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없는 동물원’ 저자 강연회를 진행했습니다.

2022년 5월 31일 | 메인-공지, 시민참여

“동물원에 가면 꼭 동물을 봐야하나요? 오늘 못 보면 다음에 보면 돼요. 우리 너무 욕심 부리지 말자고요.”

대전의 동물원 문제를 고민하는 시민 3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28일 오후 ‘책방보다’에서 대전시 동물원 전시환경 및 사육환경 개선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를 고민하며 청주동물원 진료사육팀장 김정호 수의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동물원은 관람객이 아닌 동물들을 위한 공간

이 자리에서 김정호 수의사는 먹이주기 체험 등 현재 동물원에서 교육 목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동물체험프로그램에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지금 행해지는 먹이주기 체험 활동은 사람을 위한 체험이다. 긍정강화 훈련 등 동물을 위해 실시하는 훈련이 있는데 이러한 과정을 보여주는 체험 활동들이나, 야생으로 다시 방생하는 백로, 구조된 뒤 재활을 마친 독수리 같은 새들의 이동경로를 추적하고 관찰하는 교육이 지금 먹이주기 체험 프로그램의 대안이 될수 있다”며 현재 동물원 체험프로그램 변화 필요성을 이야기 했다.

이어 “청주동물원은 시립 동물원으로서 공공성을 위해 토종 동물 구조(Rescue), 의료서비스 등의 책임(Responsibility), 치료 후 방사(Release), 토종 동물 위주 보호로 국내 기후에 맞는 종을 보호함으로써 불필요한 냉난방으로 발생하는 에너지 감소(Reduction) 등 ‘4R’에 노력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 수의사는 “동물원에서는 적극적인 불임 수술을 해야 한다, 무절제한 번식은 밀집사육으로 스스로 사육환경을 망치기 때문이다. 동물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전시동물 생산업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번식 관리의 문제도 꼬집었다.

이어 “청주 동물원은 삵 방사 훈련장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4월 계획 임신으로 삵 새끼가 태어났다. 삵은 토종동물이라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동물이다. 부모 삵은 사람에게 길들여져 야생으로 돌아 갈 수 없지만, 새끼들은 훈련을 통해 서식지로 돌아 갈 계획”이라며 “삵이 방사훈련 도중 탈출하게 된다면 사살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축복받는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올해 6월 동물원 법이 통과된 이후 실내 동물원에 있던 동물들이 갈 곳이 없다면 보호 할 수 있는 야생동물 보호 시설을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뽀롱이를 왜 죽였어야 했나

강연에 참가한 어린이 참가자는 “뽀롱이(오월드 탈출 사건으로 4시간 만에 사살)가 사육장 밖으로 나갔으면 그냥 토종 동물처럼 밖에서 살면 될 것 같은데 왜 죽어야했나”라고 물었다. 김 수의사는 “어른으로써 죄책감이 든다”며 “사실 퓨마 뽀롱이는 남미에 사는 동물이다. 우리나라 토종동물이 아니라 나가서 살 수 있는 환경도 아니고, 다른 생태계가 교란 된다. 토종 동물도 야생에 적응하기 위해선 많은 훈련을 받아야 살 수 있다. 뽀롱이는 동물원에서 나고 자라 야생을 경험한 적이 없다. 문이 열려서 나갔지만 어찌 할 바를 몰랐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야생 멧돼지 사살 대신 다른 방안이 없는지 묻는 참석자의 질문엔 “멧돼지로 인한 이슈가 많은데, 한국에 멧돼지 박사가 1명 있다.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비해 박사는 단 1명뿐이다. 멧돼지에 대한 조사로 다른 방안을 마련해야한다. 사실상 민원이기 때문에 보여지는 해결책이 사살밖에 없어서 사살이 행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 위주의 오락기능만을 가지고 있는 현재의 동물원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김 수의사는 “사실 지금 형태의 동물원은 다 없어져야한다. 앞으로 동물원이 나아갈 방향은 그 대상이 농장동물이든 야생동물이든 다쳐서 보호 받아야 할 동물들이 여생을 살 수 있는 생추어리로 바뀌어야 한다. 말씀하신대로 지금 동물원은 오락 외엔 기능이 없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대전에서 활동하는 밴더 프리버드 보컬 임도훈씨가 동물과 관련된 노래인 ‘도룡뇽’이라는 곡을 부르기도 했다.

강연이 끝난 뒤 깜짝 “코끼리 없는 동물원” 책 저자 사인회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