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록편지-언제든 금강에서 만나요, 우리!

2023년 5월 23일 | 미분류

임도훈 활동가

안녕하신가요? 임도훈 활동가입니다. 저는 대전충남녹색연합 자연생태팀에서 금강, 3대하천, 보문산 보전 운동을 담당하고 있어요. 이번 달은 금강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습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인의 노래는, 질문이 아니라 탄식이에요. 겨울을 비집고 찾아온 봄을 마땅히 반겨 맞아야 할 텐데, 나라를 빼앗긴 아픔에 그 기쁨이 무색했던 거겠지요. 금강이 꼭 그렇습니다. 가짜 가뭄 대비를 이유로, 백제문화제 준비를 이유로, 공주보 수문을 닫은 며칠 만에 고마나루는 악취를 풍기는 펄밭이 되었어요. 매년 봄이면 알을 낳기 위해 고마나루 고운 모래를 찾던 꼬마물떼새들은 둥지를 틀 모래사장을 빼앗겼습니다. 그래도 여기를 기억하고 있는 물떼새들은 펄밭이 된 이곳에 다시 찾아와 삐이 삐이 울음을 웁니다. 그 소리가 마치 시인의 탄식처럼 들립니다. 펄로 뒤덮인 고마나루에서 어떻게든 둥지를 틀기 위해 종종걸음을 걷는 물떼새를 한참 바라보다 왔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세종보와 공주보 수문을 개방한 금강은, 품을 열어 모래사장을 많이도 드러내 주었습니다. 금강의 청벽, 그리고 유구천과 금강이 만나는 합수부의 모래톱에서는 많은 물떼새들이 둥지를 틀고 산란하고 있었어요. 유구천 합수부에서는 갓 태어난 아기 물떼새들도 만날 수 있었어요. 몸을 말리고 있다가 이방인의 등장에 꼼짝도 못 하고 가만히 있는 모습이, 그러면 안 되지만, 참 귀여웠습니다. 애타게 우는 부모 물떼새들의 울음소리에 얼른 자리를 피해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모래톱에, 오프로드 차량의 바퀴 자국이 보였어요. 야생동물들의 서식지와 놀이터가 되는 곳까지 침입해서 레저를 즐겨야 하나요. 당장 물떼새 둥지들이 걱정되어서 물떼새 서식을 알리는 표지판을 설치하고 왔습니다.

금강은 세종보는 철거하고, 공주보는 교각만 남기고 부분 철거, 백제보는 상시 개방하는 것으로 2021년 1월 보 처리방안을 확정했어요. 그런데 지금 정부는 보 처리방안을 무위로 돌리려고 합니다. 실제 가뭄 피해는 해안가나 강 상류의 상수 시설이 부족한 곳에 몰려있는데도, 보 수문을 닫아서 물이 많아지게 해야 한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악취 풍기는 독성 녹조 가득한 물을 식수로,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나요? 10년 동안 물살이 떼죽음과, 창궐한 녹조와 악취로 가득한 강을 보았음에도, 수문을 개방하고 뚜렷이 자연성을 회복하고 있는 금강을 보았음에도, 정치 정략적인 목적을 위해 강을 수단으로 사용합니다. 속이 상합니다.

 

우리는 지난 5월 25일 영산강 유역의 동지들에게 연대를 제안하고, 금강 영산강 38개 시민단체를 모아 ‘보 철거를 위한 금강·영산강 시민행동’을 발족했어요. 금강은 우리 운동의 정확한 대상입니다. 우리는 어떤 진영논리나, 정치적인 수에 따라 운동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금강 자체를 지키고 싶습니다. 정치꾼들이 금강을 좌지우지하도록 가만히 보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금강을 지킬 수 있도록 관심과 사랑을 주세요. 활동가들은 회원님들의 지지와 응원으로 힘을 얻습니다. 현장이 궁금하시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금강에 나갈 때 같이 나가서 금강을 소개해 드릴게요. 관계가 생기면 사랑이 깊어집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습니다. 다음 편지에서 또 이야기 나눠요. 안녕하세요.

대전충남녹색연합 임도훈 활동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