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 망가진 금강 살리려 '밤샘 마라톤', 실화입니다.

2017년 10월 26일 | 자연생태계

“4대강 사업으로 망가진 금강을 살리기 위해 대청댐부터 금강 하굿둑까지 쉬지 않고 마라톤을 해보려고 합니다.”
대청댐부터 금강 하굿둑까지는 최적화된 길을 따라 달려도 146km다. 울트라 마라톤 속도로 계산하면 21시간이 걸린다. 노는 것도 잠 안자고 21시간 하라고 하면 못할 노릇인데, 마라톤을 하겠다니…
기막히고 황당한 제안자는 대전충남녹색연합 회원 김창현씨로, 지구에서 종이컵을 없애기 위한 활동을 하는 환경운동가다. 생업은 재활용품으로 교구를 만들어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김창현씨는 4대강 사업에 대해 “강에 보를 건설한 것은 사람으로 따지면 혈관을 막은 것”이라고 표현하며, “아름답던 금강이 흐르지 못한 채 망가진 것이 가슴 아프다. 금강에서 보가 모두 철거되어 다시 흐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마라톤을 준비했다”고 금강 마라톤의 이유를 밝혔다.
대운하 반대 운동을 시작으로 꾸준히 금강에서 4대강 보 수문 개방과 철거 운동을 해온 대전충남녹색연합과 뜻이 맞았다. 소식이 전해지자 자원봉사자도 나왔다.
“이렇게 훌륭한 활동을 한다고 하니 돕고 싶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옆에서 지원하겠습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김태형 회원과 김성중 활동가 그리고 역시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인 필자도 함께 하기로 했다. 마라톤 팀이 구성되고 회의를 진행했다. 계획은 간단했다. 사람이 강을 따라 쭉 달린 것처럼, 금강도 보에 막히지 않고 막힘없이 흐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10월 21일 대청댐에서 출발하여 금강 하굿둑까지 146km를 무박 2일 동안 뛴다. 해피빈 모금함을 통해 대전충남녹색연합의 금강 활동을 응원하는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진행하여 시민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금강 마라톤, 대청댐에서 출발
10월 21일 낮 12시 30분 대청댐에서 마라톤 팀이 모두 모였다. 지원팀인 김성중 팀장의 부인 박은정씨도 함께 왔다. 그는 “남편과 함께 마라톤 끝까지 적극 지원하겠습니다”라며 지원팀 봉사에 자원했다. 응원차 방문한 대전충남녹색연합 양흥모 사무처장은 “날씨가 좋아 다행입니다. 건강하게 잘 마치시길 바랍니다”라며 격려했다.
마라톤 팀은 대청댐 앞에서 [금강아~ 나는 쉬지 않고 뛸테니, 너도 쉬지 말고 흘러라] 현수막을 들고 간단한 출정식을 가졌다. 김창현 회원은 “물과 나무가 행복해야 온 세상이 행복하다. 여러분도 동참해주시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출정식이 끝난 오후 1시, 김창현 회원은 화창한 날씨 속에서 힘차게 출발했다.
마라톤은 10~12km 거리를 60~80분 동안 뛰고 10분 쉬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태형 회원이 자전거를 타고 옆에서 보조하고, 지원팀은 다음 지점에서 미리 대기하며 식사, 물 등을 준비했다.

대청댐 출정식 대청댐 출정식
▲ 대청댐 출정식 대청댐 출정식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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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현 회원 김창현 회원
▲ 김창현 회원 김창현 회원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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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유출, 잦은 고장 혈세 먹는 고철덩어리 세종보 철거하라!
오후 5시 30분, 37km를 달려 첫 번째 목적지인 세종보에 도착했다. 세종보는 준공식부터 결함이 생겨 매년 잦은 보수 공사로 많은 혈세가 들어가는 시설로 작년 7월에는 기름 유출 사태까지 일어난 곳이다.
김창현 회원은 “강물이 막혀 있고, 거슬러 올라가야 할 물고기들의 길이 막혀있다. 너무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다”고 말하며 세종보 앞에서 [기름 유출, 잦은 고장 혈세 먹는 고철덩어리 세종보 철거하라!] 현수막을 들고 피케팅을 진행했다. 이후 마라톤 팀은 저녁 식사 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출발했다.

세종보 세종보 피케팅
▲ 세종보 세종보 피케팅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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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 없앤다며 수문 개방 고작 20cm? 즉각 공주보 수문 전면 개방하라!
6시가 넘어가니 추워지기 시작했다. 어두운 길을 헤맨 탓에 다음 목표 지점인 공주 석장리 박물관에는 예상 시간보다 한 시간 가량 늦게 도착했다. 김창현 회원은 계획보다 오랜 시간 달린 탓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쉬는 시간이 끝나면 벌떡 일어나 달리기 시작해 오후 10시 공주보에 도착했다.
공주보에선 [녹조 없앤다며 수문 개방 고작 20cm? 즉각 공주보 수문 전면 개방하라!] 현수막 피케팅을 진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녹조 저감과 수질 개선을 위해 4대강 보 수문을 개방하라고 업무 지시했지만, 수자원공사는 지난 6월 금강 세 개 보 중 공주보에 한해 수위를 20cm 낮추는 부분 개방에 그쳤다.
부분 개방은 아무 효과를 거두지 못해 올해도 금강에는 녹조 문제가 심각했다는 보도가 연일 계속됐었다. 김창현 회원은 “보를 막으면 물 흐름의 정체 현상으로 부영양화와 그로 인한 수질 오염이 불가피하다. 수문을 20cm만 열 것이 아니라 아예 헐어버리는 것이 상책이다”라고 말했다.

공주보 공주보 피케팅
▲ 공주보 공주보 피케팅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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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24시간 달려 금강 하굿둑 도착, “4대강 모두 달릴 것”
 휴식 중인 김창현 회원
▲  휴식 중인 김창현 회원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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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떼죽음 원인 백제보 수문 즉각 개방하라!
10월 22일 새벽 2시경 부여 백제보에 도착했다. 완전히 어두워진 금강의 강바람은 매서웠다. 마라톤 중에는 열이 오르지만, 쉬는 동안 땀이 식어 감기에 걸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뜨거운 차와 라면으로 몸을 녹여도 강바람에 금방 차가워져 얼마 쉬지 못하고 일어났다.
백제보에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가담한 적폐세력들의 명단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명이 새겨진 비석이 있다.
그 앞에서 [물고기 떼죽음 원인 백제보 수문 즉각 개방하라!] 현수막을 들고 피케팅을 했다. ‘4대강 살리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백제보 상류에서는 지난 2012년 수십 만 마리의 물고기가 폐사하는 사건이 있었다.
김창현 회원은 “물고기들이 거슬러 올라갈 길을 막은 것도 가슴 아픈 일인데 물고기들이 떼죽음 당하고 있으니 이 죄를 누가 받게 될까요. 이 죄는 이 땅을 살아갈 후손들이 받게 될 것이고, 우리는 파렴치한 조상으로 기억될 것입니다”라고 비판했다.

 백제보 피케팅
▲  백제보 피케팅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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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간 넘게 자전거로 보조한 김태형 회원은 휴식을 취하고 필자와 교대했다. 자전거와 물품을 정비하는 동안 김창현 회원은 벌써 저 멀리 뛰어가고 있었다. 가로등도 제대로 없어 한치 앞을 겨우 보는 캄캄한 길임에도 망설임 없이 뛰었다. 김창현 회원을 따라간 달밤의 금강변은 바람 소리와 야생동물들이 풀숲을 헤치는 소리가 가득했다. 하지만 금강은 보에 막혀 흐르지 못해 고요했다.

 하구둑까지 39km
▲  하구둑까지 39km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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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달려 익산에 접어들자 해가 어슴푸레 떠오르기 시작했다. 새벽 일찍 나와 자전거를 타는 여행객이 지나가며 말했다.

“어제도 봤는데 정말 계속 달리신거에요? 와 정말 대단하시네요. 파이팅입니다!” 
김창현 회원은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뿌듯해했다.

 어슴푸레 해가 떠오르는 금강
▲  어슴푸레 해가 떠오르는 금강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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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경 익산 성당포구에 도착하자 해가 완전히 떠있었다. 한숨도 자지 않고 달리다 보니 점점 속도가 떨어져 예상 시간보다 2시간 이상 지체됐다. 하지만 목적지인 금강 하굿둑까지 27km밖에 남지 않은 안내 표지판을 보며 서로를 격려했다.
기수역이 살아야 서해바다와 금강이 산다

 10km를 남기고 기뻐하는 김창현 회원
▲  10km를 남기고 기뻐하는 김창현 회원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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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속도는 점점 떨어지고, 쉬는 시간은 길어졌다. 하지만 끝까지 달리겠다는 의지는 확고했다. 느려질지언정 멈추지 않고 달렸다. 해가 중천에 뜬 오후 한 시, 대청댐에서 출발한지 24시간이 됐을 때 금강 하굿둑에 도착했다.
마지막 현수막을 펼치고 피케팅을 했다. [기수역이 살아야 서해바다와 금강이 산다 하굿둑을 개방하라!] 금강에는 황복과 참게 등이 넘치도록 잡혔으나 하굿둑이 건설된 이후 자취를 감췄다.

 하구둑 피케팅
▲  하구둑 피케팅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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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을 마친 김창현 회원은 “흘러라, 금강아 마라톤에 성공했다. 4대강 보와 하굿둑을 허물어 내가 대청댐에서 하굿둑까지 쭉 달려온 것처럼 금강도 쉬지 말고 흐르길 바란다”라고 마라톤의 소감을 밝히면서, “종이컵의 원료는 지구의 허파입니다. 나무와 물이 행복해야 모두가 행복합니다. 우리 모두 부족하게, 불편하게, 불결하게 사는 삼불(三不) 운동을 통해 모든 생명들이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마라톤을 마친 김창현 회원
▲  마라톤을 마친 김창현 회원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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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현 회원은 이번 마라톤이 끝이 아니다.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한강과 영산강, 낙동강 마라톤도 진행해 4대강이 모두 흐를 수 있도록 외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