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계천변에서 계룡산을 바라보다

2017년 10월 18일 | 시민참여

대전충남녹색연합 20주년, 대전문화유산울림 5주년을 기념하며 ‘대전지방하천 따라 걷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10월 17일(화)에는 두계천을 걸으며 가을 풍경과 마주했습니다. 대전둘레산길잇기 김인수님이 보내주신 후기로 두계천의 가을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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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사진 : 김인수(대전둘레산길잇기 산행지기)

17일 두계천(豆溪川)을 찾았다.

 (사)대전문화유산 ‘울림’과 대전충남녹색연합은 올해 공동사업으로 ‘지방하천 탐방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10월 탐방하천은 ‘두계천’이다.

 언젠나 그랬듯이, 어디를 찾아가나 와닿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그래서 또 찾아가게 된다. 찾아갈 때마다 몸안으로 빨려드는 느낌이 달랐다. 오늘 두계천의 풍경도 그랬다. 두계천을 따라 걷기는 오늘로 세번째다.

 서부터미널에서 오전 9시20분에 출발한 46번 외곽버스를 탄 뒤, 40여분 걸러 ‘한배미뜰’승강장에서 하차하고, 대전광역시 서극점(西極点)주변에서 서로 인사를 나눴다. 이어 마동님(안여종 운영위원)으로부터 ‘두계천’의 발원지 등에 관해 설명을 듣고, 단체기념사진 찍고 두계천변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두계천(豆溪川)은,

계룡산 능선가운데 쌀개봉에서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골짜기에서 발원해 남사면(南斜面)으로 흐른다. 용동저수지(일명 작산저수지)에 모여들었다가, 계룡시 신도안면 석계리, 엄사면 엄사리(奄寺里), 금암동, 두마면 두계리를 거쳐 대전광역시 관할구역내로 흘러들어간다. 유성구 송정동 227번지(시경계)에서 대전시로 유입되고, 서구 원정동에서 용촌동까지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유유히 흐른다. 용촌동에서 갑천과 합류한다. 휘돌아 흐르는 두계천은 그 아름다움이 뛰어나다. 이덕분에 지난 2003년 한국의 대표적 로맨스영화로 평가를 받았던 손예진, 조승우 주연의 「클래식」의 촬영무대가 되기도 했다. 두계천에는 여러 지류들이 흘러들어온다. 대표적 지류로는 세동천이다. 세동천은 대전광역시 유성구 세동에서 발원하여 두마면 두계리부근에서 두계천에 합류된다. 『여지도서』나『대동여지도』등에서는 두계천을 ‘두마천(豆磨川, 豆馬川)’으로 표기하고 있다. 『조선지지자료』에서는 우리말로 ‘두마내’라 불렀다.

오늘 탐방코스는 ‘대전시 서극점’에서 출발, 두계천을 따라 걸어 내려간다.  그리고 서구 원정동 무도리에서 도보를 마치고, 23번 버스를 타고 흑석리네거리로 나갈 예정이다. 물이 휘돌아가는 모습이 일품인 무도리는 ‘물돌이’, ‘수회반도(水回半島)’라 칭하기도 한다. 물이 돌아간다는 의미다. 인근 위왕산 정상에 올라 이 곳을 내려다봐야 실감이 난다. 대전관내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매우 아름다운 곳은 첫째가 구봉산에서 내려다보이는 ‘노루벌’이요, 그 다음이 이 곳일 것이다.

두계천 좌안, 우안을 번갈아가면서 걸었다. 하천 뚝길 걸으며 제방 안쪽과 바깥쪽을 바라본다. 풍경의 아름다움에 맘껏 취해본다. 언제 또 올 것인가. 찾아가고 싶은 곳들은 너무도 많다. 오늘은 실컷 이 시간을 즐기리라. 참여한 회원들도 무척 즐거운 표정이다. 이렇게 야외에 나오면 마음은 들뜨고, 동심의 세계로 젖어든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은 항상 선해지는 것이다. 세파에 시달려 조금은 그늘졌다가 이렇게 들녁을 걸으며 치유의 시간을 갖게 된다. 자주 밖으로 나가봐야 한다.

 계룡역을 건너다본다. 마동님이 방음벽에 부착된 검은새를 기리키며 ‘버드 스트라이크’, ‘버스 세이버’에 관해 설명을 해주셨다. 인간들때문에 새들이 목숨을 잃는 등 수난을 당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인간은 자연과 공존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을까. 언제나 숙제지만, ‘버드 세이버’를 부착한 자체는 인간들의 노력이 엿보인다. 그래서 어느정도 용서의 마음이 든다.

 또한 팥죽거리 다리를 건넌다. 왜 팥죽거리인지, 마동님의 설명이 이어졌다. 예로부터 지명에 ‘콩 두'(豆)자가 붙어있었다. 그런데 먼 역사가 아니라, 최근현대사에 이르러 지명과 음식이 절묘한 조화를 이뤘던 사례가 되고 있다. 신도안에 3군본부가 들어서는 사업인 일명 ‘620사업’이 시작되면서, 공사를 하던 인부들이 식사나 술 한잔 하러 두계리 장터로 모였었는데, 그때 상인들이 팥죽이나 팥칼국수를 만들어 팔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곳 장터의 팥죽이나 팥칼국수가 유명세를 탔고, 아예 지명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620사업’ 시작연대가 1980년대이므로, 그 역사는 40여년에 불과하다. 어느 곳에 대한 스토리텔링이나 명소화하는데 있어서 벤치마킹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도리 근처에 이르니, 저 멀리 버스가 들어온다. 이 버스를 놓치면 낭패이기에 회원들로 하여금 뜀박질을 시켰다. 그러나 시외곽버스 운전사들은 시골분들을 주고객으로 하기에, 좀 기다려주는 넉넉함이 있다. 그런데 마중물은 오늘 좀 짧은 거리 걸었기에, 회원들에게 운동을 시키려고 버스 놓친다고 닥달했다. 그 덕분에 버스에 올라타는 회원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막판에 제대로 운동한 셈이다. 마중물에 대해 고마워했을까. 눈흘겼을까.

 우리의 두계천 탐방시간은 이렇게 흘러갔다. 다음달엔 정생천을 찾아갈 예정이다.

오늘 두계천 탐방에 앞서 대전시 서극점앞에서 단체기념사진 촬영

저 멀리 계룡산이 보인다

가을 황금들녁을 걷는다. 풍요로움이 느껴진다.

삼봉(三峯) 정도전(鄭道傳)이 이 곳을 떠날 때 땅에 꽂았는데, 살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는 말채나무를 만나러 갔다.

맨왼쪽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나무로, 원래 나무명은 ‘참빗살나무’란다. 해마다 평택에 있는 자손들이 찾아와 관리도 하고, 동네사람들에게 인사조로 금일봉을 전달하는 등 말채나무에 대한 후손들의 애정은 대단하다고 한다. 현재의 나무는 원래의 말채나무 2세이며, 평택 집성촌에는 후손들이 3세 말채나무를 채집, 마을입구에 심어 가꾸고 있다고 한다. 조상에 대한 효심이 지극하다.

마동님은 정도전의 말채나무에 관한 일화는 물론, 신도안 및 이성계, 무학대사, 정도전 등에 관해 해박한 지식을 전해주고 있다.

‘S’자 길이 아름답다.

계룡역

투명 방음벽. 투명 아크릴 벽에 검은매 형상의 새가 부착돼 있다. 이를 ‘버드 세이버(Bird Saver)’라 한다. ‘새의 목숨을 구하는 것’

투명하기에 아무 것도 없는 것으로 알고 새가 비행하다가 들이받는 바람에 목숨을 잃는 사례가 많아 ‘버드 세이버’를 부착한다고 한다.

이 곳에서 세동천과 합수된다

저 멀리 위왕산이 보인다. 산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무도리의 정경은 멋지다. 무도리에서 탐방을 마칠 예정이다. 오늘 탐방이 끝나가고 있다.

무도리에 23번 버스가 들어간다. 되돌아나오면 저 버스를 타야 한다. 우리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녹색연합 이원갑 회원네 ‘흑석시골백반’에서 맛깔나는 점심을 함께 한 후 두계천 나들이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