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5kv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7,650 노동자·시민 선언 참여 요청

2013년 10월 14일 | 기후위기/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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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일 밀양에서는 행정대집행이 시작되었습니다. 핵심부품인 제어케이블의 시험성적서가 위조되었고, 송전탑 인근 주민들의 위암, 간암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정부 조사 보고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한전은 공권력을 동원하여 폭력적인 행정대집행과 공사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밀양의 주민들은 온 몸으로 저항하고, 대한문과 밀양에서는 목숨을 건 단식농성에 들어갔습니다. 많은 노동자·시민들이 이에 함께하고자 밀양에 달려가고 있으나 인권침해도 서슴없이 저지르는 공권력의 횡포에 맞서 공사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밀양 송전탑 건설을 중단하고, 공권력의 인권침해 중단을 촉구하는 ‘765kv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7,650명 노동자·시민 선언’을 통해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의 마음을 모으고, 신문광고 및 투쟁기금 전달 등의 방식으로 밀양의 힘겨운 싸움에 함께하고자 합니다.
밀양 주민들이 생업으로 돌아가고, 송전탑 건설 중단을 촉구할 수 있도록 아래와 같이 서명운동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765kv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7,650명 노동자·시민 선언
(1) 내 용 : 밀양 송전탑 건설 중단, 경찰의 인권침해 중단
(2) 기 간 : 2013년 10월 14일(월)~10월 22일(화)
(3) 신문광고 및 투쟁기금 : 1,000원 이상 하나은행 187-910005-02504 녹색연합
(4) 보낼 곳 : 이메일 hopelabor@jinbo.net 팩스 : 02-312-1638
(5) 문 의 : 비없세 오진호 집행위원(010-7763-1917).
※ 첨 부 : 전체 선언문과 서명지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7,650명의 목소리>
765kv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7,650명 노동자·시민 선언

태풍이 지나간 자리, 벼는 눕고, 감은 떨어집니다. 가을걷이를 앞두고, 벼 타작 소리, 깨 터는 소리, 감 따는 소리로 분주해야 할 밀양은 헬기로 자재 나르는 소리, 전기톱으로 나무 베는 소리, 굴삭기로 땅 파는 소리, 그리고 주민들의 신음소리만 가득합니다. 올해 유달리 대풍을 맞았다는 감은 제 때 거둬드리지 못해 가지 위에서 처연하게 익어갑니다. 밭에서 수확을 해야 할 주민들은 공사를 막기 위해 아침부터 산을 넘습니다. 농기구가 들려 있어야 할 손에는 서늘한 쇠사슬이 들려있고, 그 쇠사슬을 온 몸에 묶습니다. 천막조차 치지 못한 채 태풍을 온 몸으로 맞습니다. 밀양과 대한문에서 죽음을 각오한 단식이 이어집니다. 한전과 정부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와의 원전 수출 계약을 지킨다며, 위약금을 물을 수 없다며 강행한 공사가 낳은 처참한 풍경입니다.
밀양에서 공권력은 최소한의 자제력과 도의마저 잃었습니다. 삶의 지혜가 몸 구석구석에 아로새겨져 있는 주민들은 손자뻘도 되지 않을 경찰의 조롱거리가 됩니다. 길도 없는 산기슭을 몇 시간 동안 헤매 공사장에 도착한 주민들은 경찰에 의해 목이 조이고, 팔이 꺾여 끌려 나옵니다. 힘줄이 늘어지고, 주름진 할매의 손은 경찰의 폭력에 멍으로 물들어갑니다. 10월 2일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행정대집행이라는 이름으로 동원된 3,000명이 넘는 경찰은 이성을 잃은지 오래입니다. 그들이 밀양에 상주한 열흘 남짓 동안 발생한 부상자가 30명이 넘고, 연행자가 10명이 넘습니다. 폭주하는 공권력의 만행은 주민들의 몸 구석구석에 상처를 남겼습니다. 주민들의 가슴에는 몸에 든 것보다 더 큰, 평생 지워지지 않을 멍이 깊어만 갑니다. 공사가 진행 중인 84번, 89번, 95번, 109번, 126번 현장 모두에서 아비규환의 지옥도가 그려지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요구는 ‘보상’이 아닙니다. 자신의 한 평생을 보낸 땅에서 남은 생을 보낼 수 있기를, 이전처럼 농사를 지며 평화롭게 보낼 수 있기를 원했습니다. 제대로 된 대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기를 바랬습니다. 송전탑이 우리 마을을 피해 딴 데로 가서도 안 된다며, 나의 현재보다 모두의 미래를 위해 한전 직원의 발목을 잡고 늘어졌습니다. 돈 몇 푼보다 양심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경찰의 악다구니에 맞섰습니다. 이제 밀양의 외침은 공명을 이뤄 사회 곳곳에 울림을 줬고, 많은 이들이 외면해 온 송전탑 공사의 진실은 드러나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노동자, 시민, 그리고 사회단체들은 조금 더 일찍 함께하지 못한 부끄러움을 담아 밀양의 외침에 응답하려 합니다. 보수언론은 우리의 분노의 실체를 ‘외부세력’이라고 합니다. 주민들의 손으로 직접 재배해 온 농산물을 계속 먹고 싶어 하는 우리를 ‘종북세력’이라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유린당하고 있는 밀양 주민들의 인권을 지켜 달라 외치는 외침을 ‘빨갱이’라 합니다. 그렇다면 저희는 이제 ‘외부세력’이 되겠습니다. 이제야 나서는 것이 부끄럽고, 창피하지만 지금이라도 함께하겠습니다. 한전과 경찰이 우리의 저항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한전은 지금 당장 송전탑 공사를 지금 당장 중단하고, 주민들과 대화에 나서라.
경찰은 인권침해를 지금 즉각 중단하고, 밀양주민들의 삶의 터전에서 즉각 물러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