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생없(구경거리로 태어난 생명은 없다) 크루에서 활동하는 설이라고 합니다.
구생없은 대전의 동물원을 모니터링하여 동물원에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이번에 저희 크루는 사단법인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에서 초청한 활동가 강의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저희가 이번에 들은 강의는 ‘동물원수족관법의 이해와 활용’이었어요.
사실, 동물원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동물원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던 것 같아요. 이번 강의를 통해 동물원수족관법의 기본적인 내용부터 입법의 배경, 그 안에서 활동가들이 해온 노력까지 알게 되어 큰 배움을 얻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동물원의 정의와 역할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최근 동물원의 정의에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공공교육 및 인식 개선 도모’라는 문구가 새로 포함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동물원들이 정말 이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오히려 분노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강의 중 활동가 선생님이 “희소한 문헌 하나를 보존한다고 그 언어를 되살릴 수 없는 것처럼, 동물원에서 종 하나를 보존한다고 해서 생태 전체가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이 말이 깊이 와닿았습니다. 동물원이 ‘종 보전’을 이야기할 때, 그 종이 살아야 하는 자연환경은 이미 파괴되어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축산업을 위해 야생 서식지를 파괴하고, 야생동물을 밀렵해 시장에서 거래하며, 비인간 동물을 물건처럼 다루는 지금의 사회 구조 속에서, 동물원의 ‘보전’이란 과연 진짜 보전일 수 있을까요?
저는 동물권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얽힘망’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단순히 종을 ‘보전’하는 것만으로는 그 종이 자신의 존엄을 지키면서 살 수 있을까요?
한 종을 ‘보전’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비인간동물이 가지고 있는 ‘얽힘망’의 회복입니다.
지속적으로 지구를 파괴하고 착취하는 사회 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어떤 보전 노력도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습니다. 마치 장애인의 탈시설을 위해 공동체와 국가가 함께 책임지고 돌봄 체계를 만들어가야 하듯, 동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도 사회 전체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동물원은 단계적으로 폐지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모든 동물원을 없앨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감금과 전시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비인간 동물과 만나는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구경거리로 태어난 생명은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