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금강트래킹 후기

2010년 6월 22일 | 회원소식나눔터

무주 꽃길에 그대도, 나도 꽃이로다.
글/나명인 회원

  향긋한 봄바람이 불기 시작한 4월의 한적한 일요일. 녹색 연합 회원들과 운영진들과 함께 꽃물이 흐르는 비단 강가를 찾았다. 여러 번 함께 했던 분들과는 익숙해서 좋았고, 한편으로는 새로운 회원들과 또 다른 인연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욱 설레는 금강 트레킹! 열정으로 꽉 채운 45인승버스는 그렇게 출발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무주 잠두마을부터 굴암리 부남면 일대로 금강의 상류이면서 녹색연합의 금강트레킹이 아니면 아무나 쉽게 찾아갈 수 없는 아름다운 꽃길이 펼쳐진 흙길이었다. 목적지로 향하는 내내 최수경 대표님의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이 깃들여진 금강에 얽힌 여러 가지 사연들로 가슴 한쪽이 뭉클해지면서 트레킹의 목적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았다. 환경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무엇에 더 우선을 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과 혹세무민하는 정부의 정책과 ‘개발’이라는 허울 아래 자연이 파괴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연 파괴의 현장들을 뉴스나 신문에서 볼 때는 나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만 생각해서 애써 외면했었지만 이렇게 매달 금강 둘레 걷기에 참석하기 시작하면서 직접 그 현장을 보면 그동안 내가 자연파괴에 너무 무심했었구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트레킹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는 예전의 나와 다른 좀 더 성숙해 진 모습을 발견한다. 이러한 좋은 경험을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 관심을 보이는 주변 사람에게 금강 트레킹을 적극 추천하고 있다.
  시원한 고속도로를 달려 목적지 부근에 다다랐을 때, 창밖으로 보이는 한반도 모양을 닮은 강줄기가 인상 깊었는데, 한반도 한 가운데 육지는 아마도 세종시 일거라는 최 대표님의 유머가 재미있었다. 우리가 처음 도착한 곳은 금강 상류 지역인데, 상수원 보호 구역이었다. 금산과 무주의 경계쯤이라고 하는데, 이곳은 아직까지 잘 보존되어 있었다. 하지만 종종 쓰레기들이 보이고, 심지어 고기를 구워 먹는 단란한(?)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설마 금강 상류에서 설거지를 하지는 않겠지… 상수원 보호 구역인 줄 몰랐을 거야… 하며 쓰레기 하나도 버리지 말고 그대로 돌아가길 진심으로 마음속으로 바랐다. 문득, 지난 3월 트레킹에서 다른 환경단체 분이 말씀하셨던 “차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은 그 어디라도 쓰레기가 있다.” 라는 말이 귀에 맴돌았다.
  강가를 따라 쭉 걷는 도로 양쪽으로 벚꽃길이 펼쳐져 있었는데, 아직 만개하지는 않아서 살짝 서운했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차 없는 도로를 걷는다는 것이 또 다른 매력이었다. 끝없을 것 같았던 벚꽃 길을 지나 흙길을 따라 잠두교를 향해 가는 길이 또한 비경이었다. 그 옛날에는 지금처럼 도로나 산길이 개발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이 직접 동굴을 뚫어서 길을 내어 왕래를 하였다고 한다. 그 동굴을 지나자 최 대표님이 마지막 히든카드라고 말씀하신 꽃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른쪽 아래에는 금강이 흐르고 우리가 걷던 산길은 온갖 아름다운 꽃들이 다소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기라도 하려는 듯 수줍게 피어 있었다. 개복숭아라고 불리던 복사꽃과 벚꽃, 제비꽃, 각종 들꽃 등 막 피어나려고 애쓰는 성질 급한 녀석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완전히 활짝 피지는 않아서 여운이 남는 꽃길이었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 다시 찾아와야겠다고 생각할 무렵 대표님이 “네비게이션에 무주군 잠두 1교를 찍으면 다시 올수 있어요.”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무주군 굴암교를 지나서 단체 사직도 찍고 각자 준비한 간식도 함께 나눠 먹고 못 다한 이야기도하면서 조금씩 친해질 때쯤 서서히 트레킹의 막바지에 들어갔다.
  

인심 좋은 아주머니가 듬뿍 넣어준 돼지고기가 풍년인 맛있는 김치찌개와 트레킹에서만 맛볼 수 있는 풀냄새 향긋한 봄나물들을 실컷 먹을 수 있는 시골밥상이 인상적이었다. 아이들도 엄마 아빠 손을 잡고 힘들 수도 있었을 산길을 씩씩하게 걷는 모습이 예뻤다. 어려서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어 돌이켜 보면 분명 흐뭇한 미소가 저절로 지어지는 경험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포근한 이불속의 유혹을 과감히 뿌리치고, 때로는 애인과의 데이트도 반납하고 동참 했을 회원들과 매달 트레킹을 기획하고 미리 탐방해서 안전하고 좋은 코스로 안내해 주시는 최 대표님과 우리를 항상 챙겨주었던 미모의 임원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도 여유가 된다면, 혹시 여유가 안 되더라도 빼놓지 않고 트레킹을 함께 하고 싶다. 도시의 소음과 스트레스에 찌들었던 일상생활을 벗어나 잠시라도 이렇게 자연 속에 있으면서 속세의 고민을 떨쳐 버릴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도 감사하다. 단순한 한나절의 여행이 아닌, 아름다운 금강을 보고 나 스스로도 재충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던 금강 트레킹을 더욱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