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기후잇끼_죽어도 화해할 수 없는, 그러나 결코 끊어지지 않을 우리의 연결: 〈오,발렌타인〉

2026년 4월 1일 | 기후위기/에너지, 활동

3월, 우리는 스크린 너머로 20년 전의 뜨거운 불꽃과 마주했습니다.
3월 14일 소소아트시네마에서의 번개만남부터, 31일 대전아트시네마에서의 정기모임까지
기후잇끼가 함께 호흡하며 마주한 영화 <오, 발렌타인>

영화는 2004년 울산 현대중공업, 비정규직이라는 차별의 벽 앞에서 스스로를 태워 올린 故 박일수 열사의 시간을 소환합니다. 2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이 싸움을, 영화는 거친 함성 대신 시각예술의 문법으로 풀어내지요.

두 개의 영상이 중첩되고 사운드가 뒤섞이는 분할된 화면 속에서, 우리는 과거와 현재의 틈새를 보았습니다. 그 틈새는 단절이 아닌, 새로운 혁명이 자라날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이었어요.
노동의 관점을 넘어 지구라는 거대한 생태계, 그리고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모두가 촘촘히 연결되어 있음을 영화는 나직이 속삭입니다.

시와 노래로 투쟁하는 두 분의 제안은 ‘영성’과 ‘땅’으로의 회귀였어요.
여기서 영성은 종교적인 외침이 아니었습니다. 자본의 속도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을 오롯이 돌아보는 것, 매 순간 깨어있는 존재로 서 있겠다는 결연한 자기 성찰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돌아가야 할 ‘땅’은 어쩌면 가장 처참하게 파괴된 곳일지도 모릅니다. 도시화라는 이름 아래 무분별하게 파헤쳐진 산과 들, 우리 곁의 흙을 다시 일구는 일. 그것은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굴레에서 벗어나 생명의 근원을 되찾는 가장 정직한 저항이 아닐까요.

“비정규직 철폐! 인간 답게 살고싶다!”

2004년 故박일수 열사가 남긴 유언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문장으로 남아 있습니다.
세상은 변한 듯 보이지만, 위태로운 삶의 현장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꿈꿨던 이들의 투쟁이 외로운 메아리로 남지 않도록,
이제 우리가 그 바통을 이어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슬픔에 매몰되기보다는 그들의 투쟁을 거름 삼아,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땅 위에서 한 발짝 더 내디딜 수 있는 용기를 서로의 손바닥에 쥐여줍니다.

우리는 여전히 연결되어 있고, 그렇기에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