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원자력 안전신화는 없었다

2011년 3월 15일 | 자연생태계

일본 대지진, 원자력 안전신화는 없었다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일본 동북지역 대지진으로 인명 피해와 사회적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15일 현재 공식적인 사망자와 실종자가 5,000여명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되고 있고, 사망자가 최대 4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비극적인 일이며 큰 슬픔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더 큰 피해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원자로 1호기와 3호기 폭발에 이어 2호기와 4호기도 15일 폭발했다. 이로써 원전 4기가 동시에 연료봉이 녹는 ‘노심용해’ 위기에 처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15일 2호기 폭발 직후 후쿠시마 원전 정문 모니터링 지점에서시간당 8217μSv 방사선량이 측정되어 일반인들의 연간 피폭한도인 1000μSv를 크게 웃도는 수치를 나타냈다. 도쿄 지역 대기 상에도 핵 반응 생성물질인 요오드와 세슘이 확인되었고 방사선량은 전날 정상 수준보다 23배 높은 시간당 0.809μSv(마이크로시버트)로 관측되어 방사능 오염과 피해는 계속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14일 폭발한 3호기에는 방사능 독성이 강해서 아주 극소량만 노출되어도 인근 주민들에게 암을 유발할 수 있는 플루토늄 연료가 세계 최초로 쓰였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이다.
이로 인해 우려했던 원폭 피해가 현실이 되고 있다. 13일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능 유출로 총 22명의 피폭이 확인됐으며 최대 190명 이상이 피폭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피해 복구를 위해 현지에 파견된 미국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의 헬리콥터 요원 17명도 방사능에 피폭됐다. 후쿠시마 제1원전 20㎞ 인근의 주민 약 8만 명은 철수 중이며 대피지역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상황이 이런데도 바람의 방향이 편서풍이라 우리나라에 영향이 없고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각 단계별 시나리오와 대응매뉴얼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행동지침을 시급히 알려주어야 한다.
또한 방사능 오염물질은 대기 중의 확산속도가 빠르기도 하지만 대기 중에 떠다니기도 한다. 반감기도 길기 때문에 단기 대책만으로는 결코 안전할 수 없다. 우리 정부는 단기 안전대책과 중기 예방대책을 시급히 세워야 한다.
세계 각국은 일본의 원전 사고 직후 기존 원전의 안전성을 점검하고, 추가 건설에 대한 재검토에 돌입하는 등 원전 정책 전반에 대한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스위스와 독일은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설립 계획을 즉각 중단했고, 태국 등 여러 나라들이 원전 건설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현지시각 14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진행된 원전 기공식에 참여했다. 원전 수출과 국내 원전 의존을 계속 강화하겠다는 모습이다. 핵발전소가 몰려있는 울진·월성·고리 등 동해안지역은 활성단층 지대가 있어 지진의 위협이 상존하고 있어 불안정해지고 있는 지구 환경에서 사고 가능성은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 정부에게는 근본적인 원전 안전에 대한 의지와 준비는 없어 보인다. 원자력에 대한 무한 맹신과 맹목적 사랑만이 있다.
세계 최고의 원전기술과 안전대책을 자랑하는 일본에서 일어난 이번 원전 사고는 ‘안전한 핵발전소’라는 것이 얼마나 허상인지, 불가능한일이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원전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철저한 안전대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관련 기자회견문 ‘제2의 체르노빌,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위험실상을 공개하고 원전확대정책을 즉각 중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