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녹조는 자연현상?’ 녹조 위험에 국민 방치하는 곡학아세 전문가 각성해야

2025년 5월 25일 | 금강/하천, 메인-공지

‘녹조는 자연현상?’ 전형적인 물타기 꼼수

뻔한 위험마저 왜곡하는 ‘죽은 전문가 사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어

 

 

 지난 22일 한국수자원공사·한국물환경학회 주체 ‘녹조 기술 심층토론회’에서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모 교수가 “국내 일부 환경단체는 자체 조사를 활용해 녹조를 ‘사회재난’이라고 우려하는데, 외국의 경우 녹조 현황을 ‘사회재난’으로 우려하는 사례가 없다.”라며 “녹조는 한국 외에도 북미와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자연현상이며, 지난 20년간 전 세계 대형호수 620개 중 504개 호수에서 녹조 발생이 증가했다.”라고 주장했다. 

 

○ 언론보도에 따르면, 토론회 마무리 발언으로 한국수자원공사 환경 에너지본부장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보다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녹조 관리 기술의 발전 방안을 마련해 가겠다. 앞으로도 산업계와 학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지속하며 녹조 문제 해결에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 말했다고 한다. 

 

○ 낙동강네트워크/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환경운동연합은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은 ‘전형적인 물타기 꼼수’라고 보고 있다. 4대강사업으로 전국적 녹조 창궐을 일으킨 이명박 정권은 녹조 문제에 대해 장기간 폭염 등 하늘 탓만 했다. ‘4대강사업으로 수질과 수생태계 개선됐다’라는 비과학적 황당 주장을 펼친 윤석열 정권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대규모 녹조 창궐의 원인이 4대강사업이 아니라는, 즉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발뺌하는 꼴이다. 4대강사업 이전 녹조는 낙동강 하굿둑, 소양호 상류 등 일부 구간에서 발생했지만, 4대강사업으로 강의 흐름이 끊기면서 전국적인 문제가 됐다. 우리 국민이 심각하게 우려하는 녹조는 4대강사업 이전이 아니라 4대강사업으로 확산한 녹조다. 전문가집단과 환경부처가 이러한 내용을 모를 리 있는가? 

 

○ 우리는 주류 전문가 집단의 행태에 심히 우려할 수밖에 없다. 가시적으로 뻔한 녹조 위험마저 왜곡하려 드는 행태는 권력과 자본에 종속된 ‘죽은 전문가 집단’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이 들게 한다. 22일 토론회에선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 녹조는 자연현상으로 사회재난이 아니라고 했다. 이는 녹조 발생에 따른 위험도(유해성·위해성)가 크지 않다는 의미다. 그런데 왜 녹조 관리 기술을 발전시켜야 하는가? 더욱이 산업계·학계가 유기적 연결을 통해 녹조 문제 해결에 선도적 역할을 왜 해야 하는가? 녹조 문제가 크지 않으면 일상적 관리만 하면 될 뿐 굳이 관련 토론회를 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러한 행태는 전문가집단과 국가 기관 등이 녹조 위험의 크기와 범위가 절대 작지 않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 전 세계는 기후위기 가속화에 따른 녹조 심화 현상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 환경부도 이를 인정했다. 전 세계적으로 호수에서 녹조 발생이 증가하는 건 기후재난과 녹조 재난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걸 말한다. 기후재난은 산업혁명 이후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 등 인간이 만든 위험이다. 녹조 재난 역시 대부분 강의 흐름이 막힌 곳에서 발생하는 등 인간의 결정 행위(Decision Making)에 따른 만들어진 위험이다. 이를 자연현상이라 주장하는 것은 학술적으로 무지하거나 국민을 기만하고자 하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 녹조는 자연현상이라 주장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과 프랑스 등은 녹조 심화에 따라 먹는 물과 농산물 녹조 독소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다. 국민 건강과 안전 등 환경보건 관점에서 정책적 우선을 두고 있다. 또 녹조 예방 정책에도 중점을 두면서 관련 연구도 심도 있게 진행하고 있다. 녹조 독소가 공기 중으로 확산하면서 미세먼지 농도 증가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는 물론 공기 중으로 확산한 녹조 독소 등에 따라 인체에서도 검출된다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그만큼 녹조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의미한다. 불행히도 우리나라 국가부처와 주류 전문가집단만 이런 추세를 외면하다 못해 왜곡하고 있다.  

 

○ 4대강사업 이전 국내외 전문가, 환경단체는 대규모 녹조 창궐 등 수질 악화를 예견했다. 4대강사업 직후 예견된 환경재앙이 현실이 됐고, 이 재앙이 확산하면서 사회재난이 되고 있다. 기후재난과 마찬가지로 녹조 사회재난 역시 불평등하다. 녹조 위험은 국가가 만들었다. 권력과 자본에 친밀했던 주류 전문가집단은 이를 적극 찬동하거나 방조했다. 그에 따른 피해는 철저히 개인화되고 있다. 녹조가 창궐한 도수로에서 빨래하고 채소를 씻는 시골 노인들은 무슨 잘못인가? 이 물로 농사를 짓는 농민들과 공기 중으로 확산한 녹조 독소를 흡입해야 하는 아이들은 무엇을 잘 못했는가? 또 녹조가 창궐한 물속에서 살아야 하는 생물들은 무슨 잘못을 했는가?  

 

○ 녹조 사회재난은 명백한 재난을 부정하는 이들 때문에 그 위험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녹조 재난에 따른 위험을 실증적 실험과 현장을 통해 끊임없이 증명하고 있다. 국제적 연구 결과와 같은 흐름이다. 그런데도 전문가집단과 국가 기관은 위험을 계속 왜곡하고 있다. 철저히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지금도 마찬가지 행태를 벌이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다. 우리는 전문가집단과 국가 기관의 왜곡 행태를 기록하고, 이 기록을 통해 기억할 것이다. 이를 통해 왜곡에 대한 사회적·역사적 책임을 반드시 지게 할 것이다.  

 

○ 한편 환경부는 지난 21일 올해 공기 중 녹조 독소와 주변 주민 콧속 조사를 밝혔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단체 쪽에서 공동 조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기 중 조류 독소가 나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국민이 불안해하는 만큼 당분간 조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환경부는 공기 중 녹조 독소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 환경부 발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우리 입장을 밝힌다. 첫째, 환경부는 자체 쇄신책을 통한 신뢰 회복 방안을 밝혀야 한다. 4대강사업으로 수질과 수생태계가 개선됐다는 주장이 환경부로부터 나왔다. 이런 비과학적이면서 황당한 내용을 주장하는 부처를, 환경 정책과 환경과학을 총괄하는 부처를 우리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바닥으로 떨어진 환경부 신뢰도는 회복할 수 없다. 둘째, 환경부의 녹조 검출 기술을 국제적으로 검증받아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공기 중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국내 연구를 통해서도 연속해서 검출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유독 환경부만 불검출이라고 주장했다. 국제적 연구 흐름과 왜 다른지는 환경부가 국제적으로 검증받아야 할 영역이다. 우리는 그 검증 전후 과정에 참여해 객관성·정밀성 등을 확인할 생각이다. 셋째, 환경부는 현행 녹조 측정 방식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현재 환경부 측정 방식은 녹조 독소의 현황을 제대로 측정하기 어렵다. 다시 말해 녹조 위험 평가부터 오류가 있다. 이에 대한 개편안이 있어야 녹조 문제에 대한 정책적 합리성을 높일 수 있다. 넷째, 환경부는 녹조 사회재난을 인정하고 해소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녹조는 자연현상이라는 주장은 윤석열 정부 환경부로부터 나왔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행태는 책임 회피를 위한 전형적인 꼼수다. 대규모 녹조 창궐은 4대강사업부터 시작했다. 다시 말해 국가가 만든 위험이자 재난이다. 이 재난의 피해는 사회적·생태적 약자가 고스란히 부담하고 있다. 국민의 식수원에서 18년째 반복되는 녹조 창궐을 방치하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인가? 우리는 녹조 문제에 있어 환경부의 전격적인 태도 변화 없인 환경부 조사가 요식행위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러한 국민적 우려는 환경부가 우선 풀어야 한다.  

 

2025년 5월 25일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낙동강네트워크 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