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총 3,100억짜리 대전오월드 재창조사업, 동물원에 갇힌 ‘야생동물의 복지를 위한 시설 개선’으로 진행해야

2025년 3월 18일 | 메인-공지, 자연생태계

 3,100억짜리 대전오월드 재창조사업,

동물원에 갇힌 야생동물의 복지를 위한 시설 개선으로 진행해야

 

대전충남녹색연합은 2021년부터 시민들과 함께 대전오월드 내 주랜드와 버드랜드 등 동물원-야생동물의 사육환경 및 전시환경 개선 촉구를 위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15일, 미어캣, 훔볼트펭귄, 프레리도그, 한국늑대, 아무르표범, 홍학, 반달가슴곰, 흰꼬리수리 등의 정형행동 여부, 관람 시간, 사육장 내부 행동풍부화 요소와 동물의 활용 여부 등을 모니터링한 결과 대전오월드 동물들의 사육 및 전시환경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대부분의 방사장이 해당 개체의 생태와 맞지 않았다. 수달의 경우 물기를 닦고 말려 곰팡이 등의 피부질환을 피할 수 있는 잔디나 흙 등의 공간과 잠을 자거나 쉴 굴과 같은 공간이 필요하지만, 그와 같은 공간은 조성되어 있지 않다.

페루와 칠레 해안 지역에 서식하며 주로 바다에서 시간을 보내는 훔볼트펭귄은 12개체가 좁은 수조에 전시되어 있다. 전면이 유리로 되어 관람객의 눈을 피할 수 없이 노출되어 있는 좁은 수조 속에서, 막힌 유리 밖으로 계속 나아가려 수영하는 훔볼트펭귄의 모습은 그들이 놓여 있는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보여준다. 땅에 굴을 파고 생활하는 생태적 특성을 가진 프레리도그의 경우, 방사장 모서리를 긁어내고 머리를 집어넣으려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반복한다. 방사장 바닥은 이러한 본성을 고려하지 않고 시멘트 바닥으로 만들어져 있다.

생태환경에 적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관람객의 시선을 피할 수 없고 좁은 방사장은 동물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불러와 정형행동을 일으키는 주원인이다. 아무르표범의 경우 최대한 관람객과 먼 내실로 들어가는 문이 있는 벽 쪽에서 1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같은 곳을 원을 그리며 맴도는 정형행동을 보였으며, 물기를 닦을 곳 없는 수달은 몸을 물어뜯는 행동을 하고, 곰은 반복하여 고개를 흔드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모습을 본 일부 관람객들은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하였다.

유럽과 미국의 경우 동물원에 있는 야생동물에게 가급적 야생과 흡사한 환경을 제공하는 ‘생태적인 전시기법’을 고안하여 사육장 크기, 행동풍부화 요소 활성화 등을 도입해 최소한의 스트레스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물원은 살아 있는 생명이 있는 곳이다. 이들을 오락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하고, 보호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최근 대전오월드의 시설 개선 사업으로 총 3,100억 원을 들여 최신식 놀이시설을 구비하고, 워터파크를 만들어 국내 최고 수준의 테마파크로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 계획에 과연 좁은 방사장에서 지속적인 소음 등에 노출되어 고통 받고 있는 생명들에 대한 고민이 있는지 묻고 싶다. 동물을 한낱 오락시설의 부속품으로 취급하는 대전오월드의 시설 개선 사업이, 적자인 대전오월드에 얼마큼의 이익을 창출해 낼지 불확실하지만 그곳에 사는 동물들의 고통이 가중될 수 있음은 명백해 보인다.

대전오월드는 동물 복지라는 동물원 전시환경 개선의 세계적 추세에 맞춰, 총 3,100억 원의 시설 개선 사업의 방향을 고민하길 바란다. 각 개체의 생태적 환경이 존중된 곳에서 정형행동을 보이지 않는 동물을 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대전오월드만의 특별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전오월드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시설이 아니라, 생명을 위한 공간에서 인간과 비인간이 함께 사는 새로운 시대의 동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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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녹색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