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후기] 금강에 가다 – 임도훈 신입활동가

2019년 10월 4일 | 미분류

금강 현장 모니터링 교육 후기 – 금강에 가다

임도훈 신입활동가

 

대전충남녹색연합 신입활동가로 활동하게 되면서 여러 직무교육을 받았다. 교육 중 단연 관심이 있었던 것이 사대강 대응 운동과 금강보존운동의 실태였는데, 먼저 이론으로 운동의 흐름에 대한 설명을 듣고 금강을 찾았다. 금강은 전라북도 장수군 장수읍의 뜬봉샘 수원에서 시작해 충청남도 서천군 금강하굿둑에 이르기까지 대전 세종 공주를 지나 흐른다. 지도를 통해 위에서 조망해보면 충청남도 부분을 품어 안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니 금강이 대전·충남지역의 젖줄이 되어 어떤 역할을 하고 있었는지 충분히 미루어볼 수 있다. 종종 차를 타고 금강유역을 지날 때도 있었지만, 오늘과 같이 직접 강변을 걷고 유심히 살펴본 적은 없었다. 사대강 사업의 폐해와 심각성에 대해서 염려하고 있기는 했지만, 관념에만 머무르던 것을 만지고 감각하는 것은 다시금 금강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했다.

공주보에서 검은 피부에 단단해 보이는 남자를 만났다. 금강요정 김종술 기자였다. 요정에 비할 외모는 아니었는데, 키가 작아서 요정인가? 기사를 통해 만났던 금강지킴이를 직접 만나 설명을 들었다.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보다는, 금강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느껴졌다. 강에 집을 짓고 사는 강변 생물 같았다랄까. 공주보의 외관은 그다지 주변 경관과 어울리는 모습이 아니었다. 빛 바랜 장식물들은 오히려 주변의 경관을 헤치고 있었다. 가까이에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보에서 떨어져 나간 콘트리트 조각들이 그나마 맑아진 강물에 비쳐 흉해 보였다. 인간이 아무리 공을 들여 치장하고 쓸모를 내세워도, 있던 그대로의 자연보다 나을 리가 없다.

방문했을 당시 공주보는 일부만 개방되어있는 상태였다. 백제문화제에 잘난 유등을 띄우기 위해, 일정 수준의 수위가 있어야 한다는 공주시의 요청이 있었다. 그리고 환경부는 민관협의체와의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보를 닫았다. 콘트리트, 철문을 사이에 두고 강은 다시 멈추었다. 생태환경에 대한 긴밀한 조사와 연구, 민관협의체와의 상의 없이 일을 처리한 환경부를 규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실제로 우리는 당일 오전 11시 환경부 청사를 방문해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왔다. 오랜 투쟁을 통해 수문을 개방하고 가까스로 생태계를 회복하는 중에, 이토록 쉽게 독단적으로 수문을 닫아버린 환경부는 대체 금강과 금강의 주인인 생명들, 그리고 시민들을 무엇으로 생각하고 있는가? 문화제를 위해, 축제를 위해 강을 죽이는 환경부가 ‘환경부’이름의 자격이 있는가?

우리는 금강과 유구천이 만나는 합수부를 찾았다. 금강을 다니면서 그 아름다움에 다시 감탄하기는 했지만, 그곳은 감탄을 넘어 경탄을 자아내는 빼어난 경관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수문 개방을 통해 회복된 강변의 모래톱은 물과 산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그 모습을 다시금 회복해가고 있었다.


모래톱에 찍혀있는 수달, 왜가리, 고라니 등의 발자국을 보았다. 우리가 찾아간 그 시간에 직접 만나 볼 수는 없었지만, 밤새워 모래톱을 뛰어다니며 놀았을 녀석들을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났다. 갖은 배설물들도 목격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생태계가 회복되고 다양한 생물종들이 다시 금강을 찾고 있다는 증거였다. 아직 뻘에서나 찾을 수 있는 조개의 사체들이 자주 보였지만 그것은 금강이 회복되는데 겪어야 할 과정으로 여겨진다. 그 생물들도 인간의 잘못으로 집을 자리를 찾았을 뿐인데, 그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인간들의 쓰레기가 모래톱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자연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자연은 태초부터 지어진 명령을 따라 오늘까지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다. 오로지 인간만이 그 주제를 넘어 자연을 파괴하고 해친다. 공주보 수문을 독단적으로 닫고, 가까스로 회복해가는 금강에 다시 한번 독수를 던진 환경부는 반성하고 즉각 수문을 개방해야 한다. 또한 금강은 물론 사대강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민관협의체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가진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신입활동가 임도훈 활동가가 작성한 금강 현장 모니터링 교육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