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금 주고도 바꿀 수 없는 바다여, 갯벌이여!

2003년 7월 10일 | 자연생태계

2003 전국회원한마당 풍경
“천만금 주고도 바꿀 수 없는 바다여, 갯벌이여!”


지난 7월 5, 6일에 변산반도 임해 수련원과 해창 갯벌에서 전국 녹색인들의 만남의 장이 열렸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여는 자리여서인지 전국에서 모인 회원들 간에는 서먹한 기운은 적었고, 마치 투사들의 집회처럼 새만금을 살리고자 하는 의지만이 불타올랐다.

서울, 부산, 대전, 광주, 공주, 인천 등 전국에서 온 녹색연합 대표들과 회원들이 서로 인사를 하고 전반기 녹색연합의 활동내용을 담은 비디오를 상영했다. 녹색순례, 음식이 세상을 바꾼다. 새만금 등 전국이 공통으로 진행했던 사업이 차례로 선뵈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장산곶매’ ‘한열이를 살려내라’ 등의 걸개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최병수 님의 슬라이드 강의가 있었다. 회원들의 날카로운 질문들을 웃음과 여유로 받아 넘기는 모습이 사뭇 인상적이었다. 한편, 식당에서는
“고기보다 맛있는 채식요리”의 저자 정인봉 님의 ‘두부케이크 만들기’ 강좌가 있었다. 먹을 것이 풍부해진 시대지만, 육류와 인스턴트 식품에 점령당한 우리의 먹거리 문화를 돌아보게된다. 서구음식에 길들여져 있는 아이들의 입맛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겠다.
같은 시간에 지하 소강당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노래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전래 놀이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아이들의 혼을 쏙 빼놓은 듯 하다. 숨을 죽이고 살금살금 걷다가 술래가 달려오는 순간 “와와아아아” 하는 함성과 함께 우당탕탕 뛴다.

강좌와 강의가 끝나고 강당에서는 하나가되는 초록마당이 있었다. 모듬별로 게임과 함께 차를 마시고 노래를 배우는 시간을 가지며 깊은 밤시간까지 함께 어우러졌다. 다음날 아침은 명상과 요가로 하루를 열었다. 각박한 삶 속에서 자연과 하나됨을 느끼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명상이 끝나고 아침을 먹은 뒤 새만금의 방조제로 향했다.

잘 닦여진 새만금 방조제 도로는 인간의 어리석음만큼 길게 뻗어있었다. 비가 오는 와중에도 새만금 간척사업 설명을 열심히 듣는 회원들의 모습은 이미 투사들이었다. 흉물스런 방조제를 뒤로하고 해창 갯벌로 향했다. 해창 갯벌은 방조제 공사가 완료되면 썪어갈 곳이다. 광활한 갯벌위에 최병수 님의 작품인 “장승”, “새만금호”, “배솟대”등이 서있다. 새만금의 무수한 생명과 갯벌을 살려야 한다는 염원을 담고 오늘도 갯벌 위에 우뚝 서 있다.

바닷바람의 짠내가 실린 비는 분노의 눈물인 것 같다. 비를 맞으면서도 회원들의 움직임은 부산스러웠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갯벌을 조금 더 느끼려는 안타까운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새만금 갯벌에 서 있니 긴장감과 함께 갯벌이 아파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갯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은 따로 준비되어있었다. 갯벌에 어떤 생물들이 살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갯벌 체험마당이다. 비가 오는 속에서도 갯벌을 안내하는 에코가이드들과 함께 갯벌 생태를 공부하는 회원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갯벌을 느끼는 시간도 어느덧 끝이나고 회원한마당 행사가 끝을 맺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부안 주민들이 끓여준 백합죽을 달게 비우고 버스에 올라탔다. 차가 출발하려는데, 머리가 짧고 얼굴빛이 까만 분이 올라타셨다. 어디선가 많이 본 얼굴이다. 그분은 65일간 부안
에서 서울까지 삼보일배의 고행으로 갯벌의 염원을 담아낸 문규현 신부님이었다. 녹색연합 회원들에게 격려와 생명의 말씀을 전해주시느라 버스마다 뛰어올라 타시는 성직자의 수척한 얼굴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말씀을 마치고 다른 버스로 총총히 걸음을 옮기는 문규현 신부님의 뒷모습을 뒤로한 채 대전으로 향했다. 새만금 갯벌의 생명력을 가득 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