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음악소모임! 세상에 이런 음악이?

2014년 9월 16일 | 회원사진첩


9월 음악소모임이 9월 15일 반석동 일리아 갤러리에서 있었습니다.
이날 신기용, 이영, 김은정, 고선애, 강혁, 강철호, 긴인란, 정복희, 늦게 홍명숙 회원과
빛길 작가, 박진성 시인, 김행덕 예술감독 등 약 20여명이 참여했습니다.
일리아 갤러리에서는 빛길 작가의 <그가 생각하는 세계> 전시가 진행되어 있어
9월 음악소모임에 참여한 회원들은 눈과 귀가 즐거워지는 시간 이었습니다.
장영주의  carmen fantasy, 정경화의 사계,
북아일랜드 민요인 Relativity – siun ni dhuibhir와 capercaillie – alasdair mhic cholla ghasda,
사라브라이트만의 뮤직비디오,
콘트라베이스의 명연주자인  staneley clark.의 school days 공연 영상,
바하의 요난수난곡까지 쉽게 볼 수 없는 연주 동영상과 음악을 들었습니다.
이날 박진성 시인이  자작시인 [밀밭에서, 테오에게] 를 시낭송 했고
어머님의 따뜻함이 묻어나는 고두현 시인의 늦게 온 소포를 김인란 회원이 시낭송 했습니다.
* 10월 음악소모임은 10월 13일에 있는 신기용 선생님 공연에 초대받아 관람하기로 했습니다.
  (7시, 서구문화원)
               늦게 온 소포
                                             고 두현  
밤에 온 소포를 받고 문 닫지 못한다.
서투른 글씨로 동여맨 겹겹의 매듭마다
주름진 손마디 한데 묶여 도착한
어머님 겨울 안부, 남쪽 섬 먼 길을
해풍도 마르지 않고 바삐 왔구나.
울타리 없는 곳에 혼자 남아
빈 지붕만 지키는 쓸쓸함
두터운 마분지에 싸고 또 싸서
속엣것보다 포장 더 무겁게 담아 보낸
소포 끈 찬찬히 풀다 보면 낯선 서울살이
찌든 생활의 겉껍질들도 하나씩 벗겨지고
오래된 장갑 버선 한 짝
해진 내의까지 감기고 얽힌 무명실 줄 따라
펼쳐지더니 드디어 한지더미 속에서 놀란 듯
얼굴 내미는 남해산 유자 아홉 개.
「큰 집 뒤따메 올 유자가 잘 댔다고 몃 개 따서
너어 보내니 춥울 때 다려 먹거라. 고생 만앗지야
봄 볕치 풀리믄 또 조흔 일도 안 잇것나. 사람이
다 지 아래를 보고 사는 거라 어렵더라도 참고
반다시 몸만 성키 추스르라」
헤쳐 놓았던 몇 겹의 종이
다시 접었다 펼쳤다 밤새
남향의 문 닫지 못하고
무연히 콧등 시큰거려 내다본 밖으로
새벽 눈발이 하얗게 손 흔들며
글썽글썽 녹고 있다.
       밀밭에서, 테오에게
                                           – 박진성
저물면서 밀밭은 까마귀를 품는다
지평선의 지루한 경계를 넘나드는 까마귀,
테오야, 소용돌이치는 저녁하늘 관동하는 새들은
머리나 심장에 부딪칠 것만 같다
나는 캔버스, 네가 보내 준 50프랑으로 물감들을 샀단다
나는 캔버스, 밀밭은
구할 수 없는 많은 빛으로 출렁인단다
몇 프랑의 물감으로도 만질 수 없는 저 경계를
우리는 무어라 불러야하나
내가 바라보는 오베르의 평원은
새들을 자유롭게 날게 하지만
캔버스에 자꾸만 까마귀가 달라붙는다
가지마라 가지마라
밀밭에서 솟아올라
캔버스 밖으로 쏟아지는 새떼를 따라가려 한단다
저녁 하늘이 강물처럼 밀려오면
밀꽃이 피워내는 예쁜 상처도
까마귀의 탄알 같은 날갯짓도
내 몸 속에서나 꿈틀대겠지
밀밭의 수런거림은 내 오른쪽 귀를 통과해서
갈가마귀의 노래로 태어나겠지
소용돌이치는 밀밭을 네게 준다,
통째로 받아라, 내 몸이다, 테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