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오월드는 시설 유지와 관람객 유치를 위한
전시목적의 개체 번식을 멈추고,
생명을 보호하고 돌보는 시설로 거듭나길 바란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시민들과 함께 대전 오월드 내 주랜드와 버드랜드 등 동물원-야생동물의 사육환경 및 전시환경 개선 촉구를 위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 20일 진행한 모니터링에서는 사막여우, 아무르표범, 훔볼트펭귄, 미어캣, 홍학, 반달가슴곰, 유럽불곰, 호랑이 등을 모니터링한 결과 해당 개체의 생태와 맞지 않고, 지내기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 여전히 그대로 유지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달가슴곰과 유럽불곰의 경우 더운 날씨에 그늘을 피할 곳 하나 없는 방사장 환경이 눈에 띄었다. 두 종 모두 벽과 바닥이 시멘트로 되어있었다. 또 나무 한 그루와 작은 시멘트 연못이 있는 열린 방사장에 전시되어 있었고, 내실로 들어가는 문이 닫혀 있었다. 나무는 그늘을 전혀 만들지 못할 정도로 수관이 작았으며 근처로 갈 수 없도록 줄로 둘러싸여 있었다.
반달가슴곰 한 개체와 유럽불곰 두 개체는 뜨거운 햇볕 아래 누워 움직이지 않고 잠을 잤고, 유럽불곰 한 개체가 방사장의 특정한 공간을 빙글빙글 돌다가 내실 문 쪽으로 가서 문을 손으로 미는 행동을 반복했다. 대전오월드의 방사장은 깊은 산에 살며 그늘이나 동굴, 바위틈 등에서 더위를 피하는 반달가슴곰의 습성이나 높은 위도에 서식하는 유럽불곰의 습성과 전혀 맞지 않았다.
습성에 맞지 않는 환경은 비단 곰들뿐 아니다. 호랑이의 경우 생태해설이라는 명목하에 먹이를 던져주며 관람객의 호응을 유도하는 전시에 노출되어 있고, 야행성으로 청각이 민감하고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아무르표범 역시 한낮에 사방이 열려 관람객의 시선을 피할 장치나 공간이 없고, 바로 앞에 노래가 나오는 스피커가 있는 방사장에 전시됨으로써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대전오월드에서 전시목적의 개체 번식이 시행된다는 점이다. 이날 모니터링 시 번식기인 사막여우는 수컷 1개체가 암컷 1개체를 집요하게 괴롭히며 짝짓기 행위를 하고 있었다. 암컷 개체의 등부터 양쪽 배까지 이미 상처가 난 상태여서 근처에 있던 사육사에게 암컷 개체의 건강 상태를 위해 개체 분리를 요청했고 그 자리에서 개체 분리가 바로 이루어졌다. 암컷의 상태와 분리 상황을 확인하고자 한 4월 23일 대전오월드와의 통화 결과 ‘해당 수컷 개체는 번식기에 유난히 사나워지는 편이며, 암컷 개체는 짝짓기 행위 때문이 아니라 기존에 다른 개체와의 싸움으로 상처가 난 것’이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또 번식시키는 이유를 묻자 ‘번식을 하지 않으면 해당 종이 자연사하면서 보유종이 줄어든다’고 답했다. 이는 대전오월드 내 동물들을 시설 유지와 관람객 유치를 위한 대상으로밖에 취급하지 않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동물원은 이미 자유가 박탈된 생명들의 장소이다. 자유롭게 이동하고 생활하는 동물들이 극히 제한된 인공적 공간에서 생활하는 자체가 학대임을 대전오월드는 왜 모르는가? 더구나 대전오월드에 있는 대부분의 동물은 이곳이 원서식지가 아님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원서식 환경과 동떨어진 곳에 가둔 동물을 번식시키는 것은 종 보전이나 연구 등의 기능을 할 수 없다.* 애초에 종 보전은 당장 동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안정적인 서식지를 확보해야 가능한 일이다. 자연으로 돌려보내지 못하는 동물원 번식은 전시를 통한 이윤 추구 외 다른 목적이 있을 수 없다. 동물을 감금시켜 돈을 버는 행위는 구체적이고, 독립적이며 고유한 생명체로 존재하지 못하게 만들며, 비인간 생명을 한낱 사물과 같은 위치로, 인간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 전락시킨다.
동물원은 인간이 아닌 비인간동물을 돌보는 돌봄의 장소이다. 이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동물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대할 때 갈비뼈 사자 바람이와 같은 비극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생명을 생명으로 인식하지 않고, 그 존엄성을 훼손할 때 그 폭력의 사고는 또 다른 생명인 우리 자신을 생명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대전오월드를 찾는 관람객은 대부분 영유아를 동반한 가족이다. 어린이들에게 갇힌 동물을 보여주는 것이 생명을 대하는 왜곡된 시선을 길러줌을 인식하고, 그곳에서 다시는 평생 갇혀서 살아야 하는 생명을 만들지 않는 것이 타 존재에 대한 올바른 관계를 맺는 첫걸음임을 대전오월드가 하루빨리 깨닫기를 바란다.
2025년 4월 24일
대전충남녹색연합
*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동물원 번식이 종 보전이 아닌 유전적 측면의 이유들’ https://projectmoonbear.org/library/?bmode=view&idx=40600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