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녹조 ‘WHO 기준치 68배’ / ‘조류경보제 대발생 3배’ 수준
녹조라떼 강에서 수상스키 등 물놀이… 환경부는 수수방관
윤석열 정부는 4대강 보 수문 개방 등 녹조 저감 대책 마련하라
기후 이상 현상으로 사상 최고 폭염 기록이 연일 갱신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은 소양호, 팔당호를 비롯해 낙동강, 영산강 등 전국에 창궐한 녹조로 인해 불안에 떨었다. 녹조의 독은 농작물·어패류는 물론, 호흡기로 들어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가 국내외에서 나오고 있는데도, 국가 물정책은 아무런 대책없이 표류하고 있다.
지난 8월 26일,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은 대청호를 포함, 금강유역 3개 지점의 물을 채수해 녹조류 남세균의 발생 정도와 그에 포함된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의 농도 검사를 부경대학교에 의뢰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대청호 문의취수장에선 녹조제거선과 수차 20여대가 쉬지 않고 작동하고 있었지만, 이미 대청호를 잠식한 녹조를 제거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채수 당시 문의취수장 인근의 온도는 29도였지만, 대청호의 수온은 31.4도로 달궈져 있었다. 검사 결과, 대청호의 남세균 세포수는 108만셀/ml였고, 마이크로시스틴의 농도는 1,221ppb였다. 같은 날 환경부의 조사 발표 수치는 36분의 1 수준인 3만셀/ml미만이었다.
백제보 하류 강경포구의 상황은 그보다 훨씬 심각했다. 포구 인근에 도착하자마자 악취가 진동했고, 눈으로 보기에도 걸쭉한 녹조가 금강을 뒤덮었다. 채수 당시 상온은 30도, 수온은 34.6도 였다. 하굿둑에 막혀 유속을 잃은 금강은, 녹조가 가득한 상태에서도 강렬한 햇빛에 속수무책으로 달궈지고 있었다.
강경포구의 남세균 세포수는 296만셀/ml,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1,634ppb였다. 우리나라 조류경보제 대발생 수치인 100만셀/ml의 세배에 달하는 수치다. 미국의 경우 8ppb, WHO 기준으로는 24ppb면 수상레저활동이 금지된다. 그러나 이날 강경포구에서는 WHO 기준치의 68배에 달하는 독성 녹조에서, 수상스키를 비롯한 각종 레저활동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수문이 개방되어 그나마 유속이 확보된 세종보 구간의 상황은 앞선 두 곳보다 양호했다. 상온 31도의 날씨에 수온은 29.1도를 나타냈다. 남세균 10만셀/ml, 마이크로시스틴 농도 0.48ppb로 대청호와 강경포구포에 비해 큰 차이를 보였다. 물을 흐르게 하는 것만으로도 녹조 저감에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만셀/ml는 우리 나라 조류경보제 상으로 대발생 전단계인 경계에 해당하는 수치다. 수문이 열려있는 세종보조차 녹조에 있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녹조에는 여러 종류의 독성물질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 중 마이크로시스틴은 현존하는 독성물질 중 다이옥신 다음가는 독성 물질로, 청산가리의 6,200배에 달하는 극독성 물질이다. 간독성, 신경독성, 생식독성을 가지고 있어, 그야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건강을 위협한다. 직접 섭취는 물론, 공기 중 확산, 농산물과의 역학 관계에 대한 우려로 해외에서는 관련 연구 결과가 수두룩하다. 450만 대전, 세종, 충청 주민의 식수원인 대청호의 취수장 앞까지 심각한 녹조가 창궐했음에도, 정부는 수차 20여대와 녹조제거선으로 눈가리고 아웅하고 있다. 게다가, 녹조가 창궐한 강에서 국민들이 수상 레저를 하고 있는데도 아무런 제제를 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토록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친수구간 조류경보제는 4대강 전 유역에 단 5개소가 운영되고 있을뿐이고, 그마저 낙동강 3개소와 금강 1개소는 올 6월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했을 뿐이다. 물론, 이번 조사에 포함된 강경포구 등 심각한 녹조발생 구간은, 아예 조사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 또한, 환경부의 발표 녹조수치는 보철거시민행동 등 시민단체 조사 결과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채수 지점, 채수 방식 등에 대한 적정성에 의구심을 갖게한다.
문제는 정부의 의지에 있다. 물을 흐르게 하는 것만으로도 수온을 낮추고 녹조의 대발생을 저감할 수 있다. 108만셀/ml의 녹조가 대청호로부터 흘러내려와 세종보 인근에서는 10만셀/ml로 개선된다. 그러나 하굿둑에 막힌 금강이 유속을 잃는 순간, 다시 녹조는 창궐하고 있다. 8개 보가 설치된 낙동강도 올해 최악의 녹조 상태를 보이고있으며, 매일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대청호는 450만 대전, 세종, 충청 지역 주민들의 식수원이며, 낙동강은 1300만 영남 주민의 식수원과 농업용수로 사용된다. 그럼에도 정부는 보 처리방안 마련은 커녕, 유일하게 열려있는 세종보에 대해서도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상수원 보호 구역 규제를 완화하는 등 녹조 위협에 대한 안전 불감증을 보이고 있다.
국가 물정책이 거꾸로 흐르고 있다. 녹조에 대한 우려가 극에 달한 지금, 정부는 발빠르게 대책을 마련해야한다. 낙동강 8개 보를 비롯해, 하굿둑 등 수문을 개방하고 시급히 녹조를 개선시켜야한다. 뿐만아니라, 녹조 경보제 구간을 확장해 세밀하게 조사하고, 수변활동 금지 등의 조치를 통해 국민들에 관련 정보를 알려야한다. 장기적으로는 기후대응댐 등 하천 구조물 설치를 지양하고, 안전한 식수원 확보를 위한 물정책의 획기적인 개선이 필수적이다.
우리는 전국을 뒤덮은 녹조의 위협 앞에서, 정부의 부재를 경험하고 있다. 국민을 보호해야할 정부는 어디에 있는가. 4대강이 16개 보에 가로막혀 녹조가 창궐하고 자연생태계가 무분별하게 파괴되고 있는데, 최후 보루이어야 할 환경부가 보와 댐 건설, 준설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는 국민 안전을 방치하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윤석열 정부는 세종보와 공주보 재가동 계획을 전면 중단하라.
- 4대강 16개 보의 수문을 당장 개방하고, 녹조문제를 해결하라.
- 댐 추가 건설, 하천 준설 등 우리 강 죽이는 토건사업 중단하고 물정책을 정상화하라.
2024년 9월 10일
더불어민주당 박해철·강준현·박수현·박정현 국회의원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