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티베트는 어디에
글 / 박현주 회원
<그래도 내 마음은 티베트에 사네>
아마 아데 지음, 조이 블레이크슬리 기록, 김은주․김조년 옮김, 2007 궁리 펴냄.
요즘 티베트의 정치 상황이 심상치 않다. 티베트인들의 시위가 중국의 무력진압으로 유혈사태로 커지고, 1000여명에 이르는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주의 중심이라는 카일라스, 그 신성한 고원에서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 한줄기가 지친 영혼을 씻어줄 것 같은 땅, 세계의 수많은 순례자들이 찾아드는 티베트, 지금 그 곳에서 연일 가슴 졸이는 소식만 들려오고 있다.
티베트 독립운동의 역사는 길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국민당과의 오랜 내전 끝에 승리하던 해, 중국의 변방 티베트에서는 참혹한 비극의 서막이 오른다. 중국 공산당은 집권과 동시에 티베트 침공을 개시했고, 티베트는 중국의 폭정 아래 온 국토가 감옥이 된다. 티베트의 정치적 지도자이자 정신적 지주이기도 한 달라이 라마는 중국의 티베트 침공 후 외국으로 망명하여 현재까지 독립운동을 이끌고 있다.
이 책은 중국 공산정권 치하에서 27년간 옥살이를 한 티베트 여성 아마 아데가 들려주는 티베트 독립운동 이야기다. 중국의 침공으로 티베트의 독특하고 고풍스런 불교 사원은 감옥으로 개조되고, 아름다운 골짜기 곳곳에 강제노동수용소가 세워진다. 수용소의 풍경은 그야말로 지옥의 형상이었다. 수시로 학살이 이루어졌으며 수용자들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데, 마치 나치의 유태인 수용소의 모습과 흡사하다.
굶주림과 강제노역으로 티베트인들은 감옥에서 하나둘씩 스러지기 시작하고, 아데 역시 건강이 악화되어 죽는 날만 기다리는 신세가 된다. 아데는 노역을 거부하고 조용히 죽기로 결심한다.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란 신앙의 실천밖에는 없다고 여긴 그녀는 옷자락을 찢어 108개의 매듭을 지어서 염주를 만들고 의식을 잃을 때까지 기도문과 만트라를 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아데는 불행의 종말을 억지로 만들지 말아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그리하여 다시 강제노역을 견디면서 삶의 의지를 불태운다.
아데는 교도소에서 돌을 나르며 자신에게 묻는다.
“우리가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 중국인들은 티베트에 들어와서 우리의 재산과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종교와 그리고 우리의 모든 꿈을 빼앗고 급기야는 노예로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인가?”
아데와 감방 동지들은 신께 기도하는 일 외에는 이 고난에서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녀와 동지들은 밤마다 기도한다. 티베트가 독립되기를, 종교의 자유를 갖게 되기를, 평화로운 시절로 돌아갈 수 있기를….
중국이 티베트를 침공한 목적은 그들 말대로 티베트인들이 공산주의 이념을 받아들여 ‘종교적 악습’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었을까? 중국은 지하자원과 풍부한 산림자원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티베트의 울창한 산림은 마구 훼손되는데, ‘중국엔 마치 나무가 한 그루도 없는 것처럼’ 티베트의 나무를 자르고 또 잘라간다. 중국은 약탈한 자원의 원활한 수송을 위하여 철도와 도로를 건설하고 토목 공사에 티베트인들을 강제 동원한다.
아데의 고통스런 감옥살이는 문화혁명이 끝나고 등소평이 집권하면서 비로소 끝난다. 그후 조국 티베트를 떠나 인도로 망명했다. 달라이 라마의 망명 정부가 있는 다람살라에 머물며 지금까지 티베트의 실상을 전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녀는 국제재판소에서 티베트의 참상을 증언하고 인권을 호소하는 활동에 남은 인생을 바치고 있다.
최근 티베트 사태를 지켜보고 있을 그녀가 어떤 심정일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폭력으로 일관하고 있는 중국에게 달라이 라마의 비폭력 저항이 승리할 수 있을까? 티베트는 세계 여타의 분쟁지역과 다르다. 그것은 21세기 인류가 정신적 진화를 시험받고 있는 장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