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갑천 개발, 공익성이 우선

2016년 1월 7일 | 자연생태계

[내일신문] 대전 갑천 개발, 공익성이 우선

 

글 /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2016-01-05 11:08:27 게재
지난해 12월 29일 대전에서 뜻 깊은 일이 일어났다. 2016년 새해를 이틀 앞두고 대전시와 시민대책위가 ‘도안 갑천지구 친수구역 개발사업'(갑천개발사업)의 해법을 찾기 위해 민관검토위원회 구성을 합의하고 공동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대전시와 시민대책위는 이 자리에서 “민·관검토위를 통해 갑천개발사업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평가, 대책연구와 검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대전시의 지속가능한 도시정책 사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수년째 마찰을 빚어오던 갑천개발사업의 실마리가 풀리는 순간이었다.
갑천개발사업은 대전시 서구 도안동과 원신흥동 일대 갑천 주변 농경지(85만600㎡)에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가 2018년까지 5037억원을 투입, 인공호수공원 조성과 호수공원 조성 비용 마련을 위해 5500세대 아파트를 짓겠다는 사업이다. 민선5기 염홍철 전 대전시장이 4대강 악법인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갑천은 대전의 허파이며 생태섬
대전시와 도시공사가 갑천개발사업을 강행하자 지역주민과 시민사회는 반발하고 나섰다. 대전시 등과 지역주민·시민사회의 대결은 민선6기에 들어서도 멈추지 않았다. 2015년 2월 민선6기 권선택 시장이 취임했지만 선거 당시 약속한 갑천개발사업에 대한 검토작업 없이 재추진되었기 때문이다.
지역주민과 시민사회가 대전시청을 점거하면서까지 반발하고 나선 이유는 이곳이 대전의 허파, 생태섬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갑천지구 일대인 만년교에서 가수원교 구간의 갑천과 월평공원은 800여종 이상의 야생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대전 한복판 생태섬이다. 천연기념물 미호종개, 수달, 황조롱이와 멸종위기종 맹꽁이, 흰목물떼새 등 법적보호종도 다수 서식하고 있어 생태적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또 경관 기능은 물론 대기오염물질 및 온실가스 저감, 여름철 도시온도 상승 억제, 습도 조절 등 대전의 허파와 같은 기능을 하는 곳으로 대전시와 환경부도 이런 가치를 인정해 현재 습지호호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특히 대전 도심의 마지막 남은 농경지로 한밭의 역사성과 정체성이 남아 있는 유일한 토지가 갑천지구다. 신도시 건설로 원도심인 동구와 중구, 대덕구의 공동화 가속화는 불을 본 듯 뻔한 상황이었다.
좀처럼 좁혀지지 않던 갑천개발사업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은 시민대책위가 제안한 사업대책과 대안마련을 위한 민·관검토위 구성을 대전시가 수용하면서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결국 권선택 시장은 최근 시민대책위가 제안한 전제조건들 △검토위원회 대책마련 전 실시설계 보류 △대안마련을 위한 연구사업 진행 및 연구결과 실시설계 반영 △지역주민 주거개선 및 농업 등 주민 참여방안 검토 △연구조사 결과에 따라 사업계획 변경 가능 △검토위원회 논의과정 및 결과의 대전시민 공개를 수용했고 시민대책위와 민관검토위원회 구성을 합의했다.
하지만 민관검토위 구성은 시작에 불과하다. 정작 중요한 것은 과정과 결과다. 개발사업을 할 것이냐 마느냐는 수준의 검토가 되어서는 안된다.
민관검토위 구성, 새로운 출발
갑천개발사업은 일반 민간기업이 추진하는 사업이 아니다.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가 추진하는 공적 개발사업이다. 대전시 예산과 지방공기업의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무엇보다 공익성이 검토의 잣대가 돼야 한다. 개발사업의 공익적 가치나 공공성은 이 사업을 검토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과 원칙이다. 대책과 대안마련에도 이 같은 기준과 원칙은 반드시 필요하다.
또 지역적으로 이 지역에 대한 생태적 가치가, 시기적으로는 주택공급 과잉시대에 과연 신도시 개발이 맞는지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150만 대전시민의 눈이 민관검토위를 지켜보고 있다.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