으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도심속 오아시스를 원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인구 50만을 자랑하는 서구가 할 일은 생태계가 취약한 도시공원을 추가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는 도시공간을 창조하는 일이다. 콘크리트가 사방을 뒤덮고 있는 삭막한 도시공간에 활력을 불어넣어 시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는 일이다.
우리는 개발주의 행정이 가져온 폐해를 무수하게 보아왔다. 남선공원의 썰매장과 빙상장도 개발지상주의가 가져온 정책실패다. 그러나 누구도 이 결정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하여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잘못된 정책결정에 대하여 책임을 지기는커녕 개발관행을 답습하는 구태의연한 서구청의 행정에 일침을 가하고,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 가는 주민자치를 실현하기 위하여 남선공원을 지키는 시민운동을 전개하고자 한다.
우리는 서구청이 개발주의 망령에 홀려 위기의 남선공원에 마지막 개발의 칼날을 들이대는 일을 중단시키기 위하여 시민사회의 역량을 결집하여 대응할 것을 선언한다. 그리하여 위기의 남선공원을 지키고 대대손손 후손에게 아름다운 공원을 물려줄 것을 선언한다.
우리의 결의에 찬 목소리를 서구청은 귀담아 듣기를 권고한다.
서구청은 골프연습장 건설계획을 즉시 철회하고, 남선공원의 생태계를 지키고 복원하는데 나서라. 남선공원을 풍요로운 도시공원으로 회복하여 시민은 물론 뭇생명의 보금자리로 되돌려 주라.
2004. 7. 27
남선공원을 지키는 시민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