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금강트래킹 후기> 문광연 회원

2011년 2월 24일 | 자연생태계

강촌에 살고 싶네

문광연 회원(우리단체 운영위원, 중일고 교사)

  2월 19일 저녁엔 잠이 오지 않았다. 마치 초등학교 때 소풍전야가 생각났다.
2월 20일 새벽 4시에 눈이 떠졌다. 곧바로 샤워를 하고 오늘의 여행을 기대하며 8시 30분 시청역에 도착했다.
내가 오늘 첫 트레킹 인지라 1등을 했다. 우리를 데려줄 차와 기사님만 보인다. 10시, 오늘의 금강 트레킹 출발지 금산군 부리면 도파리 마을 입구에 도착하여 인사를 나누고 오랫만에 해보는 국민체조를 한 후 출발을 했다. 마을 우물이 있는데 나의 반가운 손님 “도롱뇽”이 반겨준다.



언덕을 올라가니 바로 대장금 촬영지 ‘장금정’이 보인다. 여기서 부터는 오솔길이다.
오랜만에 걸어보는 ‘오솔길’ 강과 하늘과 소나무 참나무가 어우러진 곳, 한가한 오솔길은 트레킹의 참맛을 더 해준다. 이 길은 더 이상 넓히지도 포장을 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오솔길의 높은 곳에서 바라다 보이는 마을과 논과 밭 그리고 갈대숲은 안동의 ‘하회마을’을 연상케 했다. 멀리 “고라니” 한 마리가 뛰어 가고 있다. 양지쪽에는 냉이, 음지쪽에는 잔설이 남아 있다.

오솔길이 끝나는 곳에 길을 넓힌 신장로가 나타났다. 역시 신장로는 트레킹의 참맛을 떨어뜨렸다.
아래쪽은 언 땅, 위쪽은 녹은 땅 신발에게 미안함을 안겨준다. 다시 강변으로 시작되는 곳에선 갯버들이 물이 올랐다. 갯버들은 “풀피리”만드는 재료다. 아직 물이 많이 오르지 않아 풀피리만들기는 실패했지만 옛 추억을 생각하기엔 충분하다. 앞을 보니 적벽강이 나타났다. 자연의 바위지만 어떻게 이렇게 웅장하게 만들 수 있을까?
조금 더 강변을 따라 올라가니 오늘의 백미, ‘엇여울’이 나타났다. ‘엇여울’은 ‘물길이 엇비스듬히 넓게 퍼져 내려가는 여울’ 이란 뜻 이란다. 엇 여울에는 뚱가리, 자가사리 그리고 어름치가 있는 곳이라 생각된다.

이런 여울과 소는 강의 생명이다. 여울은 신선한 산소를 많이 공급하여 강을 신선하게 만드는 활력소이다. 엇 여울에서 바라보는 비단 강, 여기가 무릉도원 이란 생각이 든다. 이런 아름다움을 어떻게 인간이 만들 수 있을까? 누구든 한번 만 이곳을 오면 저절로 ‘보호하자’란 용어를 쓸 것 같다. 갑자기 허기가 진다.
실로 오랜만에 맛보는 ‘어죽’,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나의 고향도 이런 곳 이었다. 어린 시절 친구들이랑 고기를 잡아서 강변에서 끓여먹던 그 맛 그때가 떠오른다. 어죽과 함께한 동동주 참 잘 어울리는 맛이다.
오후에는 부리면 신촌리 무지개 다리에서 출발했다. 강변을 따라 걷는 트레킹. 이것이 트레킹의 제 맛이다. 산과 하늘과 갈대 그리고 은빛 모래, 온통 내 세상 같다. 은빛 모래밭에 앉아서 먹는 간식, 꿀 맛 이다. 자연의 설계자는 어떻게 설계를 할까? 가는 곳마다 모두 다른 세계로.
하늘에는 참매 인지 새홀리기 인지 비행을 한다. 갈대 밭 곳곳에 꿩과 새들의 털이 보인다. 낮잠을 자고 있던 고라니가 우리의 인기척에 놀라 줄행랑을 친다. 엉덩이에 살이 포동포동 하다. 울퉁불퉁한 갈대밭을 지나고 얼음길을 지나니 가지각색의 둥근 돌이 모인 자갈밭이 나타났다. 어떻게 모두 다른 모습일까? 자기들 끼리 부딪쳐 동글동글한 모양이다. 어떤 조각가라도 이런 모습을 만들 수 있을까?

길고 긴 강은 소리 없이 흐르고 있다. 멀리 강둑이 말끔히 정리되어 있다. 역시 인공제방은 자연제방의 모습을 따라 잡기는 어렵다. 이윽고 오늘의 목적지가 눈앞에 보인다. 오늘 걸은 거리는 약 12km, 먼 거리는 아니지만 피곤이 밀려온다. 그렇지만 마음만은 싱그러워 진다.
물과 산과 나무와 은빛모래가 만나는 곳 도파리, 수통리, 신촌리, 우리는 간절히 때 묻지 않은 강변에 살기를 원한다.
선사시대, 구석기, 신석기 시대에 우리의 조상들이 강변에 집을 짓고 살았던 것처럼.
* 녹색연합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02-28 1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