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성명] 정부는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을 즉각 거부하라!

2026년 3월 16일 | 연대활동

정부는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을 즉각 거부하라
침략전쟁에 동참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자 국제법 위반이다

전쟁이 시작된 지 2주가 넘었지만 포성은 잦아들기는커녕 더욱 거세지고 있다. 오만의 중재로 열렸던 협상 채널은 트럼프 행정부의 거부로 닫혔고, 이란 혁명수비대는 “어떤 외교적 노력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장기전을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항복만을 요구하며 “재미 삼아 몇 번 더 공격할 수 있다”는 망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CNN은 전쟁 개시 이후 군인과 민간인 사망자가 이미 3,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했다. 평화로 가는 길이 막힌 채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다.

바로 이 시점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게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견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우리는 이 요구가 국제법과 대한민국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불법 침략전쟁에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시도임을 분명히 밝히며, 정부가 이를 단호히 거절할 것을 촉구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은 ‘예방 공격’이라는 기만적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란의 임박한 위협에 대한 어떠한 증거도 제시된 바 없다. 이는 유엔 헌장이 규정한 무력행사 금지 원칙을 위반하는 명백한 침략 범죄이자 전쟁범죄다. 종전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 장기전 국면에 우리 군을 파견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파병은 헌법과 국제법,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동시에 위반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5조는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선언하고 있으며, 국군의 임무를 “국가의 안전 보장과 국토방위”로 명시하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역시 동맹국이 공격받을 경우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할 뿐, 미국의 일방적 공격 행위를 지원하기 위한 조약이 아니다. 파병은 법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

파병은 우리 국민과 한반도 안보를 위험에 빠뜨린다. 이란은 자신을 공격하는 데 이용된 미군기지와 그 협력국을 합법적 공격 목표로 선언하고 있다. 우리 군함을 파견하는 순간, 이란의 공격 타깃이 될 것이다. 게다가 대전과 충청지역은 육·해·공군 3군 본부가 위치한 계룡대를 비롯한 핵심 군부대가 포진해 있는 도시이며, 이곳에서 근무하는 수많은 군인과 그 가족이 우리 시민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지역 시민이다. 파병으로 인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결과는 대전 시민의 삶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다. 우리 지역 시민사회가 이 문제를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이유다.

파병은 불법 전쟁의 공모자가 되는 길이다. 스페인이 미군 전투기의 기지 사용을 불허하며 공격의 불법성을 분명히 밝힌 것처럼, 우리 정부도 침략전쟁과 민간인 학살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천명해야 한다. 국제인도법의 원칙은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며 인류가 합의한 최소한의 기준이다. 이 기준을 외면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험에 내모는 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쟁의 확대가 아니라 전쟁의 종식이다. 다시 한 번 이재명 정부에게 촉구한다. 미국의 파병 요청을 단호히 거부하라. 우리는 침략전쟁이 아닌 평화를 추구한다는 헌법적 원칙을 굳게 지켜나갈 것이다.

2026년 3월 16일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