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생명, 천내습지를 가다

2010년 9월 27일 | 자연생태계

있는 그대로의 생명, 천내습지를 가다

글 / 시민참여국 박은영 부장


금강과 봉황천이 합류하는, 미루나무가 정감있게 살고 있는 금강.
이번 9월 금강트래킹은 대산리의 금강에서 시작되었다. 금강이 오른쪽으로 넓게 흐르고 있고, 하늘은 높고 푸른지라 트래킹하는 마음도 함께 푸른 날이었다. 임도길에서 오늘 함께 걸을 회원들끼리 인사를 나누고 간단한 체조로 걷기를 시작했다.
갈대밭이 아름답던 그 길

  길 옆으로 사람 키 만큼이나 쑥쑥 자란 갈대밭이 가을기분을 물씬나게 했다. 웅덩이에서 만난 연가시를 만져보면서 몸서리를 치기도 했다. 연가시는 곤충의 신경을 자극해서 물가로 이동하게 한 다음 곤충을 물로 뛰어들게 한다. 이렇게 곤충이 물에 빠지면 연가시는 숙주의 몸에서 나와 물속에 알을 낳는다고.
두드럭조개는 임비호 회원의 설명에 의하면 지금은 이래도 약 10년 뒤에는 480만원 상당의 고가생물(?)이 되리라는 예언을 듣고 심현정 간사와 혼수로 챙겼다, 꼭 10년뒤에 시집을 갈 수 밖에 없는 운명?
원골다리를 건너 만난 인공폭포. 시원하게 내려오는 폭포를 보며 간식을 나누어 먹었다. 가을이라 과일이 많았다. 포도와 배, 사과까지. 오랜만에 많은 회원들이 함께 여서 그런지, 아, 먹지 않아도 배부른 기분!
있는 그대로 아름다운 천내습지

영동 가선리에서 점심을 먹고 드디어 금산 천내습지를 보기 위해 이동했다. 이 때부터는 금산지킴이 최병조 선생님이 함께 해 더욱 알찼다. 먼저 금강초등학교 앞 저곡산성에 올라가서 천내습지의 전체모습을 한 번 관망했다. 천내습지는 너비 300m, 길이 1.2㎞인 금강 상류 최대의 습지이지만 외부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멸종위기종인 흰목물떼새가 번식하고, 수달·원앙 등 천연기념물도 관찰된다. 습지 고유의 생태가 살아 있는 곳이지만 최근에 4대강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초류지와 꽃밭조성을 하겠다고 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강물의 양을 조절해주고, 강 생태계의 다양성을 지켜주는, 있는 모습 그대로 생명인 습지이건만, 여기에 사람의 손을 대겠다는 그 심보가 참 안타까웠다.


본격적으로 습지를 걷기 시작했다. 비가 온 뒤라 길이 궂긴 했지만, 탐험가의 기분으로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적막함이 감도는 천내습지는 마치 무언가를 숨겨둔 보물상자처럼 비밀스럽고 신비했다. 이름모를 풀들과 나무들이 우거져, 사람의 발걸음을 주시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길이 궂어도 이것저것 호기심을 내며 살펴보기에 바빴다. 기어이 우리 회원들, 강물에 발을 담그고 나서야 일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대단해요! 용화리에서 일정을 마무리하며 뒤늦게 제원막걸리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몇 분들은 양조장에서 구입하셨다는! ^^;
오는 버스 안에서 나눈 회원들의 소감 덕분에 마음이 뿌듯했다. 습지라서 혹여나 불편하지 않았나 싶었는데 오히려 탐험하는 기분이라 너무 즐거웠다는 분, 진작 매월 참석했어야 하는데 이제야 와서 아쉽다는 분, 즐거움을 노래로 표현해 가슴 설레게 해 주신 분까지. 한 사람이 걷고 보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함께 보고 걷는 것이 주는 힘이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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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연합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02-28 1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