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임도훈 활동가입니다.
자주 얼굴로 만나고 소통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많이 아쉽습니다. 그나마 이렇게 편지로라도 소식을 전할 수 있어 다행이에요.
저는 대전충남녹색연합에서 자연생태팀 활동을 하고 있어요. 금강, 보문산, 3대 하천을 다니면서 현장 조사를 합니다. 4월이면 버드나무는 초록 싹을 틔우고 꽃들이 만발해서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지요. 모래와 자갈이 어우러진 하천 여울에서는 가만히 귀 기울이면 쫄쫄쫄 예쁜 소리가 납니다. 작년 5월에 편지로 소식을 전해드렸던 물떼새들이 둥지를 틀기 위해 바쁘게 자갈밭을 오다닙니다.
한편 4월은 아프기도 하지요. 우리는 4.3 항쟁의 아픔과 아직 진실을 밝히지 못한 세월호 참사를 경험했습니다. 그와 꼭 같이, 자연도 아픔에 노출되어 있어요. 환경부는 5년 동안 개방했던 세종보와 공주보를 재가동하기 위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시 수문을 닫으면 지금 물떼새들이 둥지를 트는 모래와 자갈밭은 다시 물 아래로 수몰되고 맙니다. 수달 고라니가 뛰놀던 모래섬도 사라지고요. 그리고 예전 그 악취 나는 녹조와 뻘밭이 고스란히 재연될 겁니다.
4대강 16개 보 중에 유일하게 금강만이 장기간 보 개방으로 가까스로 몸을 회복했어요. 이제 다시 수문이 닫히면 언제 다시 열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매년 녹조가 창궐하는 낙동강은 수문조차 열기 힘듭니다. 아직도 4대강 사업을 정치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반드시 보 수문이 닫히는 것을 막아내려 합니다.
지금 정부는 10년 넘는 모니터링과 국민적 논의를 거친 보 처리방안을 불법적으로 취소하고, 자연성 회복을 기조로 세워진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엉망으로 변경했습니다. 이제 강에 댐을 추가로 건설하고, 우리 강들을 준설하겠다고 합니다. 대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사람은 끊임없이 자기의 권리를 주장합니다. 마치 지구 모든 존재가 인간의 소유라도 되는 것처럼 아랑곳하지 않고 이용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뭍 생명들 편에 서려고 합니다. 우리는 보았습니다. 작고 약하지만 너무나 소중한 도시 산림의 생명들, 막힌 수문을 개방하자 회복되는 물과 거기 깃들어 사는 무수한 물살이들을 보았습니다. 그들을 지켜야겠습니다. 더불어 사는 길을 찾아야겠습니다.
‘정부’, ‘인간의 욕심’에 비하면 녹색연합이라는 단체는 아주 작고 약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끝까지 사랑할 겁니다. 그래서 사랑이 이긴다는 것을 보여줄 겁니다. 좋은 날 자연에 함께 들어 우리를 품어주는 자연을 함께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안녕하세요!
대전충남녹색연합 임도훈 활동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