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인의 독서일기 7

2009년 5월 12일 | 회원소식나눔터

                                                                                  회색인의 독서일기 7
                                                                                                                                                                              글/권혁범 회원
회색인의 독서일기라는 글을 주제로 연재해 주실 권혁범 회원님은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십니다.  2009년 2월 부터 홈페이지에 회색인의 독서일기라는 주제로 글을 연재하고 계신데요, 초록이메일을 통해서도 회원님께도 발송할 예정입니다. 소식지에도 실릴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지나간 호는 회원님의 홈페이지 두 번째 면 http://dragon.dju.ac.kr/~kwonhb/bookweek.htm 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31. [그림책] 권정생(글) 정승각(그림), <강아지똥> (길벗 어린이, 1996).
무슨 소개가 더 필요할까? 2년전에 타계한 아동문학가며 ‘훌륭한 인간’의 전범이었던 권정생 선생의 대표작 중 하나다. 서구의 동화가 책상과 잠자리를 점령한 상황에서, 신데렐라의 변종이나 백마 타고온 왕자님이 판을 치고 있는 상태에서 소중한 그림책이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 자녀에게 소리내어 읽어주기에 딱 좋은 작품이다. 이 그림책이 맘에 든다면 또 하나의 대표작 <몽실언니>도 좋아하게 될 것이다.
32. [소설] 김영하, <아랑은 왜> (문학과 지성사, 2001)
어떤 지인이 독서일기에서 왜 소설은 다루지 않냐고 항의성 발언을 했다. 그러고 보니 시나 소설에 대한 일기를 쓴적이 너무도 오래되었다. 가장 생각이 먼저 든 것은 <아랑은 왜>였다. 이 작품은 16세기에 등장한 아랑에 관한 전설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한다. 여러개의 아랑 판본이 있다는 사실에 기초해서 이야기의 주관성을 보여준다. 어떤 경우에는 아랑은 남성중심  가부장적 문화의 희생자가 되고 다른 경우에는 시대의 한계점에 서있는 적극적인 주체로서 발견된다. 이야기를 서술하는 화자에 따라서 이야기의 틀 자체가 달라진다. 구로사와의 <냐소몽>을 연상시키는 주제다.  모두가 동의하는 역사적 진실, 객관적 사실은 존재하는 것일까?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교묘하게 섞어 놓아서 무엇이 사실인지 알 수가 없다. 혹시 아랑도 그가 꾸며낸 인물은 아닌가? 김영하의 작품중에서, 내가 보기에는, 가장 탁월한 소설이다. 그후에 발표된 <검은 꽃>은 아주 실망스러웠다. 그는 ‘정통’ 역사소설과는 맞지 않는 문체를 가지고 있다. <아랑은 왜>를 ‘언론과 정치이데올로기’ 수업에 부교재로 쓸까? (! 찾아보니 품절이다).
33. 공현 외,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 인권을 넘보다> (메이 데이, 2009)
청소년의 인권에 대해 청소년들이 쓴 책이다. 청소년 하면 한국사회에서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청소년하면 ‘청소년 문제’가 생각나고 그것에는 “미성숙하고 충동적인 존재”라는 어감이 들어 있다. 그것은 어른들이 갖고 있는, 청소년을 차별하고 통제하려는 의식으로 이어진다. ‘인적 자원’으로 인식되는 청소년은  보호, 감시, 통제, 배제, 차별의 대상에 불과하다. 이 책의 필자들은 청소년에 씌여진 ‘미성년’의 굴레가 벗어나기 위한 청소년 인권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굴복당하지 않을 권리, 검열받지 않을 권리, 구타당하지 않을 권리,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권리 등을 찾기 위한 운동을 말한다. 단순한 두발 복장 자유화를 넘어서 ‘사람’으로 대접받기 위한 청소년들의 저항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혹독한 청소년 시기를 교실 밖에서 보낸 나로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특히 청소년과 정치라는 ‘안어울리는 단어의 조합’에서 보듯이 정치적 권리를 가진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청소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학생이 학생다워야지”라는 담론에서 보듯이 자신의 삶과 진로와 직접적으로 ! 晥천 정책이나 제도에 대해서도 그 어떤 정치적 참여도 할 수 없는 청소년의 모순을, 때로는 거칠게, 드러낸다. 어른들의 이야기, “다 너희를 위해서 그런거야”!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가 아닌가?
34. Barbara O’conner, (Frances Foster Books, 2007) (한국어판 제목은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전형적인 청소년 성장소설이다. 아버지가 갑자기 가출한 후 집을 잃고 승용차안에서 생활하게 된 주인공과 그의 동생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얘기다. 제대로 된 집에서 살기위해서는 몇백불이 필요하다. 주인공 남매는 결국 개를 훔치면 그 주인이 포상금을 내걸고 개를 찾을 것이라고 믿고 부자동네의 개 한 마리를 ‘유괴’한다. 자 과연 ending은 어떻게 될까? 이 책을 소개하는 것은 작품이 특별히 뛰어나서는 아니다. 가족, 돈, 윤리, 복지 문제등이 암시되어 있고 빈곤한 삶의 고단함이 깔려있지만 대단한 문학작품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영어가 plain and simple 하기 때문에 영어 공부의 기초를 닦으려는 사람들에게 아주 적합한 원서라는 점이다. 영어판은 알라딘에서 구입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왜 이 소설을 읽게 되었지? 기억이 도무지 나지 않는다.
35. 피터 싱어, 김성한 옮김 <동물해방>(인간사랑, 1999)
동물권이나 동물해방하면 한국인들은 개고기를 떠올리고 프랑스 여배우 브리짓 바르도의 개고기 문화 비난을 연상한다. 그리고 문화적 상대주의를 목청높혀 주장한다. 하지만 나무에 매달고 두들겨 패서 죽이는 개의 고기를 먹는 것은 윤리적인 일일까? 수십만의 쥐를 희생시켜 개발하는 약은 가치중립적인 물질일까? 동물권은 선진국 사람들이 생존에 허덕이는 제3세계인들의 현실을 무시 외면하고 제기하는 사치스러운 문제일까?
  내가 대학 들어가던 해, 즉 1975년에 나온 이 책은 동물권운동에서 바이블과 같은 존재다. 싱어는 인권을 넘어선 생명들, 특히 동물들의 권리를 주창하고 동물들이 학대, 구타, 살해, 비윤리적 실험, 수단화라는 덪에서 탈출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있게 제시한다. 동물권자인 한 후배에게 물었다. 먹이 사슬은 생태계의 기본 원리가 아닌가? 인간이 돼지나 소의 고기를 먹는 것은 ‘자연’에 가까운 일은 아닐까? 그는 이미 현대의 육식문화가 식용 동물에 대한 학대와 비참한 양육과정에 기초하고 있다면서 이미 그것은 ‘자연’의 법칙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반박했다. 피터 싱어는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면 ‘해방’이 불가피함을 역설한다. 따라서 개, 돼지, 소는 물론이고 생선을 먹는 것도 문제적이다. 앞서 말한 후배는 낙농제품도 먹지 않는 철저한 vegan이다. 내 입장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야채와 과일을 좋아하지만 육류도 생선류도 잘먹는 편이다. 더 깊이 고민해야 하는 시간도 필요하고 동물권에 대한 공부도 필요하다. “인권도 보장받지 못하는데 웬 동물권이냐!”고 쉽게 반박하지 말자. 마음을 일단 열어놓자.
독서일기 7을 보냅니다.  지인, 친구, 제자들에게 보내는 주관적인 책 읽기입니다. 지나간 호는 http://dragon.dju.ac.kr/~kwonhb/bookweek.ht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