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견 배제한 채 수립된 대전시 7차 에너지계획
시민의 안전과 생존을 무시한 7차 지역에너지계획!
전면 재검토하라!
대전광역시는 지난 1월 23일,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지역 에너지 정책의 근간이 될 ‘제7차 지역에너지계획’을 고시했다. 하지만 기후위기 시대 도시의 미래가 달린 중요 정책이 대전시민 중 누구도 공개된 것을 알지 못했다. 보문산 개발이나 오월드 재창조 등 개발사업에는 홍보를 위해 열을 올리던 대전시가, 정작 시민의 삶과 안전이 직결된 에너지 계획에 대해서는 단 한 줄의 보도자료도 내지 않고, 제대로 공개조차하지 않은 것이다. 검색조차 어려운, 그야말로 ‘밀실행정’이다.
지역에너지계획은 지역의 에너지 체계와 구조를 실질적으로 구현해 내는 계획이며, 국가와 대전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지역에 맞게 목표를 세분화하여 실효성 있는 계획을 시민들과 함께 세워야 한다. 하지만 이번 7차 지역에너지계획은 시민참여도,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도 완전히 후퇴했다. LNG 기반 대형 복합화력발전, 거기에 핵발전까지 포함된 이번 계획은 여전히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수급계획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시민들의 환경권, 안전까지 위협하는 계획들이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일류경제도시 대전 실현을 위한 안정적 에너지 자립 기반 구축’을 목적으로 2030년까지 전력 자립률 16%, 2050년 108%를 달성하겠다는 수치를 내세웠지만 이 기반은 ‘연료전지와 수소 혼소 발전 등’의 확충에 집중되어있다. 이 계획의 수립 필요성으로 ‘분산에너지 활성화 및 지역 에너지 분권 실현’으로 ‘도안 신도시 개발, 서남부 스포츠타운 조성, 신규 산업단지(나노·반도체 국가산단 등) 유치 등을 언급하며 ‘전력 수요 급증에 대비하여 변전소 확충 및 친환경 발전원 도입 등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재생에너지 확대나 에너지 수요관리와 같은 관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탄소중립 이라는 목표를 외면한 채, 개발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대형발전 중심의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대전시는 수소 혼소 발전이 친환경인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 수소혼소 발전에 쓰이는 수소 생산 방식은 액화천연가스(LNG)를 개질하는 ‘그레이 수소’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화석연료를 태워 전기를 만드는 방식과 다를 바 없다. 이는 탄소중립이라는 목표에 역행하는 기만적인 계획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허울뿐인 수소혼소로 하겠다지만, 대전열병합발전 처럼 온실가스 배출이 기존보다 10배, 대기오염은 9배나 증가하는 증설사업들은 오히려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멀어지게 한다. 에너지자립률을 높이겠다고 눈속임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은 증가시키는 ‘악순환’을 선택한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중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가 잠재량이 크다고 스스로 판단하면서도 이를 위한 집중보다는 한 방에 에너지자립률을 높이겠다는 대전시의 판단은 탄소중립에서 명백하게 후퇴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대전시가 수소혼소 LN복합화력발전소, 연료전지 발전소, 대전열병합발전 증설 등 핵심사업을 민간주도로 추진하는 점이다. 이미 대전 시민들의 난방에너지수급 자체가 맥쿼리라는 민간자본의 손아귀에 있다. 공공이 주도하고 관리해야 할 에너지 수급문제를 민간에게 위탁하고 의존하는 것이 과연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선택인가. 에너지 공공성을 포기하고 오로지 산업단지 전력 공급과 민간 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이번 계획에서 공공으로서 대전시의 역할은 보이지 않는다.
대전시의 재생에너지 확대는 너무나 소극적이다. 작년 11월 ‘공공 주차장 태양광 설치 의무화’가 시행되었지만 재생에너지 확충 가능량이나 설치 부지에 대한 면밀한 파악조차 하지 않은 채 아무런 실행도 하지 않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의 ‘전국 주차장 태양광 잠재량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대전 내 공영주차장 80면 이상의 태양광 잠재량은 230개소, 79.6MW에 달한다. 이는 2024년 현재 설치된 전체 태양광 발전용량의 50%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한, 대전시가 2019년 자체 실시한 조사에서도 태양광 설치에 적합한 공공 유휴부지가 69곳이나 확인된 바 있다. 하지만 대전시는 지역에너지계획에서 고작 25개소, 12.5MW만 대상으로 계획을 수립했다. 더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공공의 책임을 뒤로하고, 국가에서 하라고 하니 재생에너지 확대를 형식적인 흉내만 내는 꼴이다. 민간에서 조사한 내용까지 적극 수렴해 목표를 확대해야 한다.
시는 ‘제6차 지역에너지계획’을 통해 202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전력 공급률을 3.4%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했으나, 2024년 실적은 고작 2.5%에 머물렀다.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면 보급량을 대폭 늘려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7차 지역에너지 계획에 공공주차장 태양광 확대를 위한 예산은 편성되지 않았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원자력(SMR) 및 핵융합 에너지 등 미래 유망 에너지 기술을 지역 특화 산업으로 육성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SMR(소형모듈원자로)은 기존 원자로보다 많은 중성자가 방출되어, 단위 에너지당 핵폐기물이 기존 원전보다 20~30배나 더 발생한다. 원자로 크기가 작아졌다고 폐기물까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늘어나는 꼴이다. 지금도 발전소 부지에 쌓여 가는 핵폐기물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책 없는 핵연료 사용은 시민들이 평생 방사능을 뿜어내는 폐기물을 발밑에 두고 살게 하는 일이다. 사고 위험과 방사성 폐기물 문제, 주민의 삶에 미치는 장기적 피해와 발생 시 회복 불가능한 재앙 등 치명적인 결함이 여전한 원자력을 어떻게 청정에너지이자 기후위기 대응책이라 부를 수 있는가?
지금의 에너지 정책은 과잉 소비를 멈추고 수요를 줄이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얼마나 깨끗하게 생산하느냐 못지않게 얼마나 덜 쓸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막대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폭탄을 끌어 안고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 시민의 에너지 불평등 해소보다 산업단지 개발, 육성의 기반으로 계획된 이 7차 지역에너지 계획은 지속가능성이 결여된 개발 중심 계획일 뿐이다. 에너지 공공성, 정의로운 전환, 그리고 실현 가능한 기후대응 전략이 부재한 이 계획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마땅하다.
대전시는 7차 지역에너지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시민 참여를 기반으로 한 정책을 다시 수립하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위험한 미래 기술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현재 가능한 재생에너지 확대와 수요 감축을 중심으로 한 실질적인 에너지 전환이다. 에너지는 특성 산업이나 자본의 이익이 아닌, 시민들의 안전과 생존이 걸린 문제이자 공공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성명서] 시민의견 배제한 채 수립된 대전시 7차 에너지계획! 시민의 안전과 생존을 무시한 7차 지역에너지계획 전면 재검토하라! 보도요청 건.png](https://greendaejeon.org/wp-content/uploads/sites/9/2026/04/20260402_022150.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