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개가 하얗게 피어오르는 노루벌

2004년 10월 23일 | 갑천생태문화해설사

드디어 새벽답사에 따라갔다 왔어요
지금 노루벌의 감동을 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와 컴 앞에 앉았습니다.
조금 전의 가슴 터질 듯한 순간들이 사라져 버릴까봐 가만가만 자판을 두드립니다
새벽에 강가에 나가본다는게 이렇게 가슴 벅찬 일인지 몰랐거든요
그런데 오늘 보았습니다. 아니 느꼈습니다.
새벽 공기가 찬 까닭에 코 끝이 싸 한줄 알았지요. 그런데 그게 물 위에 하얗게 피어오르는 물안개 때문인줄은 금방 알 수 있었답니다.
새벽의 어스름 속에서 물안개가 산 허리를 감싸고 길다란 띠를 이루고 있었어요.
산 아래쪽 물가에 신기하게도 원앙이 떼지어 있었고요. 쌍안경으로 처음 본 원앙무리들이 참 고요해 보였어요. 순간 푸드득 날개짓을 하더니 노루벌 하늘을 한바퀴 빙 돌며 날아오릅니다. 짝짓기가 끝났는지 둘씩 날아오르는 모습이 마치 다정한 연인이 손에 손을 잡고 날아가는 모습 같았습니다.
세차게 흐르는 물살이 돌에 걸려 여울을 만들어 내는 곳에서 물 소리를 들어보았답니다. 어떤 오케스트라가 이렇게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낼까요? 손을 귀에 모으고 듣는 물흐르는 소리 좔좔좔 콸르르르 도저히 무었으로도 흉내 낼 수 없는게 안타깝군요. 만약 방문객들을 인도할 때 이런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것도 좋은 체험이 될 것 같더군요.
여울에서는 산소의 발생으로 음이온이 만들어져 기분을 상쾌하게 한답니다. 기분이 좋아지면 표정도 예뻐지고 기분이 좋아져 학생들은 공부도 더 잘되고 하는 일마다 마음이 기뻐 다 잘될것이라는 부추김도 넣는다면? 그날의 해설은 성공일 것 같아요..
이른 시간이라서 조용한 강가에 새들이 정말 많더군요. 아까시나무 사이에 덤불에 갈대 숲에 몸을 숨기고 뿅뿅뿅 종쫑쫑 우는 새소리. 후두둑 날아가버리는 멧새떼들. 뱁새, 물까치들 가만히 숨죽이고 오목눈이도 살펴보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직박구리가 파도모양으로 솟구칠 듯 내려갈 듯 날아오르는 모습도 보았구요.
탑립에서도 많았던 흰뺨검둥오리가 노루벌에도 가장 많았습니다. 꽥꽥꽥꽥 많이 만나 보아서 잘 보이고 잘들렸는지 모르겠네요. 왜가리가 나는 모습은 무겁고 엄숙해 보이더군요.
안여종선생님이 출발할 때 조그만 봉투를 주시면서 무었이든 노루벌의 자연물을 두가지 정도만 담아오라 했어요. 오늘 성옥순님, 최수경님이랑 어떤 남자분과 초등 6년 남자어린이랑 같이 떠났었지요. 노루벌을 걷고 난 후에 우리 모두 봉투를 모아 보니 달맞이 꽃 나팔꽃 종류(주황색 작은 꽃) 도꼬마리 벼이삭, 콩 꼬투리, 아까시 꼬투리, 고마리, 뚜껑열매(? 이름모름) 등 모두 제각각 이었답니다. 그걸 어떻게 했냐구요?
모두 모아서 투명화일 속의 A4용지 위에 놓고 아름답게 꾸며 보았습니다.
사진게시판에 올릴테니 한번 보아주세요. 차암 예뻤지요.
아이들과 같이 해볼 수 있는 놀이입니다. 수경씨는 벌써부터 아이 학교 숙제로 찜 해놓았어요.
두시간 채 못되는 시간이었지만 내가 사는 곳에 이런 곳이 있다는걸 오늘 처음으로 알고 보고 느껴 보았어요. 우리 해설학교 선생님들이랑 같이 새벽답사를 떠나면 다른 분들도 이와 같은 감동을 느끼실거라 생각했어요. 같이 공부하면서 많은 부분들을 알아 나가면 좋겠습니다. 오늘 안양천 답사에 함께 못해 아쉽습니다. 다녀오셔서 공부 같이 나눠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