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행동단 "미안하다, 사랑한다, 계룡산아!!!"

2005년 1월 17일 | 자연생태계

‘미안하다,사랑한다,계룡산아!’

장재완 기자(오마이뉴스 기자)


▲ 초록행동단 회원이 잘려나간 나무 밑둥에 붉은 천과 금줄을 두르고 메세지를 적고 있다.


계룡산아 미안하다.
얼마 전에는 네 옆구리를 파헤쳐 자연사박물관을 짓게 하고,
이번에는 다시 네 허리를 자르고, 터널을 뚫어 도로를 만들게 하다니….
정말 미안하다.
계룡산아 사랑한다.
비록 이번에는 너의 고통과 아픔을 막아내지 못했지만,
대대손손 네 곁에서 널 아끼고 보호할께.
계룡산아 사랑한다.

전국을 순회하며 환경파괴 현장을 방문하고 있는 환경비상시국회의 초록행동단이 계룡산관통도로 건설현장을 찾았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국도 1호선 두마-반포간 확포장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계룡산 삽재고개. 포크레인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은 공사의 끝 부분으로 교차로가 건설될 예정인 곳. 바위가 많아 부수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건너편에는 나무를 잃어버린 채 붉은 황톳빛을 드러낸 계룡산 자락이 말없이 이들을 바라보고 서있다. 그 중턱에는 포크레인 한대가 쉴 새 없이 흙을 파내고 있다.
이제 다시 보지 못할지도 모를 산을 향해 초록행동단 회원들이 목청을 높여 외쳤다.
“계룡산아 미안해~. 계룡산아 사랑한다~.”
계룡산은 묵묵부답이다. 왜 메아리마저 들리지 않는 걸까?

▲ 도로건설로 파헤쳐진 계룡산 자락과 잘려나간 나무들.


삽재고개에서 내려온 이들은 가리울계곡으로 향했다. 가리울계곡은 두마 방향에서 뚫기 시작한 터널이 나오는 곳이다. 벌써 아름드리 나무가 잘려나가고 붉은 색 깃발이 도로의 방향을 표시하고 있다.
이곳에서 이들은 잘려나간 나무들의 밑둥을 붉은색 천으로 감싸고 아무도 건드리지 말라는 의미로 금줄(새끼줄)을 둘렀다. 그리고 마음을 담아 한마디씩 남겨 놓았다.
“나무야. 네 나이 45세, 이렇게 삶을 끝냈구나. 이 도로공사가 중단되어 다시 네 뿌리에서 새싹이 돋아나기를 소망한다.”
“계룡산아 미안하다. 계룡산아 사랑한다.”
이들은 계곡 곳곳을 영상에 담았다. 이제 머지않아 산새가 바뀌고 자동차의 굉음과 매연만이 가득하게 될 계곡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행사에 참여한 대전충남녹색연합 박현주 부장은 “수천년 동안 평화롭게 살아온 이 계곡의 모든 생명체들이 고통받을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정부의 근시안적인 정책으로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죄를 짓는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계룡산국립공원 관통도로 공사 즉각 중단하라”
초록행동단, 국도1호선 두마-반포간 공사현장 방문

▲ 초록행동단과 대전충남 환경단체 회원등 70여명이 16일 오후 계룡산 삽재고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오마이뉴스 장재완

14일째 전국을 순회중인 환경비상시국회의 초록행동단과 대전충남지역 환경운동단체 회원 70여명은 16일 오후 2시 국도1호선 두마-반포간 확·포장 공사가 진행중인 계룡산 삽재고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계룡산국립공원 관통도로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여성민우회 김상희 대표가 낭독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립공원은 우리 세대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들도 함께 영유하기 위해 국가가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는 민족의 유산임에도, 북한산국립공원에 관통도로를 뚫은 정부는 또다시 계룡산국립공원 관통도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특히 계룡산관통도로 허가는 도로의 필요성은 물론 각종 허위자료와 누더기 환경영향평가로 국민들을 속인 채 이루어졌으며, 자연보존지구를 200m나 통과하게 되는 명백한 자연공원법 위반의 도로”라며 “이를 계획한 건교부장관과 협의한 환경부 장관, 심의의결한 국립공원위원회 모두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에 대해 계룡산 ▲관통도로 공사의 세부협의 중단 ▲법 위반자 처벌 ▲국립공원 개발방지 약속을 촉구했다. 또한 정부가 이러한 외침을 외면할 경우 역사의 단죄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가리울계곡으로 장소를 이동하여 금줄띠기, 소원적기 등의 문화행사를 펼치기도 했다. 이들은 17일 충북 괴산으로 이동, 문장대온천개발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