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운하_지키기_선언문.hwp
강이 살아있다는 증거는 그 힘찬 흐름에 있습니다.
강은 저 혼자 흘러 살아있지 않았습니다.
강은 스스로 제 몸을 굽이쳐서 사람의 삶, 그 터전으로 들어왔고
기꺼이 그 생명과 가진 것을 나누어주며 사람의 생활을 영위하게 해 주었고,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 준 몸과 마음의 모유와 같습니다.
우리 곁을 흐르고 있는 금강 또한 여느 강과 다르지 않습니다.
금강은 기꺼이 우리 삶의 터전이 되어 주었고, 새들의 어머니 품 속이 되었으며, 이 고장의 역사를 묵묵히 바라본 스승과 같이 흐르고 있습니다.
강이 품은 생명력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으며, 그 흘러온 시간은 다시 되돌리거나 앞당길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강의 성실함을 배반하는 한가지 사실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바로 금강운하건설입니다. 운하는 우리에게 생명을 주던 강의 흐름을 막게 될 것입니다.
금강운하는 어머니의 젖가슴에 삽을 대는 것 같이 강이 줄 수 있는 생명력을 파괴하고 강이 기억하고 있는 우리 역사를 되돌릴 수 없게 할 것입니다.
금강운하는 경제의 논리에 빠져 망각해버린 어리석은 이들이 저지르려고 하는 무서운 만행입니다.
그 어리석은 이들의 선두에 대통령이 서서 금강에 삽을 대려하고 있고
그것을 견제하고 금강을 지켜내야 할 이 지역의 파수꾼인 충남도와 대전시는 오히려 부화뇌동하여 이를 도모하려 하고 있습니다.
금강유역에서 살고있는 우리는 이에 대해 모두 분노합니다.
한 번 잃어버리면 다시는 얻을 수 없는 뭇생명들이 죽음의 위기에 처할 것이 눈에 선한데
그들이 목에 힘을 주어 이야기하는 그 경제발전은 우리 살에 와 닿지도 않을 것이 뻔한데
어째서 맹목적으로 운하건설을 강행하려 하는지 우리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우리를 더 분노하게 하는 것은
정부도, 지자체도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는 의지조차 없이 자신들의 의지대로 운하건설을 강행하려는 태도입니다. 마치 이 나라가 누군가의 기업이라도 되는 것처럼, 저들만의 리그를 펼치겠다는 그 뻔뻔스럽고 오만한 태도가 우리들을 더 분노하게 합니다.
금강을 사랑하는 우리는 우리의 생명줄인 금강에 운하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들의 오만함에 따끔한 회초리를 들 것입니다.
이는 우리들의 금강과 이를 터잡아 사는 이 땅의 뭇생명과 우리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위함입니다.
오늘 금강운하백지화를 바라는 아름다운 행진에 참여한 우리 모두는
금강이 우리를 지나 우리 아이들에게도 흘러갈 수 있도록
금강운하백지화를 선언합니다.
2008년 3월 22일
금강운하백지화를 바라는 아름다운행진 참석자 일동
* 지난 물의 날 기념 금강운하백지화를 바라는 아름다운 행진에서 선언한 금강운하백지화 선언문 전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