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천변 꽃잎 떨어진 흙길을 맨발로 걸었더니
발바닥은 흙물과 초록물로 얼룩이다.
어제 내린 적은 비에 잘 다져진 땅은
습기를 머금어 시원하다 못해 시려웠다.
계족산 황톳길처럼 폭신하진 않지만, 모난 잔돌이 거슬린다여기지않고 피해걸으니,
떨어진 소나무 수술들이 포근히 감싸준다.
내 발 아플까 조심히 내려보며 걷다보니,
비로소 낮은곳에서 생을 잇느라 애쓰는 뭍생명들에 눈이 갔다.
나무위에서 줄타고 내려온 자벌레들이 부지런히 기어가고,
거위벌레가 정성껏 만든 요람이 땅에 뒹군다.
한쪽에선 갑천관통도로 공사소음이 상존하지만,
여울 물소리와 새소리가 그를 덮으니
나는 선택적으로 소리를 취하는 재주가 있는 듯 하다.
나는 이 숲속에서 작은 울림마져 일지않고 나직히 걷고있건만,
쏜살같이 내다려오는 자전거족은
마치 제 길이량 나를 비키라 멈추지않는다.
언제 그바퀴에 깔릴 지 모를 자벌레들과 민달팽이를 한옆으로 치워주고,
거위벌레 요람도 풀숲으로 던져준다.
오늘 맨발로 느리게 걷는 행위속에서
자연속 봄의 생명들과 새롭게 만났다.
맨발로 걷는 행위야말로
신발이라는 문명에 길들여진 나를 성찰하는 일이며,
뭍생명을 진정으로 가깝게 만나는 기회임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