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금강둔치 물고기 떼죽음

2010년 1월 27일 | 자연생태계

1월 26일 오후 2시 조금 넘어서 방송국 기자에게 전화가 왔다.지금 공주로 오고 있으니 현장 확인 좀 부탁한다고.
뭔가 큰 일이 터졌다 싶어 부리나케 달려갔다.그렇지 않아도 4대강때문에 바짝 긴장해 있던 터라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현장에 도착하니 시민 제보자가 둔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 분의 안내로 여기저기 둘러보다 사방에서 마치 아이티 난민들과 비슷한 형상의 물고기들의 떼죽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커다란 잉어,붕어,누치뿐만아니라 베스,피라미 크기만한 치어들이 여기저기서 널브러져 있었다.

도대체 겨울동안 이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얼음이 녹기 시작한 지 불과 1주일 밖에 되지않아서 그동안 수많은 공주시민들은 무심코 저 강의 얼음들을 쳐다봤을 것이다.나 또한 마찬가지고.그런데 주변엔 이미 물고기들을 잡아간 듯한 흔적이 남아있었다.이 정도 폐사된 것을 보고도 제보한통 없이 얌체같이 물고기만 잡아간 시민의식을 생각해봤다.

물이 없어서 말라죽은 물고기들. 저 얼음 밑엔 또 얼마나 많은 물고기들이 있을까?

구멍이 뚫린 얼음사이로 여기저기 물고기들의 주검이 보인다.

MBC 방송국 기자들이 도착하기 전 임비호 샘과 이병연 샘이 먼저 왔다.아마도 녹색연합 쪽에서 최초의 제보를 받고 선생님들께 알려주신 것 같다.

맨 오른쪽에 계신 분이 발견시부터 날이 어두워질때까지 현장을 지키신 멋진 제보자님.



얼음 사이로 물고기가 보인다.


모래무지는 아직 조그만 웅덩이에서 삶을 유지하고 있었다.

얼음을 깨자 그 밑에는 참혹한 주검들이 쏟아진다.마치 어시장을 옮겨 놓은 듯하다.저 넓은 얼음 밑에 과연 얼마나 많은 물고기들이 죽어있을까 생각하니 답답하기만 하다.연락을 받은 공주시 관계자들은 잠시 왔다갔을 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환경청에서 현장을 조사하러 왔다.아마도 공주시가 발주한 공사현장을 건설업체에서 방치한 결과 이렇게 된 것 같다고 한다.아무튼 살아있는 물고기들이라도 시급히 살려야 한다는 현실의 과제앞에서 공주시는 늑장을 부린다.

SK건설 7공구 담당 소장님께서 직접 나오셨다.이 분들은 이 공사현장과 전혀 상관없다는데 왜 와서 설명하는 걸까?

KBS 기자가 맨 손으로 얼음을 깨고 고기를 꺼낸다.



결국 일은 공주시가 시작하고,뒷처리는 이 일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SK건설 현장 사람들과 관리자들이 하는 아주 이상한 광경을 연출한다. 생명을 경외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물고기 살림이 아니라 마치 현장을 빨리 없애려는 사람들의 행동인 듯 보인다. 살아있는 물고기들을 한시라도 빨리 살려주고 싶어 어둑어둑해지는 시간까지 자리를 지킨 최초의 시민제보자는 내일도 와서 아직도 어둠속에서 신음하는 물고기들을 살려주는 모습을 확인해야겠다며 돌아갔다.금강에서 한번도 없었던 전대미문의 사건을 접하며 생각없이 하는 준설공사가 이렇게 엄청난 결과를 낳는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출처 :금강환경지킴이    원문보기▶   글쓴이 : 손오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