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완 기자(오마이뉴스 기자)

▲ 초록행동단 회원이 잘려나간 나무 밑둥에 붉은 천과 금줄을 두르고 메세지를 적고 있다.
계룡산아 미안하다.
얼마 전에는 네 옆구리를 파헤쳐 자연사박물관을 짓게 하고,
이번에는 다시 네 허리를 자르고, 터널을 뚫어 도로를 만들게 하다니….
정말 미안하다.
계룡산아 사랑한다.
비록 이번에는 너의 고통과 아픔을 막아내지 못했지만,
대대손손 네 곁에서 널 아끼고 보호할께.
계룡산아 사랑한다.
전국을 순회하며 환경파괴 현장을 방문하고 있는 환경비상시국회의 초록행동단이 계룡산관통도로 건설현장을 찾았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국도 1호선 두마-반포간 확포장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계룡산 삽재고개. 포크레인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은 공사의 끝 부분으로 교차로가 건설될 예정인 곳. 바위가 많아 부수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건너편에는 나무를 잃어버린 채 붉은 황톳빛을 드러낸 계룡산 자락이 말없이 이들을 바라보고 서있다. 그 중턱에는 포크레인 한대가 쉴 새 없이 흙을 파내고 있다.
이제 다시 보지 못할지도 모를 산을 향해 초록행동단 회원들이 목청을 높여 외쳤다.
“계룡산아 미안해~. 계룡산아 사랑한다~.”
계룡산은 묵묵부답이다. 왜 메아리마저 들리지 않는 걸까?

▲ 도로건설로 파헤쳐진 계룡산 자락과 잘려나간 나무들.
삽재고개에서 내려온 이들은 가리울계곡으로 향했다. 가리울계곡은 두마 방향에서 뚫기 시작한 터널이 나오는 곳이다. 벌써 아름드리 나무가 잘려나가고 붉은 색 깃발이 도로의 방향을 표시하고 있다.
이곳에서 이들은 잘려나간 나무들의 밑둥을 붉은색 천으로 감싸고 아무도 건드리지 말라는 의미로 금줄(새끼줄)을 둘렀다. 그리고 마음을 담아 한마디씩 남겨 놓았다.
“나무야. 네 나이 45세, 이렇게 삶을 끝냈구나. 이 도로공사가 중단되어 다시 네 뿌리에서 새싹이 돋아나기를 소망한다.”
“계룡산아 미안하다. 계룡산아 사랑한다.”
이들은 계곡 곳곳을 영상에 담았다. 이제 머지않아 산새가 바뀌고 자동차의 굉음과 매연만이 가득하게 될 계곡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행사에 참여한 대전충남녹색연합 박현주 부장은 “수천년 동안 평화롭게 살아온 이 계곡의 모든 생명체들이 고통받을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정부의 근시안적인 정책으로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죄를 짓는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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