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자연친구 활동 후기

2011년 5월 19일 | 신나는자연학교

5월 신나는 자연학교

작성 / 대전충남녹색연합 생태하천해설사 이혜영
5월 14일 아침
  5월 들어 비가 내렸다 황사가 왔다 갑자기 덥기도 했다가 날씨가 변덕을 부리더니 오늘 아침 맑은 공기는 가슴 속까지 상쾌하다. 4월 자연학교 때 보다 풍성해진 신록과 곤충도감에서 집단으로 탈출해 나온 듯 볼수록 흥미로운 애벌레와 곤충들을 빨리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자연은 우리에게 이처럼 풍성한 혜택을 준다고 말이다.
200V 껌으로 인사하기
  며칠 전 내린 비로 인해 징검다리가 물에 잠겨서 오늘 만남의 장소는 관통도로 공사현장으로 바꿨다. 도착하니 먼  저 와 있던 우리 모둠 아이들이 나를 보고 다가 와서 인사를 한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어~ 애들아! 반갑다 일찍 왔네~”
  “선생님, 껌 드실래요? 이거 완전 200V에요~ 크크크”
  개구쟁이 재연이는 한 달 만에 만난 나에게 건네는 인사가, 200V 전압에 감전 된 것처럼 겁나게 신맛 나는 껌이다.
  “그래, 줘 봐~”
  입에 넣어서 한번 깨무는 순간 너무나 신맛에 얼굴 표정이 관리가 안 될 지경이다. 아이들은 재밌다고 크하하 웃어댄다. 이렇게 아이들과의 세 번째 만남은 껌 하나로 웃으면서 시작되었다.

통나무 다리에서 여팀 vs 남팀
  산책로를 걷다가 통나무가 쓰러져 있는 곳에 멈췄다.
“여러분~ 우리 여기 통나무 다리 건너서 돌아오기 게임 할까요?”
“네~ 좋아요!”
“좋아요, 그럼 개인전으로 할까요, 팀전으로 할까요?”
“(이구동성으로)팀전이요! 여자팀 남자팀 해요!”
  여학생 5명이 한 팀, 남학생 5명이 한 팀으로 나누어졌다. 5명이 다 돌아오는데 시간이 적게 걸린 팀이 우승이다. 단 통나무 다리에서 떨어질 경우 한 번 떨어지면 1분씩 추가됨. 여학생은 떨어지지 않으려고 신중히 건넌다. 5명 다 돌아오는데 4분 34초. 남학생은 일단 빨라야 된다는 생각에 주저 없이 건넌다. 아쉽게 대진이가 한 번 떨어지는 바람에 1분이 추가됐는데도 3분 30초. 이건 어떻게 항의 해 볼 여지도 없이 여학생 팀의 완패다. 남학생들은  “오예~!” 완전 신났다.
  
맨발로 흙을 느껴 보자
  “여러분~ 지금부터 신발과 양말까지 벗고 맨발로 걸어 봅시다.”
  “어? 신발 벗어야 돼요?”
  “아잉~ 선생님 안 벗으면 안돼요?”
  “선생님 가시에 찔리면 어떡해요?”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걱정이 쏟아진다.
  “자, 선생님이 먼저 벗고 맨 앞에서 걸을게요. 그리고 위험한 거 있으면 다 치워 줄 테니까 선생님이 걸어 온 길만 믿고 따라 오세요~ 출발!”
  “헉! 발바닥 아파요!”
  “선생님 ○○는 신발 안 벗었어요!”
  이러쿵 저러쿵 군시렁 군시렁 왁자지껄 떠들어 대면서도 아이들은 맨발을 나름 즐기며 산책로를 따라 흙길을 걷는다.
계곡물에 발 담그기 
 맨발로 숲길을 걷고 난 후 계곡물에 발을 씻는 그 상쾌함이란.
  “와~! 도룡뇽이다.”
  맑은 물 자갈 틈에서 새끼 도룡뇽을 발견한 아이들. 새끼 도룡뇽과 아이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시작된다. 그러나 나뭇잎에 붙어서 굼실굼실 거리는 애벌레를 보는 순간
“앗! 애벌레다~”
모두들 애벌레에 관심 폭발. 새끼 도룡뇽 아휴 이제 살았다.
나뭇잎에 추억을
나뭇잎 따다가 오늘 추억을 남기기, 그리고 함께 하는 친구에게 편지도 쓰기.
애벌레가 너무 많다 – 김대진
맨발 걷기를 하니까 발이 너무 아프다 ㅠㅠ – 송유진
오늘 자연학교에 와서 이걸 쓴다. 오늘은 행복한 날이다. -이희원-
자연학교에서 월평공원을 갔다. 시원하다(후략) 선도윤-
남익이형 당신의 미래는? – 손재연-
남익아 안녕? – 김대진-
오늘 자연학교에 왔다. 지우도 보고 친구들과 동생들도 봤다(후략) -박지원-
지우에게… 지우아 안녕? 우리가 헤어진지도 벌써 3달이 다 되어 가는구나.(후략) -윤지우-
아이들의 소중한 추억이 새겨진 이 나뭇잎을 잘 말려서 예쁘게 코팅해야 겠다. 자연학교 1년차 끝나는 날 돌려주면 다시 5월로 돌아 온 기분을 잠시라도 느끼겠지?

뱀처럼 보기
  뱀은 천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눈은 하늘을 보고 다닌단다. 그래서 우리는 거울을 눈 밑에 대고 거울에 비친 하늘을 보며 걸어 보기로 한다.
  “자, 모두 한 줄로 서서 한 손은 앞 친구의 가방을 잡고 한 손은 거울을 비친 하늘을 보고 걷는 겁니다~”
  “와~! 신기하다.”
  “크크 재밌다~”
  “선생님~ 3D영화 보는 것 같아요~.”
  “나무가 손에 잡힐 것 같아요~.”
  아이들, 거울을 자기 달란다.
  “집에 가서 엄마 화장품 거울이나 손거울로 하렴~^^”

나 잡아 봐라~
  징검다리에 물이 넘치긴 하지만, 학부모님과 선생님들이 도와주면서 아이들과 함께 신발 벗고 징검다리를 건너가기로 했다. 고팀장님께서 11시 40분까지 벤치 있는 곳에 모이라고 해서 서둘러 갔더니 아직 다른 모둠이 오지 않았다. 조금 기다려야 되나 보다. 아이들은 그 틈을 놓칠세라
  “선생님~ 게임해요~”
  수건으로 눈 가리고 잡기 놀이를 하기로 했다.
  “야, 술래 정하자.”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대진이가 술래다. 나머지 아이들은 박수를 치거나 목소리를 내어서 자신이 있는 곳을 알려 주고 술래가 잡으려고 팔을 내두르면 잽싸게 도망가 버린다. 대진이 애써 보지만 아무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해맨다. 결국 남익이가 일부러 잡혀 준다. 그래서 남익이가 술래.

징검 다리에서 찰방찰방
5월 자연학교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한 줄을 선다. 물은 발바닥을 간질간질 간질이더니 발등을 넘어 흘러나간다. 맑은 냇물을 가로 질러 징검다리를 찰방찰방 건너는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물소리와 어우러진다. 초록빛 짙어가는 월평공원의 5월이 더욱 풍성해진다. 이렇게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룰 때 인간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 지고 자연은 한층 더 풍성해 진다. 냇물 중간쯤에서 최수경 선생님은 이 풍경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시려는 듯 찰칵찰칵 쉼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신다.
  

5월 자연 학교를 마치며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맑아지는 푸른 나무, 나뭇잎을 간질이는 산들바람, 서로 화답이라도 하는 듯 지저귀는 새소리,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애벌레들, 그리고 짝 찾느라 분주한 곤충들, 월평 공원에 사는 모든 생물들의 생명을 이어주는 맑은 물, 그리고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 이 보다 더 아름다고 평화로운 것이 있을까.
이양하 선생님의 ‘신록예찬’이 절로 생각난다.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 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량한 오월의 하늘………