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천순례 둘째날

2003년 8월 4일 | 갑천자전거순례

2일 째
4시 반에 일어나서 산책을 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니 정신이 어리벙벙하고 몸이 많이 피곤하였다. 집에서는 이 시간에 일어나 보지 않았지만 기분은 상쾌했다.
우리 조는 강 주위로 갔다. 그런데 쓰레기박스 주위로 걸어가는데 쓰레기 박스 옆에 죽은 고양이가 있었다. 그것도 눈알이 빠진 검은 고양이가 말이다. 우리 조는 불결하다고 생각했다. 아침의 공기를 다 느낀 후 세면, 식사를 하고 나서 자전거를 타고 다시 느티나무로 갔다.
듬직해 보이는 느티나무 아래에서 ‘마을 알아보기’를 했다.
우리 조와 1조는 미림이 마을조사를 했다.
우리 조는 백무현 할아버지네 댁을 찾아갔다.
안여종 단장님께서 만나는 분께 이러이러한 질문들을 하라고 하셨다.
먼저 미림이 마을은 언제 생겼는지, 최고령의 할머니는 연세가 어떻게 되셨나, 이 마을의 전설이 있나, 미림이 마을이나 용촌동 이름의 유래가 있나, 이 고장의 특산품은 무엇 무엇이 있나, 약 몇 가구가 있나, 약 몇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나,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정도 되는 아이들은 몇 명이 있나, 주로 사용하는 교통수단은 무엇인가등 많은 것을 질문하라고 하셨다. 미림이 마을은 언제 생겼는지는 모르셨다고 하셨고, 최고령의 할머니는 백무현 할아버지의 어머님으로 91세라고 하셨고, 이 마을에 얽힌 전설은 없다고 하셨다. 용촌동은 정자 옆에 있는 돌이 꼭 용처럼 생겼다고 해서 용촌동이라고 하셨고, 고장의 특산품은 없다고 하셨고, 약 20가구가 있고, 50명이 살고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우리 또래는 4∼5명정도 있고 주로 사용하는 교통수단은 자가용이나 버스를 이용하신다고 하셨다.
우리 조와 일조는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댁에서 운이 좋게 수박도 얻어 먹고 다른 조 아이들에게 실컷 자랑도 하였다.
각 조의 조사한 내용을 말하고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오침을 했다. 그런데 우리 조는 노루벌에서 부모님께 보여드릴 갑천문화제를 준비하려고 잠을 많이 자지 못하고 연습을 했다.
우리 조는 연극을 준비하였다. 아버지와 아들이 산에 올라갔는데 아들이 옹달샘을 보고 나서 아들이 왜 이렇게 더러우냐고 아버지에게 물어보면서 연극은 시작된다. 우리가 한 연극의 소재는 ‘작은 연못’이라는 노래를 이야기로 바꾸어서 꾸민 것이었다.
부모님들이 많이 오신 것 같지는 않았다.
일조(네잎클로버조)는 인간과 돌고기가 결혼을 하는 모습이었다.
삼조(도요새조)는 환경을 주제로 여러 가지 재미있는 차력을 보여주었다. 콧김(생명)으로 쭈그러진 펫트병을 다시 돌려 놓는 것이 재미있었다.
사조(대나무조)는 갑천을 주제로 한 삼행시를 지었고,
오조(바퀴벌레조)는 토끼가 폐수를 흘려보냈는데 그것을 용왕이 알아차려서 혼내주는 것이 었다. “우루사~”라고 소리지르는 부분이 가장기억에 많이 남는다.
우리모두 힘을 합쳐서 준비하였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로 의견이 어긋나는 부분도 있었지만 서로 의견을 교환해서 잘 끝마쳤다.
어른들도 우리처럼 서로 다른 의견이 있으면 싸우지 말고 서로 대화로 잘 풀어 나갔으면 좋겠다.
우리의 연극이 끝나고 나서 어머니의 얼굴을 보니까 어느 구석은 만족, 어느 구석은 좀 부족이라는 얼굴 표시가 났다. 이야기를 할 때 똑바로 쳐다보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래도 너무 기분이 좋았다. 우리가 잠도 많이 못 자고 연습한 것을 조금은 부족하지만 성공적으로 마쳤기 때문이다
부모님을 만났을 때 황당했다. 부모님를 만나면 반가와야 하는데 그렇게 많이 반갑지는 않았다. 어제 만나고 오늘 또 만났기 때문인가보다. 그런데 멀리서 찾아오신 외할머니를 만났을 때는 참 많이 기뻤다.
부모님과 헤어진 후 야간 추적을 했다.
눈을 가리고 줄을 잡고 스스로 갔다오는 것이다.
나는 줄에 걸려 있는 다람쥐시체가 너무 무서웠다. 줄을 잘 못잡고 듬성 듬성 잡았더니, 오히려 그렇게 잡고 가는 것이 더 무서웠다.
하지만 그 다람쥐 시체의 정체는 내일 알려 주신다고 하셨다.
다하고 내려와서 몸을 씻고 나서 옷을 갈아입고 잠을 잤다.
야간추적이 제일 땀을 많이 나게 하고 실감 + 무서움이었다.
나는 다른 때는 별로 안 무서웠는데 오늘 야간추적이 상당히 무서웠다. 겁을 많이 타는 편이기 때문이다.
오늘 갑천 느낌의 날은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찾아주셔서 우리의 공연을 봐주신 부모님께 고마웠고, 느낌의 날이란 말이 하나도 안 어색하게 정말로 갑천의 소중함과 자연의 감사함을 느껴서 내 마음이 무엇인가에게 꽉 찬 느낌인 둘째 날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