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심규상 기자
5000여명의 서로 다른 목소리가 함성을 이뤘다. “탄핵 무효!, 국회타도!”를 외치는 목소리가 대전 중앙로를 흔들었다. 13일 집회에 비해 1000여명의 목소리가 더 보태진 것.
휴일인 14일 집회는 평소보다 다소 이른 오후 5시에 시작됐다. 이날 집회에서는 ‘근조 16대 국회’가 새겨진 하얀 풍선이 등장해 분위기를 돋았다.
대전 집회의 백미는 시민발언대. 자발적으로 시민들이 나와 탄핵정국을 보는 소감 등을 기탄 없이 쏟아내 진솔한 시민발언을 듣기 위해 집회장을 찾는 사람들이 있을 만큼 인기가 높다.

이날 시민발언대의 최고 인기는 대전 양지초 6학년 유영지양에게 모아졌다. 정연한 논리로 탄핵정국을 꼬집고 국회의원들의 각성을 촉구, 박수갈채를 독차지 한 것.

유양은 “나이는 어리지만 뉴스를 보고 분통이 터져 같은 반 친구와 함께 나왔다”며 “우리 국민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왜 제 멋대로 갈아 치우냐”고 반문했다. 유양은 “국민들이 힘이 미치지 않는 사실이 분통할 뿐”이라며 “이 자리에서 국민들이 힘이 무섭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양은 또 “남자든 여자든, 나이 적고 많음도 중요하지 않다”며 “모두가 참여해 국회의원들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 깨닫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양과 함께 참여한 같은 반 정해철군은 “뉴스에서 대통령 탄핵 소식을 듣고 친구와 함께 나오게 됐다”며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허락하고 이 자리에 같이 나와 주셨다”고 말했다.
대전 변동에 사는 박모씨는 “평범한 소시민이지만 분통이 터져 거리로 나왔다”며 “딸 아이에게 만큼은 정의가 살아 숨쉬는 그런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대에 선 충남대학교 총학생회장은 “국회에 괴물 3마리가 살고 있다”며 “ 이 괴물들은 청년 실업이 50만에 육박하고 농민들이 폭설에 수입개방에 고통스러워 하는 현실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총선이라는 눈앞의 욕심에만 관심이 있는 백해무익한 짐승”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13일 집회 때와 같이 참석자들은 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하기 위한 거리행진에 나섰다. 행진은 대전역을 출발 동마마트-동양타임월드 4거리를 돌아 홍명상가-대전역으로 이어지는 2km 구간에 이어졌다. 당초 대전역 광장에는 2천여명이 시민들이 자리를 메웠으나 거리행진을 벌이자 시위행렬은 5000여명으로 불어났다. 거리행진은 경찰들도 만족해 할 만큼 두 개 차선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진행됐다.

거리행진 도중 한 시민이 시위행렬을 향해 “버스 길을 막아 버리면 어떡하냐”고 항의하자 함께 버스를 기다리던 다른 시민이 “나라가 처한 위기가 중하지 한 두 시간 집에 늦게 가는 것이 대수냐”며 훈계하는 모습도 보였다.
거리행진을 끝낸 후 대전역에서 만난 한 시민은 “왜 탄핵 오적에 김종필은 포함시키지 않느냐”며 “탄핵안 가결에 일등공신인 김종필과 자민련을 영원히 충청도에서 지워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15일 오후 6시 동방마트 앞에서 촛불시위를 이어가기로 결의하고 조금 전인 오후 8시 10분 경 함성 소리로 끝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