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감싸도는 가을의 끝자락을 걷다

2010년 11월 22일 | 자연생태계

<11월 금강트래킹>

대전을 감싸도는 가을의 끝자락을 걷다

글 / 시민참여국 박은영 부장

새여울과 만나다

쌀쌀한 아침공기가 온 몸의 세포를 새롭게 깨우는 것 같은 늦은 가을. 이번 트래킹의 복병은 김장! 명절과도 같은 김장철이라 오붓한 인원이 트래킹에 참여하였다.
신탄진 노산리에서 서로 몸도 풀고, 얼굴도 보고, 신탄진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트래킹을 시작하였다. 신탄진의 신탄은 새여울이라는 뜻이다. 현충원의 후보지이기도 했을 만큼 자리가 좋았다는 노산리는 금강이 조용하게 흘러들어와 갑천과 만나러 가는 길이기도 했다. 솔밭을 끼고 산길로 들어서니 금강이 훨씬 가까이 보인다. 강 건너에서 이쪽을 보면 벼랑길로 보이는 작은 산길을 오롯이 걸으니 신선이 된 기분이었다.
작년과는 달리 콘크리트 제방이 쌓여 있었는데, 이 제방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갈대밭 등 수변구조가 변해버렸다고 한다. 한 때는 신탄진 해수욕장이라고 불리웠다고 하는데, 자전거도로에, 제방에- 강가에도 수난이다.
갑천과 금강이 만나는 곳에서

산길을 호젓하게 걷고, 손장희 회원의 특별한 간식 오미자 막걸리도 나누고 이제는 강과 나란히 걸어본다. 억새숲이 손 흔들며 우리를 반겼다. 마음 편안한 길이었다. 어깨를 모아 묶인 배추들을 보니 이제 겨울채비를 하는 농가의 모습이 진하게 느껴졌다.
갑자기 하늘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무선조종비행기들이 새들이 쉬고 있는 터 위를 종횡무진하고 있다. 사람이 들어도 신경이 거슬리는 소리인데, 새들은 오죽할까 싶었다.  
금강과 갑천이 만나는 지점, 지금은 목상동 공단이지만 예전에는 꽤 큰 단무지밭이었다고 한다. 갑천이 흘러나는 곳으로 금탄동과 금고동이, 금강이 휘도는 곳으로 청원군 현도면이 자리잡고 있다. 현도면이 보이는 쪽의 금강은 예전에 금모래밭이 넓게 형성되어 있던 곳이었다고 한다. 세월이 가면서 다시 보지 못할 아까운 것들을, 우리는 많이 잃어가는 것 같다.
저 비행기 소리에 새들도 잃어가고 있을지도.
금탄동에서 야생동물길을 걷다

김장준비가 한창이던 금탄동. 마을의 분주한 모습을 뒤로하고 우리는 호젓한 숲길과 다시 만났다. 야생동물이 다니는 강길로 한 번 걸어보자는 대표님 제안에 다들 신발끈을 동여매고 살금살금 강가로 붙어 걷는다. 사람의 발자국이 없고, 풀들이 누워있다. 바위 옆으로 나무들 사이로 동물들의 발자취가 보인다. 트래킹의 매력은 이런데 있다. 혼자서는 절대로 다시 올 수 없는, 매력만점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아, 자화자찬인가?^^) 미끄럽기도 하고, 발목이 시큰거렸지만 내 발소리 자체가 죄스럽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고라니가 지나간 길의 흔적이 군데군데 보였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해서 없는 것처럼 사는 건,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생명의 빛들이, 사람의 삶을 빛나게 해 준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마지막 강 끝자락에서 만난 말조개를 이리저리 만져보며 느끼는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마음에 담았다.
금남벚꽃길, 꽃같은 정을 나누다

마지막 코스는 금남벚꽃길, 꾀꼬리봉을 올라가는 길이기도 한 이 길은 봄에 오면 더 좋을 듯 했다. 늦은 오후에 걷는 내리막, 강길은 왠지 하루를 정리하라고 내 준 길 같다. 부용리와 가까워질수록 새롭게 다가올 한 주의 일들이 생각났다. 아, 무거운 마음!^^
이 무거운 마음을 달래주는 소식이 있었으니, 연기군 임비호 회원님의 마중. 함께 하고 싶었던 마음에 다른 일들이 있었음에도 물리치고 늦게 달려오셨다. 우리 지역에 오셨으니, 인사는 드려야 한다고 정 듬뿍 담긴 먹거리들을 챙겨주셨다. 어찌나 마음이 뿌듯하던지.
처음 참여하셨던 공현주 회원 남편이신 한흥식 선생님은 오늘 트래킹 코스가 남달랐다고, 예전 어머니와 학교가던 추억이 있던 곳이 신탄진이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고 하신다. 우리 곁의 자연이 지켜지길 바라는 건, 사람이 살았던 추억을 잃지 않기 위해서이다. 추억을 다시 돌려볼 수 없는 것처럼, 자연도 한 번 잃으면 다시 찾기 어렵다.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 금강도 지켜져야 하는 것 아닐까.

* 녹색연합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02-28 1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