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원자로 즉각 폐기하라![기자회견]

2019년 12월 11일 | 기후위기/에너지


 
<기자회견문>
대규모 아파트 단지 한복판 노후 핵발전소,
사고 임박한 하나로를 즉각 폐로하라!!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있는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가 12월 6일 오전 재가동 3일 만에 또 고장 났다.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재가동 승인을 받은 지 14일 만이다.
하나로는 보통 4주 운전 후 2주 정지하는 방식으로 연간 200일 운전을 해 왔으나 2014년 7월 과부하로 수동 정지된 후에는 5년 5개월 동안 고작 두 달 남짓 가동했다. 2014년은 하나로 설계기준 수명 20년이 되는 해였으니 사실상 폐로 상태였다. 그런데도 원자력안전위의 섣부른 재가동 승인으로 대전 시민들만 사고 위험 속에 방치된 셈이다.
2017년 12월과 2018년 7월의 고장 정지는 모두 설비와 부품 점검 미이행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또한, 지난 15년간 화재 4건, 방사성 물질 누출 및 작업자 피폭 5건 등 심각한 사고가 있었지만 정확한 원인 파악이나 대책이 없이 고장과 정지가 되풀이되고 있다. 인허가나 안전 관리 등 감시, 규제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 역시 형식적인 점검과 서류 검토만으로 재가동 승인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11월 22일, 111회 원자력안전위 회의 1호 보고 사항은 <하나로 시설 등에 관한 특별점검 결과 및 후속 조치 계획>이었다. 하나로와 부대시설의 화재, 고장 등에 대해 설비 성능 문제와 정기 점검 미흡, 인허가 관련 사항과 함께 지난 1년 여 기간 특별점검 결과가 보고되었다. 지적사항 7개와 권고사항 3개가 그것이다.
1995년부터 가동한 하나로는 설계기준 수명 20년을 훨씬 넘겼기에 멈춰야 한다. 2014년 이후의 반복된 사고와 고장들이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세탁기나 냉장고도 10년이 넘으면 대부분 고장 나서 고치거나 새로 산다. 그런데 그 어떤 기계보다 정교하고, 완벽하게 관리되어야 할, 언제든 방사성 물질 유출과 엄청난 사고로 이어질 원자로의 관리가 이렇게 엉망이어서 되겠는가!
아주 기본적인 설계 수명도 안 지키고, 사고가 나도 땜질식이다. 정기 점검 역시 안 해도 그만, 방사선 환경영향평가도 안 해도 그만이다. 방사선 관리구역이 없거나, 방사선 관리구역 출입구가 별도로 없어도 그만이다. 신고 안한 기기가 설치되어 있어도, 미허가 설비의 용도를 변경해도 그만이다. 고준위와 중저준위 핵폐기물이 즐비한 연구원 안에서 불이 나도 1시간 동안이나 발화지점을 못 찾는다. 방사성폐기물을 고철로 팔아 버려 온 국민이 피폭의 위험에 몰렸지만, 사후조치는 미흡했다. 책임자들의 무사 안일과 떠넘기기식의 태도는 너무 많아서 입에 담기조차 힘들다.
이게 국가 핵 연구 인력과 기술을 모았다는 원자력연구원이 벌이고 있는 작태다. 어려운 전문 용어를 쓴다고 죄가 덮어지지 않는다. 동네 작업장도 아니고, 생명과 환경에 치명적인 핵물질을 다루는 기관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막힌 현실이다.
규제 기관인 원자력안전위나 원자력안전기술원 모두 한통속이고, 청와대나 과기정통부, 국회도 관심 밖이다. 심지어 원자력안전위는 2021년 12월에 하나로 전반의 안전성을 확인할 예정이라는 보고 내용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말에 재가동을 승인했다.
도대체 원자력안전위는 뭘 하는 조직인가? 당장 회의를 중단하고 현장으로 달려가 직접 살피고,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야 하지 않는가! 아니면 모두 자리에서 내려와라.
대전시나 시의회도 권한 밖이라 핑계 대지 말고, 하나로 폐로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정부에 적극적으로 전달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지난 11월 25일 출범한 3기 대전 원자력안전협의회(대전원안협. 위원장 김종남)가 ‘하나로’ 문제를 엄중히 다루지 않은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대전원안협은 원안위 산하에 설치된 기구로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자력안전기술원, 대전시, 유성구와 원자력연구원 주변 4개 동 주민대표, 시민단체들이 함께 하고 있다. 3기 첫 회의 날 하나로 재가동 승인 보고와 함께 하나로와 안전 관련 기기들의 설계 수명 20년이 명시되어 있음에도 어떤 문제 제기도 없었다. 이런 가운데 12월 3일 하나로는 재가동되었다가 사흘 만에 고장으로 멈췄다. 대전원안협과 위원들이 왜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고, 이번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2014년 7월 수동 정지로 수명을 다한 하나로를 무리하게 수명 연장하면서 5년 넘게 엄청난 혈세만 낭비해 온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그뿐만 아니라 하나로 열 출력이 30MW로 100만kW급 핵발전소에 비해 작다고 위험성은 결코 작지 않다. 삼중수소나 방사성 요오드 배출량이 핵발전소 1기보다 많은데, 2012~2014년 ‘하나로’의 삼중수소 배출량은 3년간 평균 배출량이 5조2천억 베크렐이다. 이는 고리나 영광, 울진핵발전소 1기당 삼중수소 배출량보다 2~3배나 높은 수치다. ‘하나로’가 노심 주변을 둘러싼 반사체로 ‘중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삼중수소 등 방사성 물질 배출은 불가피하다. 이게 만약 폭발 사고로 이어진다면 대전뿐 아니라 인근 세종, 충청 지역 280만 주민들의 안전은, 나아가 한반도의 안전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사태가 이런데도 연구원은 지난 9월, ‘하나로’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국제연구용원자로센터로 선정되었다며 대대적인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2004년 당시 우라늄을 농축해 무기 개발 중이라는 의심을 받고 IAEA 사찰을 받았던 한국 원자력연구원은 정말로 성능과 기술력이 나아졌을까?
고장투성이, 수명을 다해서 억지로 고장과 재가동을 반복하는 ‘하나로’가 IAEA 회원국과 핵발전 수출에 도움이 될 거라는 억지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노후 하나로 원자로는 당장 폐로 해야 한다.
사고가 나기 전에, 더 큰 재앙이 오기 전에 말이다.
소수 연구자의 일자리와 얼토당토않은 핵추진론자들의 주머니를 불리기 위해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해선 안 된다.
열 출력이 작다고 안전한 게 아니다, 연구용이라고 방사선 배출이 적은 게 아니다.
모든 것이 역행하는 지금, 하나로 폐로부터 다시 시작하자!
핵은 절대로 인류와 공존할 수도, 통제될 수도 없다.
 
<우리의 요구>
– 사고는 예고 없다. 노후 원자로 하나로를 당장 폐로하라!
– 고장이 특허냐, 하나로 원자로 당장 폐로하라!
– 삼중수소 배출하는 하나로 원자로를 당장 폐로하라!
– 설계 수명 다한 하나로, 지금 당장 폐로하라!
– 2년 동안 4번 고장, 하나로를 폐로하라!
– 허태정 대전시장은 난개발 그만하고, 핵 안전 대책을 마련하라!
 
2019년 12월 10일
 
핵재처리실험저지30km연대 52개 단체
(공주참여자치시민연대,기본소득대전네트워크,대전icoop생협,대전YWCA,대전기독교교회협의회,대전마을절전소네트워크,대전민중의힘,대전변혁실천단,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대전여성단체연합,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대전환경운동연합,대전충남녹색연합,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대전세종충남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대전충남생명의숲,대전흥사단,참교육학부모회대전지부,풀뿌리사람들,대전충남보건의료단체연대회의,대전탈핵희망,민주노총세종충남지역본부,(사)대전교육연구소,세종교육희망네트워크,세종민예총,세종연구단지노동조합협의회,세종참여연대,세종환경운동연합,대전YMCA,세종YMCA,세종YWCA,시민참여연구센터,전교조대전지부,전교조세종지부,전교조충북지부,전국공공연구노조,전국공무원노동조합세종충남지역본부,참교육학부모회세종지회,천주교대전교구정의평화위원회,품앗이마을,학교비정규직노조세종지회,한밭레츠,한살림대전생협,핵없는사회를위한충북행동,노동당대전시당,노동당충남도당,노동당충북도당,대전녹색당,사회변혁노동자당대전시당,정의당대전시당,정의당세종시당창당(준))/대전기본소득당(창)
핵폐기를위한전국네트워크 18개 단체
(강원도골프장문제해결을위한범도민대책위원회,강원생명평화기도회,나무닭움직임연구소,내성천의친구들,노동당반핵평화의제기구(준),부산평화센터(준),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영덕핵발전소반대범군민연대,원불교환경연대,차일드세이브,천성산의친구들,천주교부산교구정의평화위원회,천주교의정부교구환경농촌사목위원회,토지강제수용철폐전국대책위,평등노동자회,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핵재처리실험저지30km연대,AWC한국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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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 원자로 사고 및 정지 일지>- 1995년 첫 임계(원자로에서 외부의 도움 없이 핵분열 연쇄반응이 시작되는 현상)에 도달. 의료용과 산업용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 4주 운전 후 2주 정지로 연간 200일 운전
– 2014년 7월 10일. 과부하로 수동 정지
– 2015년 3월. 내진 성능평가 내진 기준 미달로 보강 공사 시작
– 2017년 12월 5일. 재가동 승인
– 2017년 12월 11일. 방사선 차폐에 쓰이는 수조 고온층 표면의 방사선 준위 상승으로 정지
– 2018년 5월 운전 재개
– 2018년 7월 30일 냉중성자원 수소계통 이상으로 정지
– 2018년 11월 14일 재가동
– 2018년 12월 10일 냉중성자원 설비 이상으로 수동 정지
– 2019년 11월 22일 원안위, 재가동 승인
– 2019년 12월 6일. 시험운전 과정 중 정지(12월 20일 재가동 예정이었음)
기자회견 관련 기사
http://bit.ly/38vVFx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