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록편지-사랑으로 지킨 금강 고마나루의 6일

2023년 9월 26일 | 미분류

 

 

임도훈 활동가

고마나루는 금강 중하류 공주보 상류에 위치한 국가 명승지에요. 사랑하는 님을 기다리는 곰의 전설이 있는 옛 이름 웅진, 지금은 공주에 위치한 금빛 모래사장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지요. 사대강 사업으로 공주보가 건설되고 수문이 닫히면서, 고마나루 금 모래사장은 모두 수몰되었습니다. 목구멍, 허리가 막힌 금강은 녹조라테, 물살이 떼죽음 등의 병세를 보였고, 금강을 사랑하는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등의 치열하고 오랜 투쟁으로 2018년 드디어 세종보와 공주보 개방을 이끌어냈습니다. 수문을 열자 금강은 금방 모래사장을 다시 드러내고, 돌아온 생명들을 품어주었습니다.

 

공주시는 2018년부터, 공주보 개방 상태에서 백제문화제 개최를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2023년 올해로 다섯 번째 약속을 어겼고, 올해는 언제 수문을 닫는지, 언제 개방하는지 아무것도 밝히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수문을 닫아버렸습니다. 지금 고마나루, 그리고 그곳 생명들은 모두 수장되었습니다.

 

수문을 닫는 것으로 예정되었던 하루 전인 10일, 아직은 발가락을 부드럽게 감싸는 고마나루 모래사장 위에 천막을 차렸습니다. 우리는 민관 합의 내용인 ‘개방 상태 문화제 개최 방안 마련, 용역 실시’의 근거, 약속을 어기고 공주보 수문을 닫아야만 하는 근거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천막 농성 3일째, 14일 오후 2시, 공주시는 우리 요구에 대한 답변 대신, 100여 명의 폭력 공무원들을 끌고 와서 천막을 무참히 뜯어냈습니다. 18명의 시민, 활동가들은 천막을 붙들고 부당함을 외쳤지만, 그들의 잔인한 폭력 앞에 우리는 치를 떨었습니다.

 

천막을 빼앗겼지만 우리는 고마나루에 남았습니다. 환경부와 공주시는 사람이 있건 없건, 수문을 닫았습니다. 물이 점점 차오르는 고마나루에서 우리는 약속을 지키라고 외쳤습니다. 그러나 가슴까지 물이 차오르도록 정부는 응답하지 않고 수문 폐쇄 버튼을 눌렀습니다. 결국 고마나루는 전부 물에 잠겼습니다.

 

우리는 맨몸이었지만, 사랑으로 6일을 지켜냈습니다. 고작 6일이 아니고, 국가 공권력의 폭력 앞에 6일씩이나 버텼습니다. 함께해 준 동지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매일 밤 두려움에 떨었을 것이고, 끼니도 때우지 못했을 것이고, 유머를 잃은 체 초췌하게 말라갔을 겁니다. 덕분에 버텼습니다.

 

이번 공주보 담수, 고마나루의 수몰은 금강의 일이 아닙니다. 백제문화제, 공주시를 핑계로 보 존치 보 활용을 주장하고, 결국 우리 강의 자연성 회복, 4대강 사업에 대한 공과를 속이려는 것입니다. 세종보와 공주보, 가장 오래 개방했고 그로 인해 가장 회복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금강의 수문마저 닫히게 된다면, 우리의 강, 허리를 잘라내고 있는 16개 보를 개방하고 철거하는 일은 더욱 소원해질 것입니다. 당장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 취소를 철회하고 이행해야 합니다. 나아가 녹조가 창궐한 낙동강 수문을 개방하고, 한강·낙동강 보 처리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수문이 개방된 금모래 건강한 고마나루에서 생명과 함께하는 의미 있는 문화제를 개최할 수 있습니다. 20일 축제를 위해 천년 고마나루를 망가뜨려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스스로 대변하지 못하는 생명의 편에 서서 그들의 권리를 대변할 것입니다. 그 자리에 함께 서신 회원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임도훈 활동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