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우산 속에
가을비에 젖은 채 바닥을 메운 은행잎을 밟으며
풍만한 여성같은 요광리은행나무를
기상높은 선비같은 보석사은행나무를
상서로운 남성기운의 영국사은행나무를
옷을 다 벗은
그대로의 몸체를 확인하고 왔습니다.
천년을 한 자리에서
오늘도 한 생명 이어나가는 위대한 몸짓에
경이와 숙연함을 가져봅니다.
그 천년의 위대한 삶 앞에서
우리 짧은 몸짓이나마
천년의 몸체처럼
굵고 위풍있게 살았으면 합니다.
내리내리 품어주는 사랑이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