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초록편지-눈앞에 흐르는 강을 기억하고 싶은 6월에 드리는 편지

2024년 6월 30일 | 미분류, 회원소식나눔터

우리가 지키고 있는 생명들의 이름을 부르는 일

얼마 전, 담영이가 아침에 학교를 나서며 녹색연합에서 준 설악산 스티커가 어디 갔냐며 찾더군요. 지난 4월 말 있었던 녹색순례를 설악산으로 다녀왔는데 그때 기억이 좋았는지 핸드폰에 녹색연합에서 제작한 산양과 하늘다람쥐 스티커를 붙이고 다녔었어요. 학교 과제로 여행가이드북 만들기로 했다며 여행지로 울산바위를 소개하면서 산양과 하늘다람쥐를 만나면 별점을 더 주는 방법으로 만들겠다고 여분의 스티커를 더 챙겨갔습니다.

담영이는 뭔가 배우기보다는 설악산에 오르고 들어보면서 자연스럽게 산에 대해 알게 된 것 같아요. 뭔가 위험하고 힘든 곳, 정복해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하는 공간이 아니라 산양과 하늘다람쥐가 같이 사는 산이라고 받아들인 것이죠. 담영이와 함께 설악산을 걷고 금강을 찾았던 이유는 우리와 함께 사는 생명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였습니다.

저는 벌써 4월 말부터 금강 천막농성장을 사무실로 삼아 나오고 있어요. 지금 유일하게 수문이 열려있고 강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회복한 세종의 금강을, 세종보로 다시 틀어막겠다고 환경부가 나서서 막으러 와있습니다. 금강도 지키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금강에 기대어 살아가는 새친구, 야생동물 친구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저희가 여기서 금강을 지키고 있으니 많은 이들이 찾아옵니다.

이곳을 찾은 이들이 아이가 설악산을 기억하듯, 바로 눈앞에 흐르는 강을 기억하게 하고 싶어요. 강가에 조금만 앉아 있어도 물떼새와 할미새가 종종걸음으로 산책하는 모습을 바로 코 앞에서 보거든요. 이름을 물어보면 알려주고, 한 번 불러보면서 금강에게 말을 거는 사람들을 보면서 끝없이 발전해야 한다는 말, 더 개발해야 우리가 잘 살 수 있다는 환상을 끝낼 수 있는 길을 생각합니다.

자연을 파괴하며 진행해 온 수많은 개발사업들이 과연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했는가 질문하면 아니라고 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누구나 들어가 물수제비도 뜨고 쉴 수 있는 강, 생명들이 의지해 가족을 이루고 생활하는 그 강에 물을 채우고, 돈을 내야 탈 수 있는 오리배와 수륙양용차를 띄우면 지불할 수 있는 누군가는 행복할 뿐, 강에 기대 살아온 모든 친구들은 불행해지겠지요.

수달아. 미호종개야. 흰수마자야. 미꾸라지야. 자라야. 흰목물떼새야. 꼬마물떼새야. 새우야. 모래무지야. 쇠오리야. 큰고니야. 깝작도요야. 꾀꼬리야. 뻐꾸기야. 박새야. 참새야. 오소리야. 너구리야. 흰뺨검둥오리야. 왜가리야. 거위야. 잉어야. 가마우지야. 고라니야. 삵아. 파랑새야. 물총새야. 검은등할미새야. 참새야. 비둘기야. 까치야. 물까치야. 삑삑도요야. 알락도요야. 원앙아. 장끼야. 까투리야. 꺼병이야.

지금 금강에서 만나는 친구들의 이름입니다. 회원님과 활동가들이 대전충남녹색연합 이름으로 지키고 있는 생명들의 이름입니다. 생명을 포기하지 않고 그편에 서 있겠습니다. ‘나’ 하나가 아닌 ‘우리’를 위한 일들을 잘 해나갈게요.

회원님들 덕분에 하고 있어요. 늘 감사한 마음 알고 계시죠?

금강에서 또 만나요, 우리!

대전충남녹색연합 박은영 활동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