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 마지막 주 토요일, 세계 개구리 보호의 날
기후위기와 도시 개발에 밀려 서식지 훼손, 로드킬 등 위협
대전시 지정 보호 야생생물 큰산개구리 두꺼비 도롱뇽 등 보전 대책 필요
매년 4월 마지막 주 토요일은 세계 개구리 보호의 날이다. 개구리는 물과 뭍을 오가면서 서식하는 양서류로, 기후변화에 민감해 기후변화 지표종으로 불린다. 또한 생태계 먹이망에서 중간자 역할을 하면서 생태계의 건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척도다. 온도 상승, 강수량 변화 등에 따른 서식 환경 변화와 도시 확장, 수질ㆍ토양 오염에 따른 서식지 파괴로 개구리 개체수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개구리 보호의 날은 개구리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2009년부터 시작됐다.
대전시 자연환경보전조례에 따르면 시는 관할구역 내에서 멸종위기에 있거나 개체 수가 현저하게 감소하는 동·식물을 보호야생동·식물로 지정할 수 있다. 또, 보호야생동·식물을 지정하는 경우는 보호야생동·식물 보호대책을 수립·시행해야 하고 야생동·식물보호법 제33조 규정에 따라 야생동·식물보호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 대전시는 두꺼비와 큰산개구리를 대전시 보호 야생생물로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전시가 실질적인 보호 대책 이행없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도시개발로 인해 서식지는 날로 줄어가고 그나마 보전되고 있는 서식지들도 로드킬 등으로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두꺼비의 경우, 번식기간에는 육상생활을 하다가 태어난 장소인 저수지나 웅덩이에서 번식한다. 대전에서는 식장산 세천저수지, 계족산 읍내방죽, 서구 방동 저수지 등이 대형 서식지다. 등산로로 조성되어 있는 세천저수지를 제외한 방동저수지, 읍내방죽에서는 매년 번식기마다 로드킬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나마 방동저수지는 최근 유성구에서 생태통로를 조성하면서 로드킬이 줄고 있지만, 읍내방죽은 행정의 미온적 대처로 로드킬이 다발하고 있다. 2024년에는 원인을 알수 없는 아성체 괴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큰산개구리의 경우 대청호 인근, 갑천국가습지 내, 식장산 세천공원 등 지역에 두루 서식하고 있지만 최근 그 개체수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특히 세천저수지 하부 바닥보호공 웅덩이는 매년 큰 규모의 무리가 번식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으나, 하류 공원주차장 공사로 인한 환경 변화로 개체수가 크게 감소했다. 번식 기간인 2월부터 6월 중 공사는 피했어야 한다. 그뿐 아니라 양안이 수직으로 만들어진 배수로에 빠져 폐사하거나, 세천공원 방문 차량들로 인해 로드킬당하는 사례가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매년 큰산개구리 산란시기 모니터링, 두꺼비 로드킬 모니터링, 맹꽁이 서식지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행정에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2022년에는 세천저수지에 직접 호일매트를 설치해 큰산개구리의 이동을 도왔고, 이후 대전공원관리사업소에서 직접 개구리 사다리를 설치했다. 두꺼비 로드킬이 다발하는 읍내방죽에는 로드킬 주의 안내표지판과 서식 안내표지판이 설치됐고, 방동저수지에는 유도펜스와 생태통로를 설치했다. 특히 유성구는 방동저수지 생태통로설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실제적인 로드킬 발생을 저감하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보호 야생동물로 지정한 종의 개체수 감소와 서식지 훼손에 대해, 야생동물 보호구역 지정 등의 보다 더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읍내방죽은 대전시와 대덕구가 두꺼비의 로드킬을 현장에서 함께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사유지 문제 해결을 꺼려하면서 시와 구가 책임 떠넘기기를 반복하고 있다. 조례에 명시되어 있는 보호야생생물 보전대책과 그에 대한 예산과 대책을 면밀하게 수립하여 시행해야 할 주체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도시 설계를 위해 생물다양성의 보전은 핵심적인 가치다.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2024-2028]은 2030년까지 육상과 해상 각 30%를 생태우수지역으로 지정 확대할 것을 주요 성과목표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실상은 육상 17%, 해양 1.8% 지정에 불과하다. 보호구역 지정은커녕 전국에 공항, 산업단지 등의 개발계획만 남발하고 있다. 대전시도 보문산 난개발, 산업단지 개발, 근린공원부지에 대형 공연장 건설 추진 등 개발에 매몰된 행태가 다르지 않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축의 하나인 생물다양성이 위협받고 있다. 위기와 문제에 시민의 눈을 가리고 실질적인 대책 없이 남발하는 목표설정은 무의미하다.
대전은 3대하천을 중심으로 산지와 하천 생태가 두루 어우러져 양서류 서식에 유리한 환경을 지니고 있다. 여느 도시에 비해 대전시가 누리고 있는 생태적 혜택이 분명하다. 지금도 인근 웅덩이에서 참개구리 울음소리가 정겹게 들린다. 개구리 보호의 날을 맞아 자연환경보전조례, 보호야생생물 보전대책에 대한 대전시의 역할 재정립과 실질적인 이행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2025년 4월 24일
대전충남녹색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