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재해 예방은 구실일 뿐, 하천 준설 사업 중단하라

2021년 8월 23일 | 금강/하천, 메인-공지

대전광역시 재해 예방 내세워 근거 없는 하천 준설

갑천 정림지구 상류 하중도, 재해와 아무런 연관 없어

데이터에 근거해 치밀한 재해 예방, 생태하천 계획 세워야

 지난 8월 9일, 갑천1지구 정림동 일대에서 하천 준설작업이 벌어지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을 찾았다. 해당 지역은 2020년 7월 집중강우로 인해 재산은 물론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던 지역으로, 대전시는 하도 복원 및 재해 예방을 명분으로 준설 작업을 시행했다. 수달이 서식하고 십 여종의 어종이 헤엄치던 침수교 상류 하중도는 이미 준설되어 지저분한 잔해만 남아있었다.

대전시는 재해예방을 준설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대전시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 오히려 관련 기관들은 2020년 갑천 정림지구의 재해는 낮은 지대의 피해지역에 인근에서 유입된 유입수가 원활하게 배출되지 못하면서 발생했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이에 따라 서구청은 지난 18일 저지대와 고지대의 배수체계 분리, 하수도관 개량, 역류 방지 수문 설치를 골자로 하는 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 추진을 시작했다. 하지만 오히려 대전시 행정은 서구의 행정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하중도가 물의 흐름을 방해하면서 물이 넘쳤다고 주장하지만, 100년 빈도 홍수를 대비해 축조한 제방은 3, 4m의 여유고가 있었다. 오히려 물의 흐름을 방해하고 저질토를 퇴적시켜 배수를 저해한 것은 농업용으로 축조된 태봉보다. 태봉보 상류에 퇴적토가 쌓이면서 배관 배출구를 막아 배수를 방해하고, 집중강우로 인해 유량이 많아지면 물의 흐름을 방해하면서 유속을 감소시킨다. 따라서 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태봉보 상류 바닥에 쌓인 퇴적토를 걷어내 배수 능력을 회복시키고, 필요에 따라 배수로를 태봉보 하류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에 더하여 그 밖에 저지대로 유입되는 유입수를 분산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재해예방책인 것이다.

대전시가 재해 예방을 고려한다면 태봉보와 같은 용도 상실 하천횡단시설물의 기능을 재평가해, 불필요한 시설물은 과감하게 철거해야 한다. 철거 이후 하상의 변화를 살펴 준설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하천시설물이 있는 한 퇴적은 반복되고, 퇴적토에 식생이 자리 잡으면 또다시 하중도가 생기게 된다. 이번과 같은 빈약한 근거로 준설을 실시한다면 매년 이유 없이 토목사업이 반복될 것이고, 하천생태계는 남아나지 않게 될 것이다. 무의미하게 혈세가 버려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하천 준설은 생태계에 큰 충격이 있고, 복원이 어려워 선제적으로 시행할 사항이 아니다. 이번 준설지역 또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수달이 자주 목격되는 곳이고, 모래와 자갈로 이루어진 여울이 발달해 다양한 어종의 서식이 발견된 곳이다. 하지만 대전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보호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준설을 강행했다.

게다가 대전시는 준설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환경단체가 재해 예방을 반대하고 나선 것처럼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다시 재해가 발생하면 반대 주민들과 환경단체가 책임질 거냐?”는 질문은 행정이 해야 할 말이 아니다. 환경단체와 준설 반대 주민들은 재해 예방을 막은 것이 아닌, 의미 없는 예산 투입을 줄이고 하천 환경 보전과 실질적인 재해 예방을 위한 제안인 것이다. 재해 원인 분석 결과에 따라 데이터를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대전시 행정의 의무이다. 합당한 예산 집행을 위해서는 더 치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준설 반대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의견을 행정의 게으름을 변명하는데 내세우는 것이야말로 부끄러운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거버넌스는 행정의 구실을 갖추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이번 준설 강행은 물론, ‘3대하천 도심 속 푸른 물길 그린뉴딜’의 추진과정에서 드러나듯, 대전시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하천정책을 전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되려 기본적인 방향 설정조차 하지 못하고 구시대 토목사업을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전시의 하천 행정은 전반적인 난맥상에 있다.

인류가 당면한 기후위기는 전혀 예상치 못한 환경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원론적인 이야기만 반복하면서 도래할 수 있는 재앙을 대비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오롯이 주민들의 몫이 된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대전시의 반복되는 일방 행정과, 퇴보하는 하천 정책 방향을 좌시할 수 없다. 대전시는 하천 생태를 파괴하면서 예산을 낭비하는 준설 계획 당장 중단하고, 지속가능한 하천 관리 방안 마련하라.

2021년 8월 22일

대전충남녹색연합

(공동대표 : 김은정, 문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