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인의 독서일기라는 글을 주제로 연재해 주실 권혁범 회원님은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십니다. 2009년 2월 부터 홈페이지에 회색인의 독서일기라는 주제로 글을 연재하고 계신데요, 초록이메일을 통해서도 회원님께도 발송할 예정입니다. 소식지에도 실릴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지나간 호는 회원님의 홈페이지 두 번째 면 http://dragon.dju.ac.kr/~kwonhb/bookweek.htm 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 그림책. 김동수 글 그림, <감기 걸린 날> (보림, 2002)
그림도 아주 개성적이고 이야기도 아주 재미있다. 주인공은 왜 감기에 걸렸을까? 오리와 관계 있다. 유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에 잘 어울리는 그림책이다.
★ 강준만, <지방은 식민지다-내부 식민지론> (개마고원, 2008)
강준만 특유의 비판적 사고와 구체적인 증거 대기가 두드러진 책이다. ‘지방대 교수’로서 나는 가끔 강준만과 동지의식을 느낀다.
서울 공화국의 엘리트들이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나라에서 지방은 과연 무엇인가? 교수 사회, 학문의 영역에서도 서울 패권주의는 강력한 힘이다.
그의 논지는 간단하다. 수도권-지방의 이분법적 구도만 가지고는 한국사회를 설명하기 부족하다. 지방내의 제2차적 식민지, 즉 내부 식민지가 존재한다. 중앙-지방의 종속관계가 지방내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다. 한 지역의 대표적인 도시에 다른 지역이 종속된다. 내가 한마디 덧붙이자면 ‘지방’도 문제가 있는 단어다. 거기에는 지방 토호세력, 즉 유지들이 행사하는 헤게모니가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방에도 중심부와 주변부가 존재한다. 그의 말을 빌자면 지방 엘리트는 사실 ‘서울공화국’ 체제의 공범에 지나지 않는다. 흥미로운 것은 강준만이 ‘새만금 개발’에 대해서 중립적인 입장을 취헀다는 고백이다. “우리도 한번 오염돼봤으면 좋겠다”는 전북 도민의 소망은 그에 의하면 환경운동 등에서 주장하듯 도청홍보나 지역신문에 놀아난 결과가 아니다. (77-84쪽은 꼭 읽어볼만한 주장이다). 하지만 전북소외라는 문제 때문에 새만금 개발의 당위성에 �! 莩� 목소리를 내지 않은 그의 태도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바로 그러한 감정 때문에 전국의 산과 들, 갯벌이 파괴되고 있지는 않는가?
★ 조 국,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 (책세상, 2001).
한국의 헌법에 ‘사상의 자유’에 관한 항목이 없다는 것을 아시는지. 그 이유는 명백하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상의 자유는 인권의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냉전체제와 반공주의 그리고 국가보안법 때문에 한국사회에서 사상의 자유는 보장되지 않는다. 법학자이면서 스스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적이 있는 조 국은 이 짧은 책에서 준법서약, 보안관찰처분, 양심적 집총거부권의 부재, 국가보안법 등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사상의 자유가 왜 필요한지 “그게 밥먹여주냐”고 시비거는 입장의 문제는 무엇인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미 반세기전인 1948년에 ‘세계인권선언’에는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사상, 양심 및 종교의 자유를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60년이 지난 지금에도 대한민국에는 아직 사상의 자유가 없다. 좀 문체가 건조하기는 하지만 성인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바오 닌, 박찬규 옮김, <전쟁의 슬픔> (예담, 1999)
베트남 문인회 최고상을 수상한 소설이다. 베트남 전쟁은 베트남 민중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었다. 미국의 전면적 군사 개입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책은 많다. 하지만 냉전주의적 이분법을 넘어서야 베트남 전쟁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미국에 대항해 전쟁에 참여한 베트남의 젊은이들은 자기 정당성에 만족했는가? 사실은 그들도, 비록 정당한 저항이었지만, 전쟁이 부여하는 고뇌와 트라우마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전쟁은 미군 뿐만 아니라 베트남 군인과 베트공으로 불리우는 사람들의 인간성도 파괴해버렸다. 전쟁중에 젊은이들은 정치군사적 저항과정에서 ‘사치스러운’ 사랑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작가는 금기를 깨고 바로 이런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베트남 참전 작가 황석영이 바오 닌에게 사죄의 의미로 큰절을 했다는 소문도 있다.
★ 권명아, <식민지 이후를 사유하다-탈식민화와 재식민화의 경계> (책세상)
서평을 부탁받은 책이다. 전문은 홈페이지->글쓰기>->서평 란에서 볼 수 있다. http://dragon.dju.ac.kr/~kwonhb/papers/kwonma2009.htm
“책을 받아들고 저자의 약력을 살폈더니 ‘국문학자’라서 당황했다. 한국문학자의 연구를 정치학자가 평을 하게 되는 셈이라서 말이다. 아무리 통섭과 학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학문적 요구에 동의한다고 해도 곤혹스러운 게 솔직한 내 감정이었다. 그런데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권명아 교수와 내가 적지 않은 관심 분야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것은 민족주의, 젠더, 문학 비평이다. 나도 민족주의에 관한 책을 썼고 남성 페미니스트로서 자처하면서 페미니즘에 대한 책도 펴냈다. 그리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지만 문학평론으로 문단에 데뷔한 적이 있다. 물론 지금은 개점휴업 상태다.
각설하고 ‘식민지 이후를 사유하다’라는 책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저서는 과거의 사실에 대한 연구가 아니다. 왜냐하면 권 교수의 ‘사유’는 오늘날에 이뤄지고 있고 독자들에게도 현재의 관점에서 재해석되는 과거가 다시 현재, ‘식민지 이후’를 재구성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가령 ‘류관순 할머니’(무성적 포현!)를 과거로부터 불러와 그것을 ‘민족 수난사’의 상징으로 부각시킬 때 우리는 현재의 ‘국민’으로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저자의 주장은 심층적이며 복합적이다. 특히 <웰컴 투 동막골>에 대한 비평은 (73-79쪽) 문학평론가답게 날카롭고 깊은 사유의 흔적을 보여준다. 그것은 ‘국문학계’에서는 희귀하게 여러 외국어를 구사하고 다양한 텍스트 분석과 문화 이론을 섭렵한 저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경지다. 이미 그는 이러한 능력을 전작 <역사적 파시즘-제국의 판타지와 젠더정치>(2005)에서 보여준바 있다. “(…계속).
책이 아주 난해해서 읽기가 쉽지 않다. 탈식민주의, 문화이론, 문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큰 두통이 될 것이다. 대학원 박사과정에 있는 사람에게도 결코 녹녹치 않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