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대전 3대 하천' 갑천, 불법행위와 관리부실로 몸살

2020년 3월 24일 | 금강/하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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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갑동에서 시작된 갑천과, 버드나무가 많다고하여 이름 붙은 유등천, 하천의 흐름으로 인해 형성된 지형의 특징을 따 라 이름 붙은 대전천이 대전 도심 한 가운데를 관통하며 흐른다. 그로 인해 형성된 비옥한 토지 덕분에 거대한 농지를 형성 할 수 있었고, 사람들이 모여 마을을 만들었으니, ‘한밭’, ‘태전(太田)’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었다. 오늘날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많은 시민들은 여전히 3대하천에 찾아와 휴식을 취한다.대전의 3대하천에는 14개의 보가 건설되어 있고, 약 80km의 산책로와 약 60km의 자전거 도로, 138곳에 축구장, 야구장, 농구장 등의 체육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3대하천 내 14개 보와 시설물의 현황과 관리 유무, 하천 생태계 등의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첫 모니터링을 정림중학교-갑천대교-갑천⦁유성천 합수부를 돌아 다시 정림중학교로 돌아오는 갑천 1코스를 진행했다.
3월 19일, 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찾아온 봄을 막을 순 없었는지 버드나무들은 싹을 틔웠고, 목련은 몽우리를 맺었다. 웅덩이에는 도롱뇽과 산개구리가 사이좋게 알을 낳았고, 성질이 급한 올챙이들은 이미 헤엄을 치고 있었다.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물닭, 논병아리 들이 머리를 물에 넣어가며 사냥을 하고, 하천 가운데에 형성된 하중도에는 왜가리와 쇠백로 들이 한가로이 쉬고 있다. 하중도 모래톱 위에는 수달의 발자국이 앙증맞게 남아있다. 대전 도심 한가운데에서 이런 자연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큰 혜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봄을 맞이하고 있는 자연과는 걸맞지 않게 곳곳에서 불법행위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가수원교 아래부터 정수원 입구까지 인적이 드문 천변에는 가구, 농기구, 가전제품 등 불법 쓰레기들이 어지럽게 버려져 있었다.
갑천자연하천구간 초입에 세워진 차량통행 금지 표지판은 드러누워 있었고, 하천구간 곳곳에 오프로드 차량이 진입해 수변을 훼손시킨 흔적들을 확인했다. 바퀴로 깊이 패인 웅덩이에 도롱뇽들이 자리를 잘못 찾아 알을 낳았다. 바퀴자국을 따라 추적해보니, 하천을 넘어 가는 길까지 내 놓았다. 자연하천구간에서는 하천을 오염시킬 수 있는 어떤 행위도 할 수 없다. 오프로드 자동차는 하천을 이용하는 시민은 물론, 야생동물 서식 등 생태계에도 큰 위협이 된다.
정림보 하류에는 낚시꾼들이 아예 자리를 맡아 불법좌대를 만들어 놓았다. 해당 구간은 지렁이와 인조미끼 사용에 한해 1인 1대 만이 허가되고, 글루텐 등 떡밥 사용은 금지되어 있다. 낚시행위 금지구역 표지판이 무색하다. 불법 어망을 사용한 그물낚시도 행해지고 있었다.
갑천-월평공원 구간에는 불법경작, 불법점용, 불법행위들도 넘쳐났다. 심지어 불법경작금지 팻말이 있는 곳에서도 불법경작이 있었다. 취사 취식 흔적도 있고, 심지어 강아지 집까지 만들었다. 대체 ‘금지’란 말의 뜻을 모르는 것인가. 월평공원 입구에는 먹걸리, 컵라면, 음료수, 커피 등을 파는 천막이 있다. 당연히 불법이다.
하천시설물 관리의 헛점도 드러났다. 긴급구조용품은 팻말만 있고 구조용품은 사라졌다. 위급상황시만 사용해야 할 구조용품이 없다. 배수관로 수문은 파손되어 있었고, 의자 등 휴식 시설도 노후되어 훼손되어 있었다. 수생태 관찰을 위해 만든 데크의 난간은 썩어서 떨어지고 흔들린다. 유림공원으로 가는 다리의 흔들리는 난간은 끈으로 고정시킨게 전부이다.
대전은 3개의 하천이 도시 중심을 흐르면서 풍족한 생태계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물의 도시이다. 지자체는 철저한 단속을 통해 불법행위를 근절시키고, 대전의 중요한 자산인 3대하천을 보전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더불어 시민들은 불법행위를 자제하고, 천혜의 환경을 누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지키고 보전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